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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 마르크스에게서 20대의 열정을 배우다
우치다 타츠루 &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음, 김경원 옮김 / 갈라파고스 / 2011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제목이 책의 주제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솔직한 책이지요. 일본의 20대들에게 '마르크스를 읽어라, 그래야 어른이 된단다'라고 두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975년 이전, 그러니까 베트남 전쟁이 종전을 고하기 전까지 일본의 대학생이라면 마르크스 서적을 꼭 읽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자민당의 주요 간부들 중에서도 청년 시절에는 일본 공산당원이었던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마르크스를 읽는 과정을 젊음의 통과제의처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이 끝나면서 이런 지적 전통도 함께 막을 내리게 됩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일본이 경제적으로 대단히 부강한 나라가 되면서 마르크스를 읽는 젊은이들이 사라집니다. 저자들은 눈에 보이는 사회적 모순이 은폐되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하는데 이는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앞에 고도 성장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데 그걸 따먹기 전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굶주리는 사람들'을 찾아나서기란 어려운 일이니까요. 마르크스를 읽는 가장 큰 현실적 추동은 바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연민과 양심의 고통을 느끼는"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두 저자는 요즘의 청년들에게 마르크스를 읽어보라고 권유하기 위해서 대단히 쉽게 마르크스의 주요 저작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퍽 인상적인, 매우 친절한 서문부터가 그렇습니다. 우치다 타즈루는 "머리가 허연 어른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초심자에게 설명해주려고 아등바등하는 꼴을 보고, '저렇게까지 알아주었으면 할 정도로 마르크스는 매력적인가 보다' 하고 생각해주는 젊은이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 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발견한, 아주 맘에 드는 조어가 있습니다. 마라토너들의 '러너스 하이'에서 따온 '아카데믹 하이'입니다. 우치다 타츠루는 마르크스를 읽는 이유로 '아카데믹 하이'를 듭니다. 마르크스를 읽는 것은 쉽지 않지만 고도의 '지적 고양감'이라는 쾌감을 선사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게 그냥 지적 자기만족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마르크스를 읽으면 자신이 어떤 틀, 사고의 우리에 갇혀 있음을 명확히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끼고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도 논문을 쓰기 전에는 반드시 책장에서 마르크스 책을 꺼내들고 아무 데나 펼쳐서 읽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머릿속의 안개가 싹 걷히는 기분"을 느꼈다는군요. 그건 그가 갖고 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문제가 이전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는 것을 의미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