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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책 (100쇄 기념판) ㅣ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어느날 아침 교탁옆 내 책상위에 이 책을 얹어 놓았다. 일찍 등교한 아이들이 넘겨보고 읽어내려간다. 그림과 기발한 내용때문일까, 아이들이 게속 바뀐다. '저 읽고 싶어요.' '아침시간에 니들에게 읽어줄거야. 기다려.'
15분 쯤 후 교실이 아이들로 꽉 차자 실물화상기위해 자신있게 책을 올려 놓았다. 책표지 그림을 놓치지않고 읽어내려 간다. 엄마의 우울한 표정과 가녀린 두다리에 비해 즐거워보이며 통통한 삼부자의 모습을 보자, 교실 여기저기서, '엄마가 불쌍해, 너무해......' 이런소리가 들린다. 엄마의 가사노동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이들 삼부자의 모습은 이처럼 가혹하다. 그리하여 엄마는 우울하다. 작가는 이우울함을 황색톤의 배경으로 풀어놓는다.
초현실주의 화가 뭉크의 그림에서 절규하는 사람처럼 식탁에서 쇼파에서 그리고 신문 잡지속에서까지 이들 삼부자는 엄마를 향해 밥을 달라외쳐댄다. 이들에게 중요한건 밥뿐이다. 그리하여, 어느 날 엄마의 단호한 선언. '너희들은 돼지들이야'라는 짧은 메모로 인하여 곧바로 돼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집안 곳곳에 돼지들이 우글거리는듯 작가는 여기저기 돼지를 그려놓았다. 그림책이 주는 매력이다. 아이들은 이런 반전에 놀라와하고 쾌감을 느끼는 듯하다. 책에 별 관심없는 아이들까지도 집중한다.
제발돌아와 주라는 호소와 함께 집안에 들어선 피곳부인은 이제 더이상 밥만하는 존재가 아니다. 가족의 소중한 존재로서, 당당하게 서있다. 이제 가정은 회사보다 학교보다 더 중요한곳이 되었다. 삼부자가 설거지를하고 청소를하고 가사에 동참함으로써 그리하여 피곳부인은 행복하다.
책을 덮고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책을 꼭 읽어주고 싶은 사람은 누군가요?' 대부분이 아빠였고, 중고생 형, 누나,오빠였다. 이유는 모두, 집안일을 돕지 않기 때문.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키며, 수업에 들어갔다. 난 아이들에게 말은 못했지만 이 책은 꼭 엄마가 읽어야한다고 생각했다. 피곳부인처럼, 가방을 싸는 결단이 필요하다. 모두가 소중하고 존중받는 따듯한 가정을 갖고 싶다면 말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다. 부모에게 보고 배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면, 부모는 가정에서의 올바른 모델이 되어야한다.
그렇지만 모든 삶이 그렇다고, 참고 견디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점을 알고 일어서야 그 길은 모색될 것이다. 피곳부인처럼 말이다. 한국의 남자들은 정말 배려가 부족하다. 그 모든게 유교적 가정에서 배워온 남자의 할일과 체면때문이다.
이 책을 빌려갈 사람? 하고 물었더니 모두들 아우성이다. 재빨리 올라간 손주인 동규에게 빌려주며, 꼭 온 가족이 함께 읽기를 권했다. 그리고 다음날 가족들의 생각을 발표도
해줄것을 당부했다. 아직 뒷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 가족의 생각이 자못 궁금하다. 과연 그아이의 가족들은 변할까? 한 며칠쯤~~~??? 적어도 우리반 아이들은 그런 가정을 갖진 않을 것 같아서, 아니 그런 착가이 드는 기분좋은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