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경향신문>

최종 편집: 2004년 03월 02일 08:49:59

친일파들의 행적이 낱낱이 기록된 ‘조선공로자명감(朝鮮功勞者銘鑑)’이 독립운동가 후손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3·1절을 맞아 40여년간 서재에 보관했던 이 책을 공개한 항일독립투쟁 사료 수집가 심정섭씨(61·광주 송원여자정보고 교사)는 “친일·반민족법이 국회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필요성을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1935년 일제가 강점 25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제작한 이 책은 총독이 간행회 위원장을 맡아 민·관 공로자 2,560명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일본인이 2,207명으로 대부분이지만 한국인 353명도 실렸다.


여기엔 이완용(후작)·이윤용(남작) 형제와 민병석(남작·민복기 전 대법원장 부친) 장직상(장택상 초대 외무무장관 친형) 박영효(후작) 송병준(백작) 윤덕영 민영기 민영휘(자작) 등을 비롯, 전국의 도지사·군수·면장까지 출생지, 학력, 경력 등이 공적사항과 함께 실려 있다. 경제계에선 삼양사 전신인 삼수사 설립자 김연수씨(인촌 김성수씨의 친동생)의 활약상이 실려 있고 언론계에선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 조선일보 전무길씨가 ‘건필이 빛났다’라고 소개됐다.


당시 친일파들은 ‘가문의 영광’이 될 수도 있는 이 책에 자신들의 명단을 넣으려고 금품로비까지 했으나 후에 후손들이 감추거나 대부분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상해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외할아버지(조경한)로부터 교육을 받아 독립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심씨는 조대부고 2년때인 1960년 4·19 직후 평소 알고 지내던 홍남순 변호사를 따라 헌책방에 갔다 이 책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심씨는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은 일제가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인물인 만큼 이들에 대한 친일파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배명재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