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토머스 키다 지음, 박윤정 옮김 / 열음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토머스 기타의 ‘생각의 오류’는 고정관념을 깨고자 만들어진 책 같다. 저자는 크게 여섯 줄기로 우리가 종종 저지르는 생각의 오류를 지적한다. 1. 통계수치보다 이야기를 더 신뢰하는 속성, 2. 자신의 믿음을 확신시켜주는 증거들에만 집중하는 것(심리학에서 ‘선택적 지각’으로 설명되는 것), 3. 삶에는 운과 우연도 있는 것인데 지나치게 원인을 찾으려는 속성, 4. 지나친 오감을 확신한 나머지 부정확한 인식으로 생기는 오류, 5. 복잡한 세상을 단순화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오류, 6.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거의 기억을 변형시키고 자신의 주관에 따라 기억이 변질되는 것 등이다. 

 동어반복적인 말이 많고, 미국 사례들이 많아 책장이 쉽게 넘어가질 않았다. 그럼에도 저자가 제기하는 여러 주장들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자연과학이든 사회과학이든 논리적 타당성을 갖추어야 하는 학문 분야의 연구자라면 특히 더 그럴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의외로 간결하다. 책에 제시된 기준에 따라 끊임없이 회의하고 의심해보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허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매번 객관적인 조건으로 상황을 판단하기에는 불안정한 인간으로써 소위 ‘기회비용’이 많이 든다. 물건 하나를 살 때에도 불량률 통계를 인용하고, 간단한 판단을 내릴 때에도 여러 사례를 비교ㆍ분석 하면서 회의하고 의심만 한다면, 그것만큼 세상 피곤하게 사는 법이 없다. 정보의 홍수(overloading)에 빠져 재빨리 판단해야 할 일도 제쳐두고 말 것이다. 더군다나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이런 것은 더욱 힘에 부치는 일이다. 과학자들만큼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곳에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기껏 얻는 양질(?)의 정보라고는 인터넷, 뉴스와 같은 매스 미디어가 전부다. 저자도 책 곳곳에서 지적했듯 이런 미디어가 갖는 위험성은 굳이 크게 언급할 필요도 없다.

 특히 통계는 양날의 칼이다. 이야기보다 통계 수치에 의존하는 것이 좀 더 ‘과학적’으로 보일 뿐, 마크 트웨인의 멘트를 인용했듯 통계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대선 여론 조사의 경우 천 명 대상 중 응답률은 20%정도에 불과하다. 같은 기관에서 시행한 설문 조사 결과도 문항 조작에 따라 얼마든지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 충분한 표본을 확보했는지, 적절한 문항으로 설문했는지, 표본의 보편성은 확보되었는지 하나하나 따지면서 살기에는, 이미 세상일은 충분히 복잡하고 다른 일에 힘을 쏟기에도 바쁘다.

 끊임없이 회의하고 의심하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힘든 말이다. 저자가 학자의 입장이 아니라, 좀 더 일반적인 입장에서 이 주제를 다루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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