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숙만필
황인숙 지음 / 마음산책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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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황인숙씨는 시를 쓰는 사람이란다. 알라딘에서 마음에 드는 리뷰를 발견하고 이 책을 사게 되었는데 새삼 황인숙씨를 알게해 준 그 분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작가는 마흔 여섯짜리 노처녀인데 글 속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소녀의 것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생각의 깊이나 다양한 경험담이 연륜을 느끼게 할 따름이다.
나도 노처녀여서랄까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간다. 그리고 어떤 부분들에선 문득문득 떠오르는 친구의 얼굴도 있고(ㅋㅋ).

제목 그대로 만필(서포만필의 패러디)이라,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진득허니 늘어놓는 것도 아니요 큰 결론을 내 보고자 함도 아니요 그저 붓가는 대로 쓴 글들인 것 같다.
그 느낌이 더욱 마음에 든다...내용 중 "수첩"에 대한 이야기에 나온 "유희로써의 글쓰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글일지도.(황인숙씨는 힘들어 하며 썼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친구에게 늘어놓듯 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어느새 정겨워져서 책을 덮을 때 쯤엔 더 얘기해 주세요 하는 심정이 들기까지 했다.
 

생활은 나른하고 게으르지만 그 취향만큼은 고상하고 아름다운 것을 알아볼 줄 아는 좋은 이웃집 언니를 하나 얻은 느낌이랄까.
그녀가 언급한 장소나 음악 들에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남산 야외 식물원이나 을왕리 바다도 가보고 싶고, 슈베르트의 가곡도 두보의 시도 듣고 읽어보고 싶은 느낌.

어엿한 작가의 글을 보고 이런 것을 느꼈다고 하면 좀 주제넘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글을 보면서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떨칠 힌트도 얻은 것 같다.
고작 신변잡기나 독서일기 정도를 끄적일때도 항상 작은 부담감(멋지게, 제대로 쓰리라 하는 마음)을 가져왔었는데 놀이로써의 재미로써의 글쓰기라...그래 이거다..내가 즐거우면 되는 것이지 좋은 결과에 대한 강박관념이 왜 필요해.

좋은 책이었으니 주변에 열심히 추천해 주고 나는 또 다른 황인숙님의 글을 찾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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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 느림보 청년의 세상, 사람 유랑기
이민우 글 사진 / 동아시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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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친구가 빌려준 여행기.

작가가 카피라이터여서인지 내용이 간결하다...좋은 사진 한 점에 좋은 글 하나.
억지로 멋을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이 거부감 없이 다가오고, 사진도 여느 여행기의 사진과는 달리 고즈넉한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여행을 좀 다르게 하는 사람인가 보다.
내가 유럽에서 인도까지 여행했다면 필시 각종 팜플렛에서 꼬드기는 관광명소들을 바쁘게 찾아다니는 여행이었겠지.
그렇지만 이 책의 작가는 그저 배낭을 메고 여기저기 쏘다니듯 서에서 동으로 움직인 것 같다.
그래서 유명한 관광지의 식상한 사진들 보다는 아버지 무등을 탄 꼬마나 어느 나라의 담배가게, 찻잔을 가득담은 손수레 같은 사진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책 자체도 작고 가벼운데다 내용도 고요하고 짤막해서 편안하게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재미있는 일은, 이 책을 다 읽은 날 TV에서 이 책의 작가를 우연찮게 본 일이다.

빡빡머리에 카메라를 들고 절집 마당에 서 있는 남자...카피라이터 이민우...어? 이 책 작가네?
이런 우연이!!
하긴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런 사람의 나왔는지 관심조차 없었겠지...아는 만큼 보이는 법.
그렇다면 좀더 많은 책, 좀더 많은 작가와 인연을 맺어야겠다. 또 이런 우연이 생기겠지...내가 알게 된 만큼 내가 보는 세계도 넓어질거라 생각하니 역시 즐겁다 독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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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 / 창비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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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홍세화씨가 이 책을 낸 것은 아주 오래전으로 알고 있다. 그 때는 이 베스트셀러에 관심이 없다가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은 어느날 TV에서 본 홍세화씨의 부드러운 인상(!) 때문이었다. 망명자로 엄청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어쩜 저리 부드러운 얼굴을 갖고 있는건지. 

글쓴이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70,80년대의 암울한 정국과 망명생활을 하게된 경위, 그리고 이념적인 이야기가 잔뜩 나올거란 예상을 미리 하고서 그런 이야기들은 그냥저냥 읽어넘기잔 각오를 하고 책을 펼쳤다.
겉만 진보주의자이고 속으로는 안일한 도피주의자인 나는 그저 그의 파리생활이 궁금했을 뿐이다.
망명자의 눈을 통해 본 파리의 모습...요 근래 읽은 다른 이들의 파리이야기와 어떻게 다를지가 궁금했을 뿐.

 다행히 그의 이야기는 그렇게 무겁지도 한 방향으로 독자를 몰아가지도 않는 편안한 글이었던 것 같다. 물론 중간에 너무 개인적인 과거사가 오래 펼쳐질 때는 안절부절하며 책장을 얼른얼른 넘기고 싶기도 했지만.
파리에서의 그의 생활은 자신의 유약함을 벗고 나오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른의 성장기라고나 해야하나...여튼 재미있게 읽었다.
생각에 비해 행동이 적은 전형적인 지식인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잠깐씩 찾아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똘레랑스에 대한 이야기다.
프랑스인들의 똘레랑스에 대한 이야기를 책 후반부에 따로 떼어 설명할 정도로 홍세화씨는 똘레랑스를 우리가 배웠으면하고 강조하고 있다.
나와 다른 남을 있는 그대로 존중함으로써 나도 존중받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똘레랑스.
그저 관용정도로 생각했는데 그의 예를 읽어보니 약간은 다른 무언가가 더 있는 것 같다...사람으로서의 융통성이라고 할까?
 

많은 책들이 파리여행을 부추기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더더욱 가보고 싶다. 에펠탑이나 루브르 때문이 아닌 똘레랑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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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 in Paris 파리의 스노우캣
권윤주 지음 / 안그라픽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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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캣이 파리엘 다녀왔구나...이런 책도 다 내고.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에 덥석 주문을 해 받아보니 생각보다 크고 두꺼운 그림책이다.

과연!
그림과 색깔이 정말 이쁘다...이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나 담아 두고 싶은 장면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리는 사람들이 부럽기 짝이 없다.
사진으로 실제 파리의 모습을 담는 것도 멋지겠지만, 자기가 기억하는 모습으로 걸러내어 그리는 것은 왠지 그 곳을 더 자기만의 추억으로 만들어 두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을 땐 나도 모르게 부아가 치밀곤 했다.
스노우캣이 카페들을 탐방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은근히 배불러 보여서일까. 회사에서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에 팔자 좋은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나는 것도 당연했다.
미술관을 드나들고, 다리 위를 하릴 없이 거닐어 보기도 하고, 찍어둔 카페의 찍어둔 자리에 앉아 맛난 커피를 홀짝이는 것들은 내 생활과 너무도 달라 보였기에.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책을 덮자마자 화는 다 가라앉고 나도 저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남게 되었다.
내가 저런 여행을 꿈꾸기만 하고 여기서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모두 내가 선택한 결과 아닌가. 거기다 만약 내가 스노우캣이었다면 같은 여행이라도 저렇게 다니진 못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아마 무언가에 쫓기듯 빡빡하게 스케줄을 짜고 "여기 다음은 저기"식으로 발걸음을 서둘러 떼느라 파리를 느끼지도 못했겠지.

나 대신 저렇게 여유롭게 여행을 다녀와 준 스노우캣이 대견하다.
나도 다음에 파리여행을 가게 되면 저렇게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꼭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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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망가 대왕 2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이은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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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일본 고향으로 돌아간 아는 일본인 언니가 이 일본어판과 한국어판 책을  마지막 선물로 주었다. 두 언어판을 비교해서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거라면서..정말 따뜻한 배려가 아닌가?ㅋㅋ 

공부라고 생각하면 은근한 압박 때문에 만화책도 읽기가 부담스럽지만, 아즈망가 대왕은 그 모든 부담을 날려 주었다!

4컷 만화이면서도 자연스레 연결되는 이야기, 짧은 대사와 간결한 그림속에 담긴 많은 웃음들...담백한 주인공들, 각자 특징이 살아 번득이는 캐릭터...정말 마음에 든다..여고생들의 대화라 반말체(?)를 자연스레 익히는 데에도 좋고 - 하지만 이걸 어디다 써먹을꼬 - 치요짱 덕분에 "~마스", "~데스"체도 아울러 접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책 내용이야 뭐..학원물이니 말 다했고, 일단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캐릭터 묘사가 뛰어난 것이 평이한 소재임에도 히트작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
사카키, 치요, 토모, 요미, 오오사카, 유카리 선생님, 냐모 선생님..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캐릭터들이다...음음...인터넷에서 그들의 컬러판 사진들도 좀 모아볼까나?
 
2권을 선물받은 탓에 다 읽고 나서 서점에 달려가 1권을 사고 말았다! 두고두고 읽으면서 일본어 감각을 놓지 말아야지~ 다만 한자어에 요미카타가 달려있지 않은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이건 교재가 아니니까..

(근데 말이지..일본어판은 8500~9500원 선인데 비해 한국어판은 4000원.이상도 하지...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는데도 말이지..더 싸다니..홋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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