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팝업창이 떴다. 무슨 홍보내용이 그리도 긴박하기에 또 팝업창을 띄어 놓았을까? 약간은 짜증과 약간은 투덜거림으로 팝업창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독서회원 신규모집” 내용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과 가깝게 붙어 있는 도서관이라서 심심찮게 자주 들르는 도서관 홈페이지다. 그날도 대출하고픈 책을 검색해보고자 도서관홈페이지를 접속했는데 팝업창이 떴던 것이다.

욕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기존에 참석하고 있던 독서회가 있었다. 그리고 독서회 참가와 책읽기를 최근 너무도 재미 붙여서 열심히 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직장 근처에서 신규 독서회모임이 생긴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욕심 부리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군데 더 참석해서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했다.

몇 일간을 꿍꿍 고민하다가 결국 연락하고 가입신청서를 써내게 되었다. 이번 독서회 구성은 모임자체가 새로 신규로 구성되는 신규독서회 모집이었다.

 

드디어 첫 독서회 모임날이 되었다. 약간 떨림반 기대반으로 참석하게 되었고 독서관 실장님의 사회로 자기소개 그리고 이야기가 이어졌다. 첫째모임이어서 그런지 참석자가 20여명에 가깝게 많이 나왔다. 무척 다양한 직업과 경력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참석자들 속에 나도 있게 되어 한편 약간 들뜨기도 하고 재밌을 거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한 달 후 우리가 선정했던 도서로 첫 토론모임을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토론회 시간이 다되어 가는데도 참석자가 몇 되지 않았다. 5명을 겨우 넘었다. 첫 모임이후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률이 무척 저조했다. 더군다나 첫째 독서토론도서로 선정한 책을 제안했던 제안자도 첫토론모임에서 빠지고 말았다.

실망감이 약간 컸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실망감이 몰려왔던 것이다. 그러나 5명 남짓으로 이루어진 독서회였지만 각자 자기가 읽었던 책의 느낌과 소중하게 읽었던 구절들을 소개하고 읊었다. 그런데 독서회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참석자가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분위기와 만족감은 규모가 큰 독서회 보다 무척 좋았던 것이다.

인원이 소규모로 구성되자 모두다가 자기의 발언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진행자가 나서서 발언의 시간을 규제하고, 북적북적함을 통제할 필요가 없었고 무척 자연스런 가족적인 분위기속에서 토론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우리 독서모임의 앞길은 평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신생모임에다가 주축 되어 이끌 사람도 없고 단지 도서관 실장님이 사회자겸 주최자로서 자리를 차지하시고 독서회를 이끌어 가게 되었다.

두 번째달, 세 번째달도 인원 참석현황은 낳아지지 않았다. 늘 모임 때면 회원참가자는 4~5명을 넘지 않았다. 드디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도서관 실장님의 건의로 독서회칙과, 독서회명칭제정 그리고 임원 선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들은 모두 그렇게 진행할 것을 찬성했다.

인원이 4~5명밖에 되지 않으니, 모두다가 회장, 부회장, 총무, 서기, 부총무 이런 식으로 한자리씩 차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중에 회장은 서로 만류하다가 제일 연장자가 맡게 되었다.

우리 독서회칙은 타독서회의 회칙들을 참고삼아 만들었고, 그리고 독서회 이름은 예지(睿智)독서회라 만들었다. ‘깊고 밝을 예(睿)’자와 ‘슬기로울 지(智)’가 매칭된 명칭이다.

그리고 더불어 앞으로 3~4개월 동안 토론할 도서도 미리 선정하게 되었고, 우리 독서회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나가는 듯했다. 그런데 참석하는 회원숫자는 늘 5명 내외였고 좀처럼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 독서회 명부상 회원은 20명이 넘었지만 정기모임 참석자는 고정적으로 빈번히 참석하는 몇 명뿐이었다. 우리는 유령회원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 사전통지없이 3회 이상 불참 시에는 탈퇴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우리 독서모임은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서 지금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여전히 직장인과 성인위주의 야간 모임이라 그런지 참석인원수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 우리 독서모임은 신규 회원을 또 모집하고 홈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하는 등 많은 시도를 계속이어 나가고 있다.

우리 독서토론회 모임 활동을 통해서 나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독서토론회의 즐거움과 행복을 충분히 만끽한다는 것이다. 매달 한번 개최되는 독서회이지만 한 달 생활 중에 지적 충만감과 지적 즐거움, 행복감까지 느끼게 되는 기회가 독서토론회 참석이다. 독서토론회중에는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각자가 느낀 바를 이야기하고 의견을 말한다. 그리고 서로각자 다른 관점으로 읽은 것들에 대해서 머릿속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표출한다.

그러기에 독서토론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책, 삶에 대한 경험과 관점들을 듣고 있자면 지적으로 충만 되는 느낌과 커다란 자극을 받게 된다. 직장이나 가정이든 사회생활 하는 중에, 책을 일고 지적으로 생각을 서로 교류하고 토론하고 이야기 하는 모임이나 기회는 무척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독서토론회를 하면서 느껴지는 지적 만족감, 충만감, 행복감은 커져갔고 지금은 내 삶의 커다란 행복감을 느끼는 공간이 독서토론회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나에게 커다랗게 다가온 변화는 글쓰기 습관에 대한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으로 시작된 우리 독서회 홈페이지개설과 맞물려서 시작된 회원들의 글쓰기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고 드디어 우리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자기들 각자의 독후감을 써서 올리기 시작하였고, 독서토론회 시간에 서로 칭찬과 격려 그리고 동기부여를 해주게 된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그러한 자극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동안 나 스스로 꿈꾸고 기대했던 영화평론가의 꿈을 키워보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독서 감상문 뿐만 아니라 영화감상문이나 음악회 감상문, 미술관람후기등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쓰고 올리고 있다. 한번시작하기가 어려웠지 글쓰기를 자꾸해나가자 이제는 일주일에 한두편정도는 늘 올리고 있는 정도가 됐다. 그리고 각종 문화정보나 관람정보등을 공유하고 서로 알려주기도 하는 등 좋은 소통의 창구로서 인터넷홈페이지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통상 한국사회에서의 모임과 회합에서 빠지지 않는 술자리와 분답스러움을 벗어나 한 달에 한번 지적인 교류와 생각의 교환을 하는 독서토론회 모임은 무척 소중하고 귀한 공간이다.

선진국일수록 이와 같은 지역단위별 독서모임이 일상화 되어 있고 활성화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독서모임이 활성화되고 여러 단위모임이 많이 만들어지고 지적교류가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늘 이야기 하는 국격의 상승도 기대해볼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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