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영화 - Enlightenment Film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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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영화>는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정씨일가의 3대에 걸친 일대기를 바탕으로, 친일파의 후손 그리고 그의 자녀가 독재정권시대 산업화의 기수로 살아갔고 또 그의 손자세대는 현재시대에 조기유학하고 있는 장면들을 보여주면 현시점 한국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영화를 보는 현재의 관객들로 하여금 ‘나’와 세상, 우리나라 사회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해주는 영화이다. 또한 영화 속 일제 강점기의 친일파 주인공 정길만의 당시 시대속의 인간적 고뇌의 모습도 비춰주어 우리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일제시대

 

할아버지 정길만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다니며 우리나라 농지의 소작을 하고 있는 한국인 소작농들에게서 고리의 소작료를 걷으로 다니는 일을 하고 있다. 영화 속의 그려지는 모습은 한 가족의 가장으로 2명의 자녀를 두고 기르고 있다. 하지만 시골 농촌을 돌아다니며 일본의 토지조사령을 설명하고, 소작료를 걷으로 다니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꿈속에서는 소작농으로부터 ‘낫’으로 난도질당하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와 친일파 한편으로는 흑백논리적인 제단과 비판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 영화 속 초반부에 그려지는 정길만의 모습은 애달프고 힘든 한명의 현대의 샐러리맨 직장인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직장에서는 힘없는 부하직원일 뿐이고 늘 좌천되지 않을까 신분상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 하루하루 조심조심 걱정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으로 그려져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일부 연민스러움을 느끼게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에서 독립운동 하는 정길만의 친구가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투척 날짜와 시간을 그에게 알려주며 그 때 건물 안에 있지 말라고 알려주는 것을 기관에 고발하고 독립투사 친구가 잡혀서 고문 받는 장면에서 주인공 정길 만에 대한 인간적 친밀감을 돌아서 버리게 된다.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직원으로서 지방 시골로 발령 날지도 모르는 걱정 때문에 아마도 충성경쟁차원에서 저질러 버린 일이 결국엔 그의 시대에서 끝나지 않고 영화는 그의 손자시대로 넘어간다.

 

 

 


군사독재시대

 

영화는 시간이 바뀌어 2대 정학송의 이야기로 넘어온다. 정학송은 일제 강점기 경기중을 다녔는데 성인이 된 지금도 수시로 일제 강점기 일본어로된 교가를 즐겨 부르고 있다. 나일론 회사에 다니며 성공지상주의자다. 사진을 찍을 때도 자신은 반드시 가운데 자리해야하고 실패는 용서되지 않는다. 뒷돈과 빽이 있어야 세상사는 것이 편하고, 그것을 누리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고 설파하는 사람이다. 그와 결혼하게 되는 아내는 교사로 나오는데, 그의 이 같은 주장과 이야기에 공감하는 여자이다.

 

정학송은 영화 속에서 계속 사회적으로 승승가도를 달리며 기사 딸린 회사 간부의 위치에 까지 오르게 되고, 그의 아내는 떡보자기쟁반 아래 현금뭉치를 넣어서 뇌물을 바치러 다닌다.

그리고 그의 자녀인 아들과 딸은 부족함 없는 유복한 가정 속에서 자라난다.

 

이 영화 속에 그려지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단지 부모의 자녀로서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일 뿐이지만 그들을 키우는 어른들의 모습은 사회의 나쁜 그리고 부조리함과 잘못된 부분을 누리고 그걸 바탕으로 성공하고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것으로 묘사된다.

 

관객들은 이런 어른들의 사회적 부조리함과 대비되는 그들의 자녀세대 어린 시절 모습을 통해 사회와 관객으로서의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고 각성하게 되고 여러 사회적 모습과 나의 상황을 반추해보도록 된다.

 

 

 


조기유학을 보내는 부잣집

 

이제 손자세대인 손녀 정태선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아들과 같이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초등생 아들의 조기유학을 위해서 남편과 가족은 한국에 놔두고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는 따로 남편 몰래 만나는 애인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아버지의 유산을 바탕으로 가족들은 부족하지 않은 중산층이상의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물론 그녀 자신은 친일을 하지도 않았고, 부조리한 뒷돈을 갖다 바치면서 권력과 자리를 사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부족하지 않은 뒷바라지와 교육덕분에 지금 어느수준이상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삶을 영위하고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일면 부조리한 한국사회의 역사적 굴곡과 현재의 한국적 상황의 모습과 어우러져 묘한 감상을 일으킨다.

 

특히나 요즘 언론의 고위층자제의 특채파문같은 내용과 어우러져 여전히 한국사회적 병폐가 영화 속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정태선은 아버지로부터 물질적으로는 충분한 보살핌과 누림을 받지만, 아버지에게 혹독한 성공교육을 받는다. 단체사진찍을때 사진 한가운데 서지 않고 모서리 쪽에 서서 찍었다고 아버지에게 심하게 혼난다. 또한 아버지가 심부름 시킨 카라얀 실황중계 라디오방송을 녹음을 잘 하지 못했다고 역시 혹독한 꾸지람을 받는다.

 

 

 


한국의 역사적 굴곡과 그들의 후손

 

영화 속 주인공들은 친일파와 그의 후손의 풍족하고 뒤떨어지지 않는 사회적 삶을 그리고 있다. 한 번도 낙오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그 명맥을 잘 유지해오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렇다. 아무도 그들이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비판하지 않는다. 단 한번 영화 속에서는 할아버지 정길만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을까 약간의 걱정을 하기도하는 현대의 가족의 모습이 나타난다.

 

흔히 이야기되어지는 친일파의 문제, 그리고 그들 후손의 문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고 상관없는 일 일수 있지만, 불과 바로 윗윗세대의 현실이었고 그들의 사회적 신분과 누림 영향력 등이 세습되고 대물려져 지금까지 어느 정도선 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현재 언론의 특채파문등과 여러 사회의 모습들을 보면 그런 것을 느끼고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측면에 대한 어떻게 보면 고발이고 우리사회의 자화상의 영화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현실 속에서 같이 그들과 섞여서 살아가는 우리 보통사람들의 부조리함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적 현실을 암담하게 묵시록적으로 묘사하고 그려놓고 있는 침울한 밤의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진정 우리사회과 그리고 우리 역사과 일제시대, 군사독재시대, 그리고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진정하고 깨끗한 사회적 모습과 양태를 시스템적으로 또 사회문화적으로 구축해왔는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선진화나 문화적 발전 이 모든 것이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과도 관련이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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