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1
전경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물 다섯, 나 아닌 과도기의 다른 여자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책의 속지를 읽기 시작했다. 동물원의 노래이기도 한 이 제목은 언제 갑자기 깨져 바다속으로 빠져버릴지 모르는 유리배를 타고 아슬아슬 세상이라는 낯선 곳을 표류하는 게 삶이라는 말이겠지.
.
'사막의 달'부터 그녀의 문체에 매료되었고, 그래서 전경린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작가의 한 명으로 꼽았기 때문에 주저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읽으면서 공허했고, 나와 겉도는 주인공, 그녀의 삶을 관조할 수 밖에 없었다.

스물 다섯살이 이렇게 쉬웠던가.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찾고, 치열하게 세상과 부딪히고 절망하는 데 부족한 시간이 아닌가. 양부의 딸로 자라났다면 더우기 자신을 이해하고자 탐색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내면에 귀를 기울이게 되지 않았을까. 아무 생각없이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아지진 않을텐데.

하지만 소설 속의 여주인공은 낯설게도 쉽게 방송국에서 널럴하게 일하고, 스물일곱 답지 않은 따분한 말투를 지닌 시인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또 쉽게 나이 많은
부유한 남자와 삼각관계에 빠진다. 그리고 그런 건조한 그녀를 사랑하는 또 한명의 남자가 그녀를 기다린다.

사랑은 너무 수월한 소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지루하다. 주말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그러하듯 그녀는 부유한 남자의 돈을 가지고 구두를 사고, 초컬릿을 사고, 사치품을 구입한다. 그리고 무책임한 자신의 행동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키자 양심에 찔렸는지 아파서 표면적으로 앓는다. 두 남자를 동시에 끌리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한 것에 대해서 심리적인 갈등도 적다.

소설 속의 모든 주인공이 분명한 캐릭터 없이 비슷한 말투를 가진 것도, 여자의 스물 다섯이 남자라는 키워드로 해답이 나올 수 있다고 믿은 것도, 안일하고 너무나 익숙한 스토리로 나를 놀래키지도 못했던 것도, 동물원의 노래에 어울리는 감동을 얻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전경린이 너무 쉽게 너무 많은 소설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는데,
벌써 또 새 소설이 나와버렸다. 혹시나 하면서 그래도 다시 읽게 될까.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동물원]

조그만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사람들을 보면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달 떠도네
새까만 동전 두개만큼의 자유를 가지고
이분 삼십초 동안의 구원을 바라고 있네
전화를 걸어 봐도 받는 이 없고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탄 채 떠도네

벅찬 계획도 시련도 없이 살아온 나는
가끔 떠오르는 크고 작은 상념을 가지고
더러는 우울한 날에 너를 만나 술에 취해 말을 할 땐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로 시간은 흐르고
끝없는 웃음으로 남겨진 앙금을 씻어 버리는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우울한 날엔 거리에서 또다시 공중전화에 들어가 사람을 보니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거리에 흐르는 사람들 물결에 흘러가고 있네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거리에 흐르는 사람들 물결에 흘러가고 있네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거리에 흐르는 사람들 물결에 흘러가고 있네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거리에 흐르는 사람들 물결에 흘러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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