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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현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월
평점 :
초반에는 우주에 대한 물리적 개념과 지구와의 차이점 그로 인해 우주비행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 물리적 우주비행의 발달사, 또 우주비행을 실제 하게되는 비행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은 다치바나 다카시가 초점을 맞춘 우주비행사들의 우주비행이후의 사상,세계관,인생관의 전환에 대해 보다 이해를 돕기위한 배경설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들이 나오는데 여러명의 비행사의 바뀌어진 삶에 대해 (특이할만한 변화가 없었던 비행사도 있었다고 한다) 인터뷰한 내용이 후반부로 갈수록 다치바나 다카시가 중점을 두는 인터뷰란 느낌이 든다.
이 비행사들의 인터뷰 여기저기에서 인상깊은 관점의 전환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우주로 가기 전에는 독실하거나 아니면 평범한 기독교도였던 비행사들이 우주체험을 한 후로는 교회의 종파는 물론이고 기독교나 불교냐의 종교차이에 중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종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종교심(혹은 '신'으로 대변되는 그 무엇)이 중요하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신이란 개념에 변화가 오는데 대부분 인격신(보통 흰옷을 입고 수염을 기른 모습의..)을 부정하고 종교심이나 우주정신 혹은 그무엇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에드워드 깁슨이 인터뷰에서 말한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오만이라면 종교가 과학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는 것도 종교의 오만이기 때문에 기존의 종교 교의를 믿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또 무종교주의자인 슈와이카트의 신을 믿진 않지만 자연스럽고, 무한하고,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한다는 말도 감명깊다. 이외에도 많은 생각할 만한 비행사들의 표현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에드가미첼과 슈와이카트의 인터뷰내용이 와닿는데 우주에서 지구를 봤을 때 인간의 체내에 있던 박테리아가 체외로 나가 처음으로 인간의 전체모습을 보고, 그것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받은 충격과 똑같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 슈와이카트가 인간이 우주로 진출하는 것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또한 충격을 받았다. 스타워즈의 이상하게 생긴 인간(우주인?인간도 우주인에 불과하니까..)으로의 진화가 실제 진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설명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런 것을 허황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지구에 갇혀 과거와 살기를 고집하는 사람일거란 생각도 잠시 든다. 내가 알고 배워왔던 시간이라는 개념, 공간이라는 개념, 그리고 의식과 영혼 그리고 신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아직 인간이 알아내지 못한 다른 차원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비록 내가 그 진화과정을 못보고 죽겠지만 그것을 내다보고 죽는 것과 모른채 살다죽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인간의 상상력을 훨씬 초월한, 그것을 실제로 체험했던 사람만이이 알 수 있는 체험이라는 점에서 좀 맥이 빠지긴 하지만 우주체험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이 다르듯이 이책이라도 읽은 사람과 전혀 읽지 않은 사람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은 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다치바나 다카시도 책을 내면서 우주체험이 간절하게 하고 싶고 자신이 어떻게 변할까 너무나도 궁금했다고 하는데 나 역시 너무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