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리스트

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17세기의 암스테르담이라는 이국적 시공간 속, 미니어처 하우스라는 독특한 소재.

그 속에 감춰있는 비밀을 풀어나간다는 스토리 소개글이 먼저 내 흥미를 잡아끌었다.  

표지에 그려져있는 정교한 미니어처 하우스와 조금은 비밀스럽고 괴기감이 드는 미니어처 인형들이

보통 책의 두배만한 두꺼운 이 책의 부담감을 살짝 밀어내주었기에 가벼운 맘으로 책을 펴기 시작했다.

열여덟 살 시골 소녀 넬라는 암스테르담에서 성공한 상인 요하네스와  결혼하고, 그의 저택에 오게된다.

몰락한 귀족의 집안에서 어린 나이의 순결한 소녀라는 상품성으로 노총각 상인과 결혼한 것이지만,

넬라는 화려하고 풍족한 생활, 사랑이 가득한 신혼을 꿈꾸며 가난한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주한 건 냉담하고 차가운 집안사람들과 뭔가 감추려는 듯한 비밀스러운 느낌의 집안 분위기였다. 

그리고 사건의 시작은 요하네스가 넬라에게 미니어처 하우스를 결혼 선물로 선물하면서 시작된다.

미니어처 하우스를 꾸미기 위해 미니어처리스트에게 몇가지를 주문 한 후 그 결과물을 받아보게 되는데...

집과 집안사람을 그대로 축소한 듯 정교한 인형과 소품들...

그리고 그 속에는 넬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들이 예언처럼 미리 새겨져 있었고 넬라는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이 모든 일을 예견한 듯한 미니어처리스트를 찾아 나서 그 비밀을 알아내려 하지만

늘 넬라를 비켜 도망가는 듯 의문의 미니어처리스트는 자취를 감추고 비극은 절정으로 향한다.

요하네스와 마린, 그리고 그의 하인들이 감추려했던 비밀들로 인해

그들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넬라는 그 운명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것과 해야만 하는 일들과 맞부딪친다.

감당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과 그 속에서 태어난 새로운 생명과 희망....

그리고 그녀는 선택한다. 자신을 둘러싼 비극의 모든 해결이라 생각했던 미니어처리스트의 작품들을 모두 부셔버린다.

앞으로 그녀에게 펼쳐질 미래는 또 그녀를 어떤 길로 이끌어갈까?

미니어처 하우스속에 숨겨진 비밀과 비극적 사건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소설로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는 단순한 미스터리라기보다 17세기 미니어처 하우스라는 부와 화려함의 일면 속에 감춰진

소외되고 배척되어진 비극을 섬세하고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시대 여성이라는 존재의 나약함과 현실에 순응해야만 하는 무기력함,

동성애자, 유색인, 혼열아라는 이유로 배척되고 이단시 되어야 했던 소수자의 비극들....

주류가 아니기에, 주류일 수 없기에 견뎌야만 했던 멸시와 차별들로 그들의 삶은 스스로의 삶에서 주인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저자는 넬라라는 어린 소녀가 자신에게 닥친 운명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이야기속에 풀어놓고

독자들이 그녀의 선택을 지켜보고 응원하게 마지막을 마무리한다.

미니어처리스트가 넬라에게 진정으로 전달하고자했던 메세지는 무엇일까?

저자가 독자에게 이 긴 이야기를 통해 하고싶어 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