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원 (반양장) -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96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유원 #창비사전서평단
소녀들의 이야기.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생존자들의 이야기. 이제껏 많은 영화와 소설들은 살아남은 자들 보다 그들을 살게 한 이들에 더욱 주목했다. 그 비극성이 커서 그랬을까, 남아있는 이들에게 희극을 강요했고, 이제 그들은 본인으로 생존하기 위해 테두리 밖으로 한걸음을 딛는다.
유원에게는 많은 그림자가 뒤따른다. 자신을 살려준 언니, 그리고 아저씨. 숨막히게 드리워서 혼자 싫다고 말해보지만 누구도 듣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원치 않는 관심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편한지는 터득하였으나 완벽히 편하지는 못했다.
11층에서 떨어졌던 아기는 그것이 그저 재밌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였다. 아기는 아기을뿐인데 자라면서 왜들 그렇게 암묵적인 시선을 던졌는지. 그 애는 그저 유원일뿐이었다. 언니가 구한, 아저씨가 구한 유원이 아니라.
유원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한다. 아저씨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수현에게 아무 말이나 던진다. 하지만 아저씨나 주변인들과 다르게 유원은 후에 사과를 하고, 수현도 다른 이들과 다르게 사과를 받고 둘은 화해한다. 그들에게 그것은 작은 해프닝일뿐.
옥상에 서면 오금이 저렸던 유원은 아기였을 때는 떨어지는 것에 스릴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다시금 떨어지는 비행을 하는 마무리. 이 구성이 절묘하고 정확해서 책을 덮은 이후에 나는 표지를 그저 어루만질 수밖에 없었다.
"너보고 언니 몫까지 행복하라고 하지? 두 배로 열심히 살라고, 그런 말 안 해?" "해." "적당히 행복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두 배나 행복하게 살라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