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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2disc)
이해영 외 감독, 류덕환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여자가 되고픈, 아니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픈 고등학생의 이야기.
이건 단지 남자->여자의 구도만이 아니라
진정한 성장영화가 갖춰야 할 기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빌리 엘리어트>가 그랬고 <고양이를 부탁해>가 그랬으며
더 거슬러올라가서는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나 <스탠 바이 미>가 그랬다.
하고픈 일, 가져야 할 무엇을 통해서도
그 시기의 방황을 묘사하면서도
혹은 우연한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통해서도
성장의 의미를 보여 줄 수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그런 의미에서 참 많은 미덕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우선 류덕환, 김윤석, 백윤식이라는 주연급들을 비롯해 씨름부원들, 엉성한 친구들까지 그 어느 캐릭터도 죽어 있지 않고, 이를 연기한 배우 역시 딱 그만큼이다. 여기서 캐릭터가 죽어 있지 않다 함은, 누구도 혼자 튀지 않으며, 어떤 장면에서도 캐릭터들은 그냥 의미 없이 서 있지 않고, 각각의 역할을 갖고 있다. 마치 만화에서 고심해서 컷과 컷 속에 인물과 배경을 배치하듯이 말이다. 특히 씨름부원들과 엉성한 친구는 놀랍도록 잘 계산되어 배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배우들은 그만큼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또한 불행한 가족과 나만의 소원, 이라는 아주 닳고 닳은 도식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캐릭터로 인해서 식상하지 않게 표현됐다.
가장 문제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동구 아버지의 경우, 무척 나쁜 놈이지만 마지막에서 가서 괜히 눈물짜게 자기의 위치를 찾아가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다시 돌아갈 뿐이다. 이 사람도 나름 사연이 많은 놈이야, 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제발 좀 믿어 줘라고 끝까지 물고늘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동구가 자신의 꿈을 찾아 가는 과정 역시, 딱히 긍부정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마지막 장면에 짧은 콘서트 장면을 넣음으로써 정말로 <스쿨 오브 락> 이래 최대의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성장이란 무엇일까?
어떤 영화는 현실 그대로 비루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말도 안 되게 포장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마돈나'처럼 '있는 그대로를 인정' 하는 것이 바로 성장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마지막으로 감독!
물론 시나리오 작가로서는 상당히 주목을 받아 왔지만
그래도 연출 입봉작인데
(서플에 보면 상당히 아쉬워하고, 연출과 시나리오작가의 차이에 대해서 얘기도 하지만)
과욕을 부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수줍어하지도 않으면서
쎈 데뷔작을 만들어냈다.
'딱 그만큼'을 외칠 수 있는 감독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