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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숙제
김다노 지음,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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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이랑이와 현욱이, 미래를 다시 만나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마지막에 떠나게 된 이랑이가 못내 아쉽고 그리웠었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데, 이랑이와 친구들의 우정이 빛이 바랠까봐 걱정되기도 하였다. 

그랬는데 비밀 숙제 시리즈로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니 정말이지 들뜬 마음이었다. 이랑이는 그새 어떻게 지냈을까? 남은 아이들은 꿈에 좀 더 다가서고 있을까? 서로 새로 사귄 친구들에 질투하지는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새록 새록 생겨났다. 마치 생각지도 못한 그리운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이만큼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까닭은 전 작인 비밀 소원에서 다양한 가정 환경의 아이들이 성장통을 겪으며 제 꿈을 찾고, 우정을 지켜 나가고, 나다움을 찾는 과정이 또르륵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이 제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문제들에 상처 받지만 그걸 현실의 틈 바구니 안에서 내면적 성장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모습, 우정의 소중함을 꼭 갈등을 겪는 과정으로 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다룬 모습. 성 편견으로 치우칠 수 있는 부분들을 세심하게 풀어냈던 점들 때문에 작가님의 작품이라면 믿고 읽자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역시나 두 번째 비밀 시리즈인 비밀 숙제에서도 작가님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하면서도 굳센 시선이 좋았다. 차별로 인한 상처로 또 다른 차별을 만들지 않겠다는 철학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고,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들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먼 곳을 날아와 적응하는 이랑이의 솔직한 마음을 틀에 박히지 않게 표현해주셨기 때문이다.

또 이랑이와 마야, 폴과의 관계도 으레껏 쓰여지는 오랜 친구와의 갈등을 통해 우정이 완성됐다는 서사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우정이 깊어져 간다는 점도 이 작품이 지닌 따뜻함이라고 생각한다. 

차별을 그리되 냉소적이지 않고, 아픔을 헤아리되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아이들의 마음에서, 
어른들 조차 잊기 쉬운 것들을 상기 시킨다. 누구도 타인에게 상처 줄 자격이 없다는 것, 참거나 되갚아 주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 등을 말이다. 

이랑이와 현욱이, 미래가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 다른 비밀 시리즈를 통해 이랑이와 현욱이 미래를 다시 만나고 싶다. 오늘처럼 그리운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것 같다. 

그리고 만약 3편이 나온다면 현욱이의 이야기가 아닐까? 1편 비밀 소원은 미래를 중심으로, 2편 비밀 숙제는 이랑이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니, 3편의 중심 이야기는 현욱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때는 작가님께서 10대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도 들려주셨으면 좋겠다.

잠시 헤어졌지만 다시 만나게 될 비밀 소원 친구들을 기다리며 이랑이와 현욱이, 미래가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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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의 공원 사계절 그림책
사라 스테파니니 지음, 정혜경 옮김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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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가의 첫 그림책. 마르그리트의 공원.

민트색 표지가 화사하게 맞이하는 그림책이다. 은은한 색조 사이에서 아저씨의 빨간 모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표지를 얼핏 보기만해도 채색과 표현 기법이 다양한 책임을 눈치챌 수 있다. 

반투명지 위에 그려진 강아지와, 줄을 잡고 있는 아저씨는 배경 위에 얹어 놓는 기법으로 올려져 있어 곧 표지에서 뛰어 나올 것처럼 입체적이다. 

이처럼 여러 표현 기법이 사용되었다. 그림과 글 장면을 나누는 부분에서 무채색이 되기도 하고, 강아지의 꼬리나 아이의 발재간은 속도를 느리게 한 카메라로 촬영한 듯 이미지를 해체하고 분절하여 속도감이 느껴지게 한다. 마르셀 뒤샹의 미래주의적 화풍이 떠오른다.


그렇게 표현 기법에 감탄하며 읽다 보면 문득 실소를 터뜨리게 되는 장면이 있다. 개와 개 주인의 닮은 점을 비교하는 컷인데, 마치 한 그림에 다른 그림을 트레이싱하여 스케치 한 뒤 그림을 덧그린 것처럼 둘 사이는 종이 다름에도 똑 닮아있다. 

아이가 혼자 공원에 나서며 느낀 쓸쓸함, 외로움을 내세우지 않고, 아이의 시선에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재미있게 관찰한 것을 엄마에게 들려주는 모습이 따스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집과 공원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게 공원 배경이 비춰지게 트레이싱지를 놓고 단순한 선으로 집을 표현한다. 공원의 많은 것을 담은 아이가 공원의 모습을 엄마가 계신 집에 그대로 가져오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게 한다. 

아이는 엄마의 공원에 대한 그리움을 덜어낼 방법을 고심한다. 그리고는 떠올린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긴다. 엄마를 향한 몇 날 며칠의 애정이 쌓여 엄마의 공허한 마음을 가득 채우게 만든다. 독특한 기법 뿐만 아니라 가족애가 부리는 마법에 마음이 일렁인다.

이때에도 집을 표현한 방식(트레이싱지와 단순한 선)은 같지만, 숲으로 채워지며 이전 장면과 대비된다. 엄마와 아이의 모습도 비슷한 구도의 장면에 비해 색의 선명도가 올라가 있다. 집이라는 공간에 공원의 생명력이 넘실댄다. 

끝물에서는 공원과의 경계가 아예 무너지며, 집이 곧 마르그리트의 공원이 된다. 실제로는 그렇게 빨리 자랄 수 없는 식물이 환상적으로 그려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이의 엄마에 대한 애정과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의 다양한 표현 기법을 느낄 수 있는 작품.

마르그리트의 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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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
나타샤 패런트 지음, 리디아 코리 그림, 김지은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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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표지를 먼저 들여다 보았다. 강렬한 빨간 리본과 자그맣게 그려진 여덟공주의 모습이 보였다. 어린시절에 읽고 보았던 수많은 공주들과는 왜인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났다. 


마법사와, 공주 그리고 마법과 같은 일들은 공주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에서는 달랐다. 


아름다워야 하고 기품 있어야 하는 왕족이나 귀족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공주들의 용감하고 헌신적인 이야기었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진 여덟 공주의 모습을 보자 떠오른 그림책들이 있었다. '노를 든 신부'와 '인어를 믿나요?'였다. 전통시 되어오던 남성성, 여성성에서 벗어나 나다움을 드러내는 주인공들이 여덟 공주와 참으로 많이 닮았다. 


이를테면 모험을 떠나는 공주, 항해를 꿈꾸는 공주, 악어와 함께하는 공주, 아파트 아래 정원을 가꾸는 흙투성이 공주, 기사들로부터 구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 마녀를 찾아가는 공주, 아름다워야 한다는 가스라이팅으로부터 자신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공주까지. 

어린 시절 보았던 연약하고, 구해지고, 드레스를 입고 왕관을 쓴 그녀들과는 달랐다. 그렇지만 더 아름답고 기품이 넘쳤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나오는 여성의 강인함이 비단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힘'으로만 치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더 인상깊었다. 여성도 충분히 힘이 넘치고, 모험을 떠나고, 용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약한 이를 돌보는 따뜻함, 쿠키 한 조각의 온기를 전하는 사려깊음 역시 여성이 가진 강인함임을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이렇게 적다보면 한쪽 성에 대해서만 우월하게 그리느냐로 불편한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돈 대신 책을 택하는 바실리 할아버지, 멀리 항해를 떠나서도 약속을 잊지 않는 선장의 아들 등 남녀 구분없이 인간이 가진 정의와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로즈와 아이슬링 이야기였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이지만 가장 슬프고도 아름답게 읽히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한 번 쯤은로즈와 아이슬링처럼 이 우주를 살아가는 다른 종족과 같이 느껴지는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을테니까. 


공주와 왕자의 로맨스는 눈을 씻고봐도 찾을 수 없지만, 대신 이 책에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의지, 용감함, 용맹함, 헌신, 뜨거운 사랑, 대담함, 저마다의 아름다움, 동식물을 사랑하는 마음, 지켜내려는 공주들의 굳은 의지가 담겨있다. 


마법의 거울의 도움으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에 대한 힌트를 얻듯이, 이 책으로 아홉번째 공주인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들여다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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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말 사전 슬기사전 3
박효미 지음, 김재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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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말 사전. 제목부터 눈길을 잡아끄는 작품이다. 착한 말 사전이었다면 교훈주의로 똘똘 뭉쳐 고루하고 지루할 것 같아 펼쳐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몸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 식품이 시시때때로 땡기는 것처럼 괜히 한 번 들춰보게 된다. 표지의 그림마저도 강력하다. 하지만 잡아오라던 나쁜말이 속된말로 육두문자가 아니라, 우리의 편견 섞인 말이었다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요깃거리가 아님을 알고 진지하게 또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이 책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편견이 드러나는 말을 쓰면서도, 편견인줄 모르던 때가 생각났다. 이제는 용어가 바뀐 저출산이라는 단어인데, 이제는 저출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왜 바뀌었는고 하니, 여자가 적게 낳는다는 의미의 저출산은 저출생의 이유를 여성에게서 찾음으로써,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저출생의 다양한 사회적 원인을 간과하게 만들어 해결책 또한 제대로 도출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나쁜말이 나쁜말인줄 알아야 색안경을 벗고 세상을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어른인 나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차별과 비하의 말들이 친숙하고 다양한 주제로 제시되고 있다.

말이라는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하다. 언어에 사고가 담기고, 또 반대로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생각이 만들어지기조 하니까. 별거 아닌 말로 유난떤다고 생각하지 않고, 편견이 포함된 나쁜말은 잡아내 고쳐야 발전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변화해갈 때 모두에게 기회가, 차별로 인한 상처가 빨리 회복될 것이다.

실제로 내가 했던 나쁜 말을 죽어서 잡아오게 된다면 몇 쪽이나 나올까? 몇 권쯤 되면 부끄러워서 어떻게 하지?
무심코 썼던 표현들이 가르고, 상처주는 말이었음을 알게되었다. 쓰지 않거나 바꿔쓰려는 노력만으로도 슬기롭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읽어야할 책. 나쁜말 사전!
바르고 고운말만큼이나 눈여겨 보고 경각심을 가져야할 나쁜말들이 다 잡혀, 더이상 이 책에 있는 말들이 일상어가 아니기를 바란다.

앞서 나온 열살 사랑, 블랙아웃, 노란 상자 작품에 빠져들어 읽었던 지라 박효미 작가님하면 일단은 믿고 사보곤 했는데, 호흡이 긴 동화는 아니지만 이 책에서도 작가님의 재치가 느껴졌다. 후루룩 읽어낼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생활 속에서 영향을 줄 것 같은 나쁜 말 사전!!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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