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한 사랑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2월
구판절판


남자아이가 찾아올까.
남자아이는 언젠가 한 번 나를 집까지 태워다준 일이 있었다. 오래 전 일이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어둡고 불빛 하나 없다.

아아, 나는 맥주를 하나 더 꺼내고 오이 피클을 씹었다.
나는 그 무엇인가가 미치게 그리운데, 그것이 무엇인가 알 수 없었다.
나는 현관문에 기대어 울었다.
남자아이는 찾아온 것이 아니라 전화를 했다.
나는 깊은 잠에 들었다가 깨어나서 전화를 받았다.
나는 아아, 너야, 하고 말했을 뿐이다.
-112쪽


나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은,
생의 어느 한 순간일 뿐이고
그것은 정말로 불현듯 찾아온다.

(2002년 3월)-11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