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 / 창비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홍세화씨가 이 책을 낸 것은 아주 오래전으로 알고 있다. 그 때는 이 베스트셀러에 관심이 없다가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은 어느날 TV에서 본 홍세화씨의 부드러운 인상(!) 때문이었다. 망명자로 엄청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어쩜 저리 부드러운 얼굴을 갖고 있는건지. 

글쓴이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70,80년대의 암울한 정국과 망명생활을 하게된 경위, 그리고 이념적인 이야기가 잔뜩 나올거란 예상을 미리 하고서 그런 이야기들은 그냥저냥 읽어넘기잔 각오를 하고 책을 펼쳤다.
겉만 진보주의자이고 속으로는 안일한 도피주의자인 나는 그저 그의 파리생활이 궁금했을 뿐이다.
망명자의 눈을 통해 본 파리의 모습...요 근래 읽은 다른 이들의 파리이야기와 어떻게 다를지가 궁금했을 뿐.

 다행히 그의 이야기는 그렇게 무겁지도 한 방향으로 독자를 몰아가지도 않는 편안한 글이었던 것 같다. 물론 중간에 너무 개인적인 과거사가 오래 펼쳐질 때는 안절부절하며 책장을 얼른얼른 넘기고 싶기도 했지만.
파리에서의 그의 생활은 자신의 유약함을 벗고 나오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른의 성장기라고나 해야하나...여튼 재미있게 읽었다.
생각에 비해 행동이 적은 전형적인 지식인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잠깐씩 찾아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똘레랑스에 대한 이야기다.
프랑스인들의 똘레랑스에 대한 이야기를 책 후반부에 따로 떼어 설명할 정도로 홍세화씨는 똘레랑스를 우리가 배웠으면하고 강조하고 있다.
나와 다른 남을 있는 그대로 존중함으로써 나도 존중받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똘레랑스.
그저 관용정도로 생각했는데 그의 예를 읽어보니 약간은 다른 무언가가 더 있는 것 같다...사람으로서의 융통성이라고 할까?
 

많은 책들이 파리여행을 부추기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더더욱 가보고 싶다. 에펠탑이나 루브르 때문이 아닌 똘레랑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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