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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 다 있다! - 크고 높고 많고 다양한 아시아의 모든 것 반갑다 사회야 30
조지욱 지음, 국형원 그림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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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리를 가르치다 보면 교과서의 몇 줄로는 한계를 느끼게 된다. 몽골은 이런 나라, 중국은 이런 나라. 한 두줄로 설명해 놓은 설명글을 읽으면 역사 문화적 측면에서 왜 그런 특성을 띄게 되었는지 피상적이고 와 닿지 않을 때가 많다. 즉 그 나라만의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그렇다고 인터넷 검색을 시키지나 지엽적이거나 방대한 정보, 관광에 치우친 정보가 많아 고민이 많았는데, 그 때 이 책을 만났다.

 

아직은 아시아만 나왔지만, 6대륙에 대한 책이 모두 출간된다면 세계 지리 수업에 이만한 책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제로 쓰인 것처럼 크고 높고 많고 다양한 아시아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남부아시아 동남아시아, 동부아시아로 권역을 나누어 묶여 있는 나라들이 가진 비슷한 특징들을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속해 있는 각 나라들의 개별적인 수도, 언어, 종교, 한국과의 관계, 현지 사진, 특징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어 학생들이 아시아 각 나라들을 좀 더 생생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도 풍성한 정보가 제공되어 조사학습이나,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할 듯 했는데 2부가 또 있었다. 2부는 더 촘촘히 살펴보는 아시아 파트로, 아시아의 이름과 범위, 아시아의 자연, 아시아의 자랑거리, 아시아의 인구, 아시아의 음식, 아시아의 언어, 아시아의 종교, 아시아의 갈등과 분쟁까지 다루고 있어 아시아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할 때 유용한 파트였다. 또 분야별 주제로 차근차근 다시 한번 설명하니, 앞에 개략적으로 제시되었던 지식과 정보들을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정보를 단순히 늘어놓는데 그치지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또 분야별로 엄선하여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저력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했더니, 저자가 현직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이시라고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시면서 접하신 노하우와 내공으로 꼭 필요한 아시아에 대한 지식을 엄선해서 제공했다고 하니 믿고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장점 중에 하나는 컬러풀한 사진이 곳곳에 배치되었다는 것이다. 현장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마치 아시아 곳곳을 실제로 여행하는 듯한 사진 배열로 아시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식 정보 책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아시아 고유의 매력을 사진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간략한 조사학습부터 주제별 깊이 있는 이해까지 총망라하고 있으니 필요에 따라 활용도가 높은 책이다. 그런 이유로 세계 지리를 배우는 고학년부터 고등학생들, 세계 지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고, 아시아 뿐만 아니라 다른 대륙도 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6대륙 책이 모두 출간된다면 학생들과 조사학습을 하는 등 세계 지리 수업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한 설명, 현장감 넘치는 사진, 매력적인 분야별 주제가 이 책엔 다 있다! ‘아시아엔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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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 BIB 출판영예상 Dear 그림책
조은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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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놀랍다. 선녀와 나무꾼. 그리고 오징어와 튀김. 작가의 상상력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나무꾼이 썩을 놈이라는 작가의 표현 거침도 없다. (얘들아 귀 닫아^^;)

그 전에 오징어가 갖고있는 그 의미가 참 그렇다. 그 오징어가 이 오징어일까? 솔직히 표지를 보면서 모두가 생각했을 법한데 묘하게 글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작가의 의도일까 내 해석일까. 참 이 그림책 묘하다.

그런데 놀라움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유는? 내용이 신박하니까. 바른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생각을 바꿔봐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떡볶이 먹으러 가기 보다는 학원 가야 한다는 친구에게

난 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먹고 싶은 거 다음에. 놀고 싶은 거 다음에. 하고 싶은 것도 다음에. 다음에 언제?”

다음에도 우리가 떡볶이를 먹으러 가게 될까?”

우와.. 나 역시도 이러한 말에 가자무조건 가자라는 말이 나왔을 것 같다. 십대에 이런 말을 하다니 너무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런 문구 하나하나가 참 몰입감을 가져온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라는 제목이 무슨 말을 의미하는 지를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친구에게 계속 사라고 했던 친구. 그런 친구가 결국은 남자친구에게는 재빨리 지갑을 여는 친구. 무릎을 탁 쳤다. 아 맞다. 십대였지.

어느덧 십대를 지나온 지도 20년 가까이 되면서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는 참 왜 그랬을까. 조그마한 것에도 순수하게 내 마음을 다했다면 그 마음대로 친구도 해 주기를 바래서 일까. 아님 그러한 친구를 찾기 위함일까. 나 역시도 작가처럼 그러한 사람이었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작가의 이야기에 참 공감이 많이 된다. 예전의 친구들은 잘 살고 있을까. 우리 참 그때 아무 생각없이 잘 지냈지. 참 추억도 많은데. 다시 만나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고 그렇네 그치? 후회보다는 좀더 보고싶음, 나의 십대에 대한 그리움에 가까운 부분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너희 나이 때가 참 좋을 때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럼 당연히 답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라고 1초도 안 되어 답이 돌아온다.(뭣도 모르고)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나의 그리운 십대. 안녕하니? (응답하라~)

장기기억 깊숙이 접어놓은 나의 십대에게. 그리고 나의 친구였던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해본다.


잘 지내지? 우리는 지금도 친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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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영의 친구들 -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아동문고 105
정은주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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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담는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 교사인 나에게 교장선생님이 도의원이 죽음에 대한 교육 조례를 만든다고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어떻게 시작하여야 할지부터가 참 막막했다. 그저 나에겐 참 어려운 소재였고 주제였다. 어쩌면 기소영의 친구들은 그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그 교육에 대한 접근, 방향을 알려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우리 학급 안에 누군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책의 아이들처럼 가짜뉴스라며. 친했던 친구들 조차 멍한 상태에서 괜히 우물쭈물하게 되지 않았을까. 나 역시 가까운 친구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슬픔보다는 멍함이 먼저 왔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때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세상을 떠난 친구에 대해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들이 늘 있었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보내면서 그 친구가 그런 면모가 있었구나를 더 알게 되는 그 때. 그 친구는 참 소중했지. 친구는 지금 우리 곁에 없지만 같은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그 친구는 다행히 외롭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겠구나를 느끼게 될 때 마음 한 구석에 그 친구를 잘 묻어줄 수 있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부모님과는 여전히 안부를 주고 받는다. 자주는 못 하지만. 소영이 할아버지와 소민이 역시 마음이 어떨지는 조금이나마 느껴진다. 채린, 나리, 연화, 영진, 호준이는 아마 현실세계의 나처럼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나에게 역시 그 친구는 열정을 가졌고, 따뜻한 봄볕같이 영향을 주었다. 마치 채린이가 느꼈던 소영이의 모습처럼. 시간이 벌써 10년이 지나가며 서서히 기억은 지워지고 있지만 그가 남겼던 따스함은 아직도 남아있다. 왜인지 오늘 멀리 묻힌 친구에게는 갈 수 없지만 친구 부모님께 연락 한 번 드려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글을 쓰면서 괜히 눈물이 나는 건 등장인물들의 마음과 공감이 감과 동시에 친구들처럼 더 적극적으로 그리워하지 못한 나에 대한 반성이 되기 때문일까. ‘숨기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그리워해도 돼!’라고 그 때의 나에게 이야기 하고 싶어지기 때문일까.

소영이의 못 찾겠다 꾀꼬리가 마음을 참 울린다. 그런 소영이에게 우루루 다가가는 친구들을 보며 소영이는 얼마나 마음이 따뜻하게 세상을 마무리하였을까. 그리워하지만 꿈 속에서조차 붙잡지 않은 작가의 설정은 머리로 이해는 되지만 마음이 참 묵직해지는 부분이었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우리가 잘 기억하겠다고. 남아있는 가족들도 우리가 함께 하겠다고.

글을 마무리하며 표지를 다시 보았다. 노을빛이 참 예쁘다. 친구들의 밝게 인사하는 모습이 새롭다. 소영이 역시 미련보다는 친구들에게 평소와 다르지 않게 걱정말라고 인사하는 것만 같다.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교육을 망설였던 나에게 종을 울리는 책이다. 곧 조례가 통과하면 학교에서도 교육을 진행하게 되겠지만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한다. 나 역시도 그 나이에 그래왔고 그 이후에도 어려웠으니 아이들에게도 친구를 기억하는 이런 방법이 있어라고 하나의 방향은 이야기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 여기 없는 소영이를 기억하게 해 준 것처럼 내 친구를 기억하게 해 준 이 책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교육의 한 방향에 전환점을 준 작가님에게도 또 한 번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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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 장 그림책 사계절 그림책
이억배 지음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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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배 선생님의 은은한 작품책이 다시 나왔다는 말이 너무 반가웠다. 한 장 한 장 그림책. 제목부터가 재밌다. 표지에서부터 많은 등장인물이 뒤에 나올 이야기도 지켜보라 이야기 해주는 것만 같다. 이억배 선생님의 작품은 늘 그렇듯 그림책을 쉽게 넘기지 않게 하고 장면 하나 하나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여유를 가져다 준다. 이번 작품 역시 그렇다.

 

가만 가만 소리가 들려

 

처음엔 무엇일까 했다. 그리곤 금세 그림에 빠져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지 못하고 그림 하나 하나에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봄의 간지러운 느낌을. 싱그러고 밝은 느낌을. 아이들의 웃음이 장면 하나에 가득 담겨 있는 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첫 그림에서 나를 사로잡게 했다. 한 가득 즐거움을 안고 다음 장을 넘겨보니 키득키득 큭큭큭이란다. 동물들이 키득키득 거리는 사이에 염소가 책을 다 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그림을 보았다. 나는 다시금 그림에 빠져 밑에 열심히 책을 읽는 동물들과 교감하였다. 그리고 나무 줄기를 따라 올라가니 비로소 염소들을 발견했다. 그리곤 ! 글에서 나온 염소가 책을 먹고 있는 장면이 이거였구나!’ 무릎을 탁 쳤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이억배 작가님이 이번 책은 97년부터 포스터로 만들어낸 작품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거라 했다. 그러니 글을 나중에 작성하셨을터. 작가님처럼 그림을 먼저 쭉 살피고 글을 보며 작가님이 우리에게 주는 그림 힌트를 찾는 것도 이 책을 재밌게 읽는 방법 같다. 나 역시도 그림을 보고 난 후에 다시 한 번 글을 읽으며 책과 소통하였으니 말이다.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림체에 놀라게 된다. 특히 날치의 모습에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구도로 얘기하고픈 내용들을 멋지게 담아낼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몇 분을 그 페이지 안에서 숨죽이고 보다 한 쪽을 더 넘기자 훨훨내가 가장 애정하는 페이지가 나왔다. 정말 경이롭다는 말이 딱 맞다. 어떻게 그림 하나로 내 어린 시절로 훨훨보내실 수가 있지? 가운데 아이들 중 한 명이 되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동화 한 장면 한 장면 돌려보며 푹 빠지게 된다. 그림의 퀄리티는 이미 너무 좋기에 이야기 장면을 보면서 이런 동화였었지 하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작가님 역시 같은 느낌이었을까. 여러 이야기를 담고 글을 쓰시다 보니 ? 무슨 이야기 훨훨 날아가는 이야기.’ 라 쓰셨네. 처음 글만 보았을 땐 무슨 말인지 잠깐 모르기도 했지만. 나를 훨훨 어린 시절로 보내버린 이야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렇게 한 장 한 장 넘기다 작가님의 위트가 절정에 달하는 삐그덕째그덕 쿵에서는 정말이지 표지에 담아두신 이유까지도 이해하게 했다. 아이들과는 표지에서 어떤 장면인 것 같은지를 먼저 얘기해 보시고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악어 사서가 발을 헛디디는...(줄임) 너구리가 쿵! 하기 3초 전.’이라니. 처음엔 무슨 말이지 하고 생각하면서 악어 사서를 찾아갔다. 그리고 원숭이를 찾으며 또다시 무릎을 탁쳤다. 정말 대단하시다. 너구리가 쿵하기 3초전. 딱 그말이 맞다. 너구리에게 이야기해 주고 도와주고 싶은 지경이다. 모두가 책을 몰입하고 있는 이 페이지에서 곧 소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렸으랴. 코끼리는 알았을수도.

 

쓰다보니 내용을 많이 담게 되었지만 그래도 읽어보시면 제가 이야기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많은 재미를 보고 있는 여러분을 발견하시고 있을 겁니다. 그림을 먼저 보고 글을 읽어보는 것 꼭 추천합니다. 아참! 제일 마지막에는 각 페이지마다의 등장인물이 나와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읽으실 때는 같이 이야기해보며 찾아보는 것도 추천! 이억배 선생님이 오랜만에 낸 책에 반가움과 동시에 읽고 나니 다음도 더 궁금해집니다. 오랜만에 그림책을 이렇게 오래 읽어본 적이 있나 싶네요. 오늘 다시 한 번 읽어보면 또 다른 재미가 올 것 같은데. 이번 이 책은 한 번 읽고 마는 그림책이 아닌 갖고 싶고 또 다시 읽고 싶은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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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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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꽃을 피워한 구절이 마음을 울렸다. 식물을 키우다보면 생각보다 꽃을 피워내기가, 열매를 맺게 하기가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볕의 양, 습도, 물 주는 양 등 뭐 하나라도 어긋나면 금세 시들어 버리거나 과습되어 버리는 것이 식물이다. 그런데 야생화나 잡초는 세찬 비에도, 작열하는 태양 볕 아래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정인이와 닮았다. 온실 속 화초같이 자라는 친구들 속에서 척박한 땅을 스스로 읽구는 모습이. 네잎 클로버의 행운은 고사하고, 세잎 클로버의 평범함조차도 가질 수 없는 없는 모습이.

 

사실 나는 불행을 대상화한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 속 주인공을 혹은 현실에 존재할 누군가를 떠올리며 값싼 위안이나 동정을 하고 싶지 않다. 처지가 비슷하더라도 주인공은 이렇게 꿋꿋한데 너는?’처럼 극복을 종용받는다든지, 책장을 덮고 마주해야 하는 그대로인 현실이 달갑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클로버는 달랐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마법과 같은 순간과 존재가 등장하지만, 주인공의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해주지도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 천사의 구원도 아닌 휴가 중인 악마의 유혹만이 존재한다. 그렇다고해서 비루하거나 고통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현실에 환상이 미치지 못함으로써 주인공은 현실에 내딛는다.

 

만약에는 누구나 꿈꾸는 단어일 것이다. ‘만약에 로또에 당첨된다면?’ ‘만약에 건강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만약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만약에 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만약에가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현재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고서라도 이루게 해달라고 할 사람은 나를 포함하고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내가 정인이라면 어땠을까. 만약에만 덧붙이면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듣고. 악마와의 계약이지만, 목숨값도 아니고 그저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댓가를 치르는 것뿐이라면. 당장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인은 악마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 수없이 펼쳐지는 유혹에 갈등하고 고뇌한다. 정인은 극에 달한 마지막까지도 헬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정인이가 어떤 선택을 할지 가슴 졸이며 지켜보았고, 마지막에는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응원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살면서 수만 번 품었던 만약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책장을 덮고 바라본 현실이 묘하게 달라진 듯하다. 아니, 책을 읽고 삶이 다르게 느껴진다. ‘만약에를 그리며 붕 떠 있던 삶이 이제야 온전히 내 것 같다. 달든, 쓰든 내가 가꾸어오고 가꾸어 나갈 삶.

 

성경, 파우스트 등 풍부한 인용과, 매력적인 삶의 태도, 허를 찌르는 유머가 계속해서 시선을 잡아끄는 책이었다. ‘극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 하세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피어날 겁니다. 응달에서도 꽃은 피니까요.’ 작가님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다. 이 이야기야 말로 응달 속에서 핀 한 송이 꽃 같다. 현실에 내린 뿌리가 깊고, 달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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