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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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독일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씨 이야기를 읽었지만, 좀 특이하군..하고 그냥 넘어갔었나 보다...내용도 가물가물..
향수는 그의 유명한 작품이지만 무식하기만한 나는 책을 사기 직전까지도 이 향수의 뜻이 perfume이 아닌 鄕愁(homesickness)인줄로만 알았다니...쥐스킨트에게 미안하다.

천재의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을 끈다.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그야말로 천부적인 선물을 받은 사람은 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기 보다는 흥미로운 대상에 가깝다...어차피 다른 차원의 사람이므로 시기심 따위는 거추장스럽기만 하니까.
그르누이도 그런면에선 흥미로운 대상이다. 누구도 그의 재능을 따라잡을 수 없다...아니 그러긴 커녕 이해조차 할 수 없으니 비통한 천재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겠군...하고 생각하지만 우리 주인공은 그 삶조차 독특하게 살아낸다.

쥐스킨트가 진드기라고 표현한 그르누이의 삶은 딱 알맞고도 생생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바람과 추위와 뙤약볕을 그저 견뎌내며 그 모든것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다 어느 순간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먹잇감 위로 몸을 던지는 진드기.
그르누이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재능을 점점 키워 나가지만, 그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을 뿐이다...인간을 경멸하고 그들의 냄새를 피해 달아나는 그르누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인류를 그르누이와 나머지 인간들 두 부류로 나누게 되었다. 나마저 그를 철저히 소외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

온갖 냄새를 풍기면서 뒤엉켜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나를 포함한 전 인류(이 또한 인류에게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와 자신의 냄새가 없는 그르누이...그 어떤 천재보다 외롭지만 그는 그 외로움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신기하게도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동화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조금은 기묘한 동화책.
(그러고 보면 우리가 어릴적에 읽었던 동화책에도 슬그머니 살인과 위협이 곁들여져 있었는데...하긴 그런 동화책보다는 살인의 수위가 높긴 하다.)
쥐스킨트가 마음에 든다. 이제 그의 다른 책 콘트라베이스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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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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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최영미씨가 쓴 <화가의 우연한 시선>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같이 일하는 대리님께 빌려 드렸더니 대리님은 보답으로 이 책을 빌려 주셨다...이 책이 더 재미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덧붙여서.

음..그러고보니 꽤 오래된 책이군.
97년엔 외래어 표기에 된소리를 허용했었나? 마싸치오, 미껠란젤로 표기가 영...눈에 거슬리는데?

시대의 우울은 <최영미의 유럽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만큼, 본격적인 그림 소개책이라기 보다는 여행기에 더 가깝다...하지만 그녀의 낯선나라 탐방은 주로 미술관으로 향하기 때문에 그림소개가 많다.
미술사를 공부한 시인...그래선지 그림을 보는 시각에도 감수성이 뚝뚝 묻어난다.(그녀는 성격도 한성격 할듯..)
빡빡하게 미술사론을 풀어내는 미학책들과도 다르고, 쉽게 그림을 설명해 주는 웬디 수녀님의 책들과도 또 다른 맛이 있다.

무슨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던 것일까..
그녀는 자신을 좀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다...그것은 여행을 하는 자들의 목적과 많이 다를바 없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들어앉은 우울이 눈에 띈다.
그렇게 무언가를 계속 찾고 갈구하는 것 같은 글이어서일까...내용이 재미있는데도 오래 읽으면 왠지 모르게 피곤함을 느끼게 되곤 했다.

하지만 글쓰는 사람이면서 그림을 잘 아는 사람을 따라가는 여행이어서인지...내내 사치스러운 외유라도 다니는 듯한 기분이어서 좋았다.  최영미씨의 팬이나 유럽의 미술관에 관심있는 이들에겐 오래되었지만 좋은 책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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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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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어스트를 유쾌한씨라고 불러주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이 책의 화자는 요즘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귀차니스트에 더 가깝다. 하지만 온통 무기력함과 공허로만 책을 썼다면 별로 유쾌하단 생각은 들지 않겠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킬킬거리게 만들었기에 나는 그를 유쾌한 씨로 불러주고 싶다.
귀차니스트+괴짜+사고뭉치의 결합체라고 하면 딱 알맞을까? 표지에 나와있는 그의 대머리 사진도 책을 덮을때쯤엔 어린시절 추억속의 개구쟁이의 사진을 보는 양 미소를 띠게 만든다.

궁금한 건 저자와 이 책의 화자는 정확히 동일인물일까 하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면 글을 쓴다는 자체도 경이로운 사건에 속할 것이다. 책에 나오는 호어스트는 글을 정기적으로 쓰거나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글 발표장까지 간다거나 발표회에서 꼴통짓을 하지 않기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ㅋㅋ
진지하고 철학적이라는 독일인들의 삶도 역시 사람들의 삶일 뿐이다...하핫...이렇게 웃기는 독일인이라니..

깊이가 있는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지만, 유쾌한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그 사람 참 별나네 하고 생각하는 이웃의 블로그나 홈피를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제목만 보면 평탄하지만은 않은 인생과 세상의 이치에 대한 책일것 같지만 사실 내용은 요일과 별 상관이 없다. 단상에 가까운 짤막한 글들을 일곱 요일로 나누어서 편집한 것일 뿐.
한 권의 책으로 내기위해 연속적으로 쓴 글이 아니기 때문에 흐름이 매끄럽지 않거나 호흡이 떨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별나게 구는 그가 피곤할 지도 모르니 농담할 기분이 아닌 분들은 피할 것!

아! 호어스트 머릿속의 실황중계 장면은 공공장소에서 읽기 힘드니-정말 웃김-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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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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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앞뒤 책 표지 2개의 두께가 전체 책내용 두께보다 더 두꺼울 지경이라니!!
좋다..뭐 짧더라도 내용만 알차다면야...봐주지.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배신감은 여전하다.
<누가 내 치즈를..>의 작가가 보내는 두번째 메시지라는 광고문구와 선물하기에 딱 좋은 책 제목...허나 읽고 나니 이 모두가 상술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내용이 나쁘진 않다. 물론 좋은 메시지이다.
과거와 미래에 묶이지 말고 현재를 살라는 메시지와 그 실천방법을 우화를 통해 액자식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실천방법이 추상적인데 머무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잘 설명되어 있는 점은 괜찮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이 봐주고 보더라도 이 책의 주 메시지는 이미 틱낫한 스님의 명저나 각종 명상서적에서 접한바 있는 것이라 전혀 참신하지가 못하다...뭐.. 참신한 이야기만 책으로 나오란 소린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떠들고 파고들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그런 분야에 관한 이야기니까.
하지만 내가 화가 나는 부분은...이정도 이야기만으로 책을 한 권 찍어낸다는 것...정말 양심에 찔리지 않는지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전에 낸 책이 히트를 친 인기있는 작가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책을 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우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는 이야기 자체도 우화라고 봐주기엔 미흡하기 그지없다.  전달하려는 의도를 그렇게 직접적으로 쓰기 보다는 재미있는 글을 읽고 나면 은은히 글에서 부터 우러나오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도록 작가가 좀더 연구해서 썼어야 하는 거 아닐까?
거기다 성공사례랍시고  주로 실천자들의 경제적인 성공으로 귀결되는 이야기 구조는 지긋지긋하기까지 하다.

빌려서 보게 된 책이라 다행이란게 그나마 위안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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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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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있다.

원래 심리학에 관심이 있기도 하거니와 다양한 실험사례가 자잘한 이야기들 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읽는 재미를 쑥쑥 올려준다. 다만, 정말 이런 것들까지 다 알고 생각하고 셈을 해가며 남의 말을 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피곤한 감도 없지 않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다수의 인간의 행동패턴과 사고방식을 연구하는 심리학이란 학문은 자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학문일게다.
나 자신은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보다는 심리학자들이 분석해서 내놓는 원칙들에 "아 맞어...그래 나도 그런데...아하하 딱 맞는 표현인걸?" 이렇게 맞장구 치며 나도 다수의 인간군상에 속한다는 사실에 약간은 안도하는 재미에 심리학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은 6가지 원칙을 통해 어떤 말들이 우리를 쉽게 설득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 보여준다. 그리고 법칙 마다 이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어법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누군가에게 호의(혹은 양보)를 받으면 그것을 빨리 빚갚음하려는 심리 때문에 원치 않던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는 상호성의 법칙. 워터게이트 사건을 이 법칙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것은 참 신선했다.
상대를 한발짝만 어떤 상황에 발을 담그게 함으로써, 즉 작은 개입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일관성의 법칙도 참 유용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르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하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특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길에서 불의의 상황을 만난다면...심장마비라던지 뭐든...그럴땐 누군가를 지목하여 현재 상황을 똑바로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것! 다들 멀뚱멀뚱 구경만 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무관심의 책임만이 아니다. 누구나 불확실한 상황 앞에서는 사태파악을 위해 서로를 관찰하며 정보를 수집하며 타인의 행동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수의 무지"에 의한 어이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그러니 불확실한 상황을 재빨리 확실하게 바꾸라...오호라!
호감을 주는 사람의 말을 더 잘 받아들인다는 호감의 법칙...그래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인간은 당연히 이렇게 행동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늘 의사결정에 이 호감의 원천 중 하나인 "외모"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것도 크게) 단지 그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오히려 부인한다)는 것이 문제이다...(하긴 요즘 세상은 내놓고 인정하기도 하지만)
권위자, 전문가의 말을 더욱 쉽게 받아들인다는 권위의 법칙을 보면서는, 악용될 수 있는 권위자의 막강한 파워가 걱정되어 권력에 합당한 책임의식을 가져야만 그 권위를 부여하는 방법은 없는지 골똘히 고민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지되면 더욱 하고 싶어지고, 곧 소멸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물건에 더 열광한다는 희귀성의 법칙까지(어머니 깜짝세일에 속지 마세요~!)...

휴~~
두꺼운 책이라 덮고나니 뿌듯하다.
그만큼 공책에 정리한 내용도 많지만 내 머릿속은 아직도 정리가 덜 된것 같다...리뷰 길이 조정에 대략 실패...^^;;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이런 일련의 심리적인 상태들은 우리 사회전체의 가치관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일관성 있는 태도가 사회에서 바람직한 도덕으로 평가된다던가, 남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예의바르지 못하다는 인식을 받는 것, 권위자의 말을 따랐을 때 좋은 결과가 자주 나왔다는 경험 등등.
사회의 집단적인 규율과 보이지 않는 흐름이 개인의 심리상태를 형성한다...
나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일 것만 같은 일들도 실은 인류 전체의 역사와 관계가 있다니..음...내 맘이 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인가?
앞으론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한번쯤 더 돌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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