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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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설화로 전개하지 않은 것이 이 이야기의 장점이다.

이 둘이었어도 큰 차이가 있지는 않겠으나

'전'의 형식이 보다 장희의 능력을 돋보이게 해준다.

'전'에서는 여성이 주인공이기 힘들다.

기껏해야 유명한 걸로는 박씨전이 대표적일테니.

박씨전은 심지어 이름도 없다.

성만 남아 박씨부인이라 불리니 말이다.

물론 이 신라 공주 해적전은 현대에서 '전'의 문체를 빌린 것이지만

'전'의 주인공이 여성이며 이름이 있다는 것에서 인정받을만하다.


장희는 장보고의 부하였던 사람으로 혼자 먹고 살 능력이 충분하다.

계략을 꾈 지혜가 있으며

그 지혜를 바로 활용할 말솜씨, 상대를 홀릴 춤과 노래실력,

여성에게 주어지기 힘든 적당한 무예 실력까지.

(상잠이 한수생을 말로 궁지에 몰려고 하자 바로 장희는 상잠이 한 말로 받아쳐주는 장면이 장희의 능력을 작은 면으로 바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기존 남성 캐릭터들에게 많이 부여됐던 클리셰적 모습이 여성 주인공에게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큰 메리트를 지녔다고 본다.

더불어 같이 나오는 한수생은 은혜를 은혜로 알고 갚으려는 착한 캐릭터로 나온다.

(게다가 공주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는... 공주는 거의 그를 하인처럼 부리는데 그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정말 부부의 연이라 생각하고 공주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현대에서 굉장히 보기 힘든 이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둘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는 가독성과도 연결된다.

장희의 다음 해적질 혹은 그 해피엔딩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궁금하고 한수생과 공주의 사랑이야기도 더 보고 싶은데

그 다음은 없다니...

그만큼 캐릭터들이 좋고 이야기가 재밌으니

'전'이라는 특성 때문에 옛문체가 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르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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