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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스, 어디 있니? ㅣ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28
존 버닝햄 글.그림, 김정희 옮김 / 현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아기 적에는 밥을 잘 먹던 아이가 5살이 넘으면서 한자리에서 음식을 먹기보다는 돌아다니는 때가 많아졌다. 그러자 두 살 아래인 동생도 그 행동을 따라한다. 이쯤 되면 엄마와 아빠의 잔소리가 난무한다. 하지만 그렇게 윽박지른다고 말을 듣는 아이들은 이제 없다. 매를 맞아서 두려움에 떠는 아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아이는 이제 나도 움직일 줄 알고 밥 먹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무언의 시위다.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지만 식사시간에 같이 얌전히 앉아서 밥 먹는 것이 여전히 숙제다.
그래서 이 책을 구입했는데 기발한 방법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역시 존 버닝햄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더 공감해주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라고 하는 것 같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놀이가 한참 재미있는 모양이구나.
집을 짓고 있구나. 늑대랑 싸우는 중이구나. 해 뜨는 모습을 보는 중이구나.'
아이의 놀이를 방해하기 보다는 아이가 지금 가있는 지구촌 곳곳에 음식을 배달해준다.
또 아이가 좋아할 만한 메뉴를 만들어낸다.
그것도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가면서, 최소한 하루에 한번은 아빠가 식사를 준비한다.
아이와는 별개로 너무 바람직한 아빠의 모습에 이 책을 남편에게 권해주고 싶다. ㅎㅎㅎ
무엇보다 이 그림책의 숨은 묘미는 역시 그림읽기다.
현실은 흰색의 여백을 많이 남겨두고
아이의 상상 속은 페이지를 꽉 채워 채색을 해놓았다.
아이의 밥을 따로 쟁반에 차려서 가져다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아빠의 표정이 좋지 않다.
무한한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줄리어스에게 어떤 메시지를 계속 주었을 것이다.
‘엄마는 줄리어스와 함께 식사하고 싶구나.’
‘이 음식은 식으면 맛이 없단다.’
‘밥 먹고 엄마 아빠랑 같이 하자꾸나.’
어떤 말을 했는지 기록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이를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무엇을 가르치더라도 아이를 존중하고 시작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부모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밥을 배달할 때 따라다니는 동물들이 있다. 그 동물들의 역할을 잘 찾아보길 바란다.
줄리어스는 왜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을까?
앞으로 계속 줄리어스는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질문이 남는다. 그 답은 각자가 찾으라는 것 같다.
오늘 밤에는 줄리어스가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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