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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평점 :
예전에 최영미씨가 쓴 <화가의 우연한 시선>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을 같이 일하는 대리님께 빌려 드렸더니 대리님은 보답으로 이 책을 빌려 주셨다...이 책이 더 재미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덧붙여서.
음..그러고보니 꽤 오래된 책이군.
97년엔 외래어 표기에 된소리를 허용했었나? 마싸치오, 미껠란젤로 표기가 영...눈에 거슬리는데?
시대의 우울은 <최영미의 유럽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만큼, 본격적인 그림 소개책이라기 보다는 여행기에 더 가깝다...하지만 그녀의 낯선나라 탐방은 주로 미술관으로 향하기 때문에 그림소개가 많다.
미술사를 공부한 시인...그래선지 그림을 보는 시각에도 감수성이 뚝뚝 묻어난다.(그녀는 성격도 한성격 할듯..)
빡빡하게 미술사론을 풀어내는 미학책들과도 다르고, 쉽게 그림을 설명해 주는 웬디 수녀님의 책들과도 또 다른 맛이 있다.
무슨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던 것일까..
그녀는 자신을 좀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다...그것은 여행을 하는 자들의 목적과 많이 다를바 없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들어앉은 우울이 눈에 띈다.
그렇게 무언가를 계속 찾고 갈구하는 것 같은 글이어서일까...내용이 재미있는데도 오래 읽으면 왠지 모르게 피곤함을 느끼게 되곤 했다.
하지만 글쓰는 사람이면서 그림을 잘 아는 사람을 따라가는 여행이어서인지...내내 사치스러운 외유라도 다니는 듯한 기분이어서 좋았다. 최영미씨의 팬이나 유럽의 미술관에 관심있는 이들에겐 오래되었지만 좋은 책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