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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볼프강 헤를레스와 클라우스-뤼디거 마이가 쓴 <<책 vs 역사>>는 책의 "나비효과"를 50권의 책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런데 이 50권을 선정하는 작업에 두 저자가 심혈을 기울인 것 같지는 않다. 헤를레스는 서문을 통해서 그 사실을 순순히 인정한다.  

   
 

책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된 범주 중에서 이론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좀 더 중요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9쪽) 

 
   

그렇다면 저자들의 목적은 관철되었는가. 글쎄,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이런 어중간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각의 책에 대한 설명의 질에서 큰 편차가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논어>>에 대한 소개는, 동아시아 문명에 공자가 끼친 영향의 크기와 지속에 비한다면 너무 소략하다. 50권의 책 중에 동양의 책은 단 세 권이라는 점도 이들 저자가 갖고 있는 레퍼런스의 한계를 짐작케 한다.  

물론 어느 책이고 한계가 있고, 특히 리스트라는 것은 그 어떤 것도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책 중에서 영향력이 큰 50권을 고르는 거, 그게 쉬운 문제는 아니니까. 리스트에 딴지를 거는 것보다는 각각의 책 소개에 집중하는 게 독자에게는 더 이롭다.   

50권의 책 중에서 나의 독서목록에 끼워넣고 싶은 책들은 다음과 같다.  

1. <<일리아스>>  

이 책은 몇 년째 읽어보자고 벼르고만 있다. 올해 내로 읽자. (빙켈만이 어찌 되었든 이 책 때문에 살해되었다는 비극적 일화는 충격적이었다.) 

2. <<코란>>  

코흘리개 시절부터 주일학교를 다니고, 병아리 대학생 때까지 기독교 동아리에 몸담고 있어서 신구약 성서는 대강이라도 읽었는데 <<코란>>은 아예 접할 기회가 없었다. 성서와 비교해서 한 번 읽어보자.  

3. <<벽암록>>  

 "원숭이가 아이를 팔에 안고 점점 푸르러 가는 산비탈 뒤로 사라진다. 새들이 부리에 꽃을 문 채 푸른 바위 앞으로 달려든다." 이 구절만 보아도 막 읽어보고 싶어진다.  

4. <<로미오와 줄리엣>>  

오랜만에 희곡도 읽고, 영어 공부도 할 겸.^^  

5. <<리바이어던>>  

홉스는 꽤 흥미로운 인간이다. 그의 박제도 구경하러 가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되니.... 책부터 읽자.  

6. <<로빈슨 크루소>>  

여러 작가들이 패러디를 할 만큼(최근 한국영화도 한 편 있었는데.. 아, <김씨표류기>) 이 이야기는 생명력이 강하다. 참, 그에 비해 디포가 이 책을 통해 번 돈은 50파운드에 불과했다니... 

7. <<걸리버 여행기>>  

허구적 여행기라는 형식과 대담무쌍한 '뻥'이라는 내용의 결합. 풍자가 미학적으로 완성도를 얻으려면 풍자의 대상이 사라진 후에도 하나의 텍스트로서 매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그것을 성취한 듯하다.  

8. <<말괄량이 삐삐>>  

삐삐를 부르는 산울림 소리...어쩌구 하는 텔레비전 연속극의 주제가가 떠오른다. 원작을 읽어봐야지. 아동문학 전공하는 친구들은 이 작품을 대단히 좋아하더군.  

9. <<해리  포터>> 시리즈  

난 책으로도 영화로도 해리 포터를 만나지 않았다. 유행을 따르기 싫어하는 기질 때문이다. 이제 뭐 이 책도 슬슬 철 지난 책이 되고 있으니 읽어볼 만하겠다. 특히 롤링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서 일했다는 것을 안 뒤로는 작가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해서 한 번 읽어보려고 생각했었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 법이고, 대단히 훌륭한 책이라고 하는 것들도 양이 너무 많다. 그러니 이 책에 소개된 50권의 책 중에서 자신이 읽은 책이 별로 없다고 스스로 탓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서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책 50권"을 스스로 선정해 보는 게 더 유익할 것이다.  

 

 

ps.   

이 책의 편집에 대해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일단 국내에 번역된 책이 있을 경우, 리스트에 있는 책을 소개한 말미에 번역판을 챙겨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책의 크기를 조금 작게 하고 가볍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시간날 때마다 꺼내 읽어봤는데 무겁긴 무겁더라. 책값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도판도 좀 더 해상도 높게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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