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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오브 유어 스마일
김윤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자우림을 좋아한다. 꽃을 든 남자 사운드 트랙의 발랄한 척 하는 노래부터 1집, 2집, 3집에 담긴 그녀의 시니컬한 가사와 분노, 커뮤니케이션의 좌절로 오는 사랑의 끝없는 절망, 공허한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자아가 강한 여자아이들이 자라며 겪었을 만한 것들을 사건들, 몇 개의 키워드. 그녀의 노래들은 나와 코드도 맞고, 자신의 사적인 경험과 생각을 음악이라는 대중적인 예술장르로 풀어내는 그녀가 나는 부럽고 존경스럽다.
음악을 비롯한 영화, 만화, 독서 등 그녀의 매니아 기질은 이미 알고있던 터, 나는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했기 때문에 어쩌면 에세이집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하고 있었는던 것 같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 책과 음반 세트는 인터넷 음반판매 사이트에서도 똑같이 판매한다. 글쎄, 이 세트를 에세이집에 포커스를 맞추고 구입한다면 포장을 열었을 때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성도가 높은 음반을 사는 데 팬서비스를 고려해서 만든 CD 속지가 내장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결코 후회는 없을 것이다.
Shadow of your smile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에서 서늘한 그늘을 알아차렸을 때의 기분. 어쩌면 웃으며 대중앞에서 노래하고 있는 화려한 자신의 내면에 드리워진 그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한 이 제목. 너무 많은 연예인들이 이런 류의 레파토리를 써먹어서 식상하다고 예상될지 모르지만 그녀의 노래 덕분일까, 그녀의 에세이집은 다르다.
이 책은 자신감이 넘치고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기에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담은 화보집과 그녀가 만났던 죽음들, 그녀의 주변 사람들, 또 지금의 음악들을 있게한 성장과정과 '마왕'이라는 곡에 담긴 자신의 짧은 글도 싣고 있다.'키르케'라는 이 짧은 글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동성애의 소재까지 다루고 있어 세상을 구성하는 비주류에 오히려 가까이 가 있는 그녀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준다.
'저는 미숙한 타입의 인간입니다. 현재에도 미숙했고 과거에는 더 미숙했습니다.' 원래 에세이 종류는 좋아하지 않지만, 겸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녀가 10대에 교실 어느 뒷자리에서 함께 웃고 얘기를 나누던 여자친구만 같아서 반갑다.
이번 김윤아 솔로 프로젝트 앨범은 자우림 음반에 몇 곡쯤 들어있던 밝고 명랑한 몇 곡의 노래를 빼고, 스케일이 있는 뮤지컬 넘버처럼 꽉 차있고,순전히 김윤아의 우울하고 내성적인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듯한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음악들과 함께이기에 이 책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