체리체리 고고 1
김진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고딩때 댕기였나 윙크였나 만화책에서 김진태님이 쓴 TV패러디 만화를 보면서 신나하던 게 기억난다. 비슷비슷한 구성의 순정만화 보다는 기지와 재치가 돋보이는 명랑코믹만화를 좋아하는지라 이 만화도 유쾌하게 읽었다. 명랑만화는 정말 기분이 명랑해진단 말씀이야. ^^ 아직 한 권짜리이고 예쁜 그림체를 보고 만화를 선택하는 이들이 놓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1999년 IMF당시 이 책이 나왔을 시점을 기억하며 책을 읽으면 그 당시 언제 감봉에 퇴출당할지 모르는 직장생활의 위기에서 '체리'라는 이름의 자신만만하고 톡톡 튀는 여자주인공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얼마나 큰 분출구가 되었을지를 상상할 수 있다.

소심하기 짝이 없어 아래직원에게 뭔가를 시키면서도 경우의 수를 생각하여 답변을 준비하는 부장의 모습은 현실에서의 고압적인 상사의 모습과는 달라 안스럽고 동료의식까지 느끼게 만들고, 때로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해대는 가족들은 회사까지 찾아와 억지를 부리지만 그게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하고, 직원들이 일을 잘 하는지 뒤에서
감시나하고 다니는 회사에서 고용된 감사원을 궁지에 몰아 속이 다 시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타이거마스크를 쓰고 프로레슬링장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반칙왕 영화가 나온 게 이 책이 출간된 이후보다 약간 이후여서 영화가 이 만화를 보고 모티브를 얻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으로서의 여성과 직업을 가진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여성 2가지를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여사원의 모습도 거침없고 활기차게 묘사되어 재미있었고, 예쁜 여자만 밝히고 아는 척하는 남자사원을 망신당하게 만들어 회사에서 내쫓게 만드는 등 회사에서 보기 싫은 이들을 다 해치워버려서 시원스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김진태의 만화캐릭터는 생김새가 너무나 범생이이고, 평범하고 착하게 보여서 어쩐지 악랄한 행동을 해도 밉지 않고 악화된 현재의 상황을 큰 수고없이 수월하게 처리해내는 것처럼 보여서 더 후련하고 기분마저 따뜻해진다. 회사생활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회사원들이 읽으면 고충이 이해되어 더 재미있을 것. 아.. 그리고 빨리 2권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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