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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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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관련되거나 피해자를 다룬 이야기는 좀 꺼려하는 편이다.
일본 식민의 피해자인 우리 얘기도 그렇거니와 유대인에 대한 얘기도 그렇다.
어차피 민족이라는, 국가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함의는 내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그저 나를 이름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하는 <GO> 같은 영화나 <박치기> 같은 영화는 오히려 힘을 갖는다.
혹은 폭력과 광기의 본질을 보여 주는 <전쟁의 사상자들>도 마찬가지다.
즉, 그 이야기가 어떤 특별한 한 사람으로 귀결되지 않고
인간 본성이나 전쟁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할 때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처절한 정원>은 그리 슬프지도, 아주 감동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이 짧지만 놀라운 구성력의 소설은
아들과 아버지, 가족의 관계, '속죄'의 의미, '살아남음'의 의미에 대해
에두르지 않고, 그렇다고 뻔뻔하지도 않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 재판장에서 시작한 첫 장면은 바로 주인공의 고백으로 흘러가고
그 고백은 다시 아버지와 삼촌의 과거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리고 다시 그 재판장.
이 이야기에는 세 명의 어릿광대가 나오는데
다른 의미의 '웃음'을 간직한 캐릭터인 동시에
세 이야기를 엮어 주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놀랍도록 깔끔하고 아름답고
큰 울림을 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