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
구드룬 슈리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책 제목만큼은 재미있다. 그런데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그것도 세계사를 뒤흔들었다는. 생물학부터 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발견이지만, 세계사를 뒤흔들었다는 데는 큰 공감을 표시하기 어렵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저자의 국적이다. 저자는 독일대학의 교수인 ‘구크룬 슈리’다. 그리스 시대의 조각상부터 19세기의 X선이라 불리는 뢴트겐 광선까지 시대를 불문하고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가 가진 국가주의적 한계가 책 곳곳에 드러난다. 3장의 괴테와 관련된 진화론의 증거는 무척 흥미로운 소재임에 틀림없을지 모르지만, 굳이 세계사를 흔들었다고 할 정도로 보기는 어려운 사건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저자의 다른 책에서 왜 괴테를 이렇듯 역사의 한 중심에 놓으려 했는지 미약하나마 짐작이 가능하다.)

  라오콘 군상과 관련된 논란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 군상과 관련된 수많은 논란 중 독일의 ‘요아힘 빙켈만’이란 사람의 주장만을 몇 페이지에 걸쳐 할애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이 든다. 미술사 속에서 훨씬 질 높은 다른 논란들도 있을 수 있는데 말이다. 10장의 ‘부활절 성극의 퍼즐을 맞추다’편도 당시의 독일 문학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가 무척이나 박식해보여도, 적어도 자신이 가진 한계, 즉 자국 역사에 함몰되어 세계사를 바라보고 있다면 지나친 비판일까?

  다음은 사례의 문제다. 그런 비판이 두려웠는지, 저자의 또 다른 한계인지, 세계사를 다룬다고 하면서도 동양의 사례는 진시황이 전부다. 하다못해 다른 사례들은 최초 발견자의 이름이 꼭 등장하는데 진시황릉을 처음 발견한 노인의 이름은 아예 나와 있지 않다(최초 발견 노인의 이름은 양취안이(楊全義)이며, 2003년도 시안에 갔을 때 황릉 옆에서 관광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 굳이 억지로 끼워 맞추자면 실러캔스를 넣을 수 있을까? 이름은 서양에서 정했을지 몰라도 발견은 분명 동양인(인도)들이 먼저 했을 테니깐. 동양의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은, 저자가 세계사를 유럽사로 인식하거나, 동양의 사례에 대해 거의 모르거나, 아니면 동양은 굳이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세계사를 뒤흔들었단 말인가?

  16가지 사례라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크게 없고, 그 외에 자국 시각과 서양중심적 시각이 크게 아우러져 그렇게 좋은 책을 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켰다. 또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저자는 도대체 어떤 용기로 ‘세계사를 흔들었다’고 책 제목을 정했을까? 외국서를 번역한 책들은 책 정보 페이지에 원서 제목이 나오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원서의 제목이 뭘까? 구글링을 해보고 아마존에 가보아도, 저자(GUDRUN SCHURY)의 다른 책들은 많았지만 이 책의 원제 비슷한 것은 아예 찾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만 출판되었고, 한국에서만 특별히 ‘지어진 제목’이란 말이다.

자, 원서는 없다 치자. 도대체 제목은 누가 지은 것이며, 책 내용의 소재는 어디서 가져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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