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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평점 :
이번에 읽은 책은 오랜만에 두꺼운 책, 그리고 요즘 관심이 있던 글쓰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책인 '글쓰기 동서대전'이다. 책을 읽으며 전체적으로 느낀 가장 강한 인상은 '작가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자료를 검토했구나'라는 점. 거기에 하나 덧붙이면 철저히 내 생각이지만 글쓰기의 가장 핵심은 '개성'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서도 물론 '자기다움'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여러 동서양의 많은 글쓰기er들의 이야기들을 보며 느낀 건 결국 '개성'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이 더해지면 훌륭한 글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일단 제목도 글쓰기 동서대전인데 실제로 읽으면서 보면 아무래도 동양에, 특히 조선에 많이 집중되어 있는 연구임이 느껴진다. (물론 쇼펜하우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서양의 인물들이 나오긴하지만 그들에 비해 깊게 탐구되었다 여겨진 건 대개 조선인이었다.)
그 이유는 저자 소개에서 찾을 수 있는데, 저자인 한정주 님에 관한 소개를 보자.

저자님은 역사, 고전 연구가신데, 아마도 서양까지 다룰 수 있는 폭넓은 지식은 젊은 시절의 사회과학 공부에서나온 게 아닌 가 싶다. 아무튼 조선에 관련된 책을 많이 쓰셨고 특히 조선 지식인에 관심이 많으신 듯 하다. 동서양의 차이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뿌리이기도 한 동양이 좀 더 중심에 있는 느낌? 책을 읽으며 그런 느낌이 좀 들기도 했다.
책은 굉장히 두꺼운 책이고 그 내용을 방대하게 리뷰에 펼쳐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이 책을 접할 수 있게 도움을 줄 만한 부분들과 내게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발췌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책 초반에 나왔던 부분이다.

이 책의 핵심을 지르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자기다움 + 자유로움 + 자연스러움 의 합이 곧 좋은 글쓰기가 나오는 것이라는 거.
나도 특히 평소에도 개성의 중요성을 좀 더 마음에 두고 있었어서 와닿았던 걸 수도 있는데 여기서 다뤄지는 많은 인물들 중에 '개성'없는 이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자유롭고. 그 자유가 곧 자연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고. 이렇게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좋은 글쓰기가 나온다는게 여기서의 핵심이다. 또 이 책이 동서양 중에 누가 더 잘났네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권임에도 궁극에 이르면 한 길로 통하는, 그런 걸 보여주는 책이라 그런지 여기 나온 부분이 제일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루소가 계몽을 하는, 신에 갇혀 있던 세계에서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를 표현하는 부분인데, 결국 '자연스러움'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린다. 모든 글쓰기는 그 글이 쓰여지는 시대상을 무시할 수가 없고 그래서 이 책에서도 이런 다양한 배경 상황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풍자 라는 분야가 조선에서도 상당히 혁신적인 일이었음을 다룬 후 여기서는 일본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을 이야기 하는데 특히 소세키의 책을 들어서 그만의 개성을 바라본 '속물주의'에 대한 통렬한 일침을 말한다. 대개 사람들이 표현형을 보는데 급급해서 그 근본적인 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대한 작가들은 내면의 진실을 투명하게 투영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아큐정전을 연극으로 만든(각색 후 ㅎ)걸 보고 나서여서 그런지 신해혁명을 다룬 아큐정전에 대한 특이적 모습을 말하는 부분이 재미있어서 찍어두었다.
우리도 마찬가지. 지금 사는 세상이 진짜 자유로운 세상일까?

내게 인생책 중 하나인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카잔차키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놀랍게도 그는 저 예전 민족주의 국가주의가 매우 강맹하던 시절에 그에서 벗어난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의 자의식 그게 곧 개성이면서 자신의 글쓰기를 완성해 주는 최고의 무기가 아니었을까?
이 책은 정말 다양한 작가들을 다루고 있어서 내가 모르는(아쉽게도...) 작가들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게 곧 궁금증으로 이어져 이 책을 덮은 후에 더 많은 사료들을, 작가들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여러모로 두꺼워서 처음 읽기는 겁이 나더라도 읽으면서 큰 도움을 준 책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