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한 장 그림책 사계절 그림책
이억배 지음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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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배 선생님의 은은한 작품책이 다시 나왔다는 말이 너무 반가웠다. 한 장 한 장 그림책. 제목부터가 재밌다. 표지에서부터 많은 등장인물이 뒤에 나올 이야기도 지켜보라 이야기 해주는 것만 같다. 이억배 선생님의 작품은 늘 그렇듯 그림책을 쉽게 넘기지 않게 하고 장면 하나 하나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여유를 가져다 준다. 이번 작품 역시 그렇다.

 

가만 가만 소리가 들려

 

처음엔 무엇일까 했다. 그리곤 금세 그림에 빠져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지 못하고 그림 하나 하나에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봄의 간지러운 느낌을. 싱그러고 밝은 느낌을. 아이들의 웃음이 장면 하나에 가득 담겨 있는 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첫 그림에서 나를 사로잡게 했다. 한 가득 즐거움을 안고 다음 장을 넘겨보니 키득키득 큭큭큭이란다. 동물들이 키득키득 거리는 사이에 염소가 책을 다 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그림을 보았다. 나는 다시금 그림에 빠져 밑에 열심히 책을 읽는 동물들과 교감하였다. 그리고 나무 줄기를 따라 올라가니 비로소 염소들을 발견했다. 그리곤 ! 글에서 나온 염소가 책을 먹고 있는 장면이 이거였구나!’ 무릎을 탁 쳤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이억배 작가님이 이번 책은 97년부터 포스터로 만들어낸 작품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거라 했다. 그러니 글을 나중에 작성하셨을터. 작가님처럼 그림을 먼저 쭉 살피고 글을 보며 작가님이 우리에게 주는 그림 힌트를 찾는 것도 이 책을 재밌게 읽는 방법 같다. 나 역시도 그림을 보고 난 후에 다시 한 번 글을 읽으며 책과 소통하였으니 말이다.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림체에 놀라게 된다. 특히 날치의 모습에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구도로 얘기하고픈 내용들을 멋지게 담아낼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몇 분을 그 페이지 안에서 숨죽이고 보다 한 쪽을 더 넘기자 훨훨내가 가장 애정하는 페이지가 나왔다. 정말 경이롭다는 말이 딱 맞다. 어떻게 그림 하나로 내 어린 시절로 훨훨보내실 수가 있지? 가운데 아이들 중 한 명이 되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동화 한 장면 한 장면 돌려보며 푹 빠지게 된다. 그림의 퀄리티는 이미 너무 좋기에 이야기 장면을 보면서 이런 동화였었지 하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작가님 역시 같은 느낌이었을까. 여러 이야기를 담고 글을 쓰시다 보니 ? 무슨 이야기 훨훨 날아가는 이야기.’ 라 쓰셨네. 처음 글만 보았을 땐 무슨 말인지 잠깐 모르기도 했지만. 나를 훨훨 어린 시절로 보내버린 이야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렇게 한 장 한 장 넘기다 작가님의 위트가 절정에 달하는 삐그덕째그덕 쿵에서는 정말이지 표지에 담아두신 이유까지도 이해하게 했다. 아이들과는 표지에서 어떤 장면인 것 같은지를 먼저 얘기해 보시고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악어 사서가 발을 헛디디는...(줄임) 너구리가 쿵! 하기 3초 전.’이라니. 처음엔 무슨 말이지 하고 생각하면서 악어 사서를 찾아갔다. 그리고 원숭이를 찾으며 또다시 무릎을 탁쳤다. 정말 대단하시다. 너구리가 쿵하기 3초전. 딱 그말이 맞다. 너구리에게 이야기해 주고 도와주고 싶은 지경이다. 모두가 책을 몰입하고 있는 이 페이지에서 곧 소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렸으랴. 코끼리는 알았을수도.

 

쓰다보니 내용을 많이 담게 되었지만 그래도 읽어보시면 제가 이야기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많은 재미를 보고 있는 여러분을 발견하시고 있을 겁니다. 그림을 먼저 보고 글을 읽어보는 것 꼭 추천합니다. 아참! 제일 마지막에는 각 페이지마다의 등장인물이 나와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읽으실 때는 같이 이야기해보며 찾아보는 것도 추천! 이억배 선생님이 오랜만에 낸 책에 반가움과 동시에 읽고 나니 다음도 더 궁금해집니다. 오랜만에 그림책을 이렇게 오래 읽어본 적이 있나 싶네요. 오늘 다시 한 번 읽어보면 또 다른 재미가 올 것 같은데. 이번 이 책은 한 번 읽고 마는 그림책이 아닌 갖고 싶고 또 다시 읽고 싶은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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