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의 공원 사계절 그림책
사라 스테파니니 지음, 정혜경 옮김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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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가의 첫 그림책. 마르그리트의 공원.

민트색 표지가 화사하게 맞이하는 그림책이다. 은은한 색조 사이에서 아저씨의 빨간 모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표지를 얼핏 보기만해도 채색과 표현 기법이 다양한 책임을 눈치챌 수 있다. 

반투명지 위에 그려진 강아지와, 줄을 잡고 있는 아저씨는 배경 위에 얹어 놓는 기법으로 올려져 있어 곧 표지에서 뛰어 나올 것처럼 입체적이다. 

이처럼 여러 표현 기법이 사용되었다. 그림과 글 장면을 나누는 부분에서 무채색이 되기도 하고, 강아지의 꼬리나 아이의 발재간은 속도를 느리게 한 카메라로 촬영한 듯 이미지를 해체하고 분절하여 속도감이 느껴지게 한다. 마르셀 뒤샹의 미래주의적 화풍이 떠오른다.


그렇게 표현 기법에 감탄하며 읽다 보면 문득 실소를 터뜨리게 되는 장면이 있다. 개와 개 주인의 닮은 점을 비교하는 컷인데, 마치 한 그림에 다른 그림을 트레이싱하여 스케치 한 뒤 그림을 덧그린 것처럼 둘 사이는 종이 다름에도 똑 닮아있다. 

아이가 혼자 공원에 나서며 느낀 쓸쓸함, 외로움을 내세우지 않고, 아이의 시선에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재미있게 관찰한 것을 엄마에게 들려주는 모습이 따스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집과 공원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게 공원 배경이 비춰지게 트레이싱지를 놓고 단순한 선으로 집을 표현한다. 공원의 많은 것을 담은 아이가 공원의 모습을 엄마가 계신 집에 그대로 가져오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게 한다. 

아이는 엄마의 공원에 대한 그리움을 덜어낼 방법을 고심한다. 그리고는 떠올린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긴다. 엄마를 향한 몇 날 며칠의 애정이 쌓여 엄마의 공허한 마음을 가득 채우게 만든다. 독특한 기법 뿐만 아니라 가족애가 부리는 마법에 마음이 일렁인다.

이때에도 집을 표현한 방식(트레이싱지와 단순한 선)은 같지만, 숲으로 채워지며 이전 장면과 대비된다. 엄마와 아이의 모습도 비슷한 구도의 장면에 비해 색의 선명도가 올라가 있다. 집이라는 공간에 공원의 생명력이 넘실댄다. 

끝물에서는 공원과의 경계가 아예 무너지며, 집이 곧 마르그리트의 공원이 된다. 실제로는 그렇게 빨리 자랄 수 없는 식물이 환상적으로 그려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이의 엄마에 대한 애정과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의 다양한 표현 기법을 느낄 수 있는 작품.

마르그리트의 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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