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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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는 일본의 문학거장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3년만에 펴낸 장편소설.

일본에서 50만부라는 파격적인 초판 부수로 기대를 모으고, 출간 이후에는 7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최신 화제작이다.

 

포털의 책소개에는 이런 내용도...

[출간되기까지, 내용이나 배경 등 작품에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화제가 되었으며

출간 당일 자정에 도쿄 시내 유명 서점에 책을 사려는 독자의 행렬이 늘어서면서 팬들의 기대를 증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출간이 결정되자마자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초판 부수 20만 부, 출간 전 선주문 18만 부, 예판 기간 중 각 서점 베스트셀러 1위 기록 등 강력한 이슈와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 파워'를 여실히 입증했다.]

 

그래...나도 한때는 일본소설에 빠져 하루키의 세계에 열중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최고의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이었다.

그의 과거 초창기 작품은 그의 유쾌한 필체와 상상력으로 충분히 나를 끌여들였지만

<어둠의 저편> 이후로의 하루키는 겉멋 부리는 관념주의자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으로 다시 그가 내게 돌아왔다.  

제목부터가 묘하게 날 이끌었고 간만에 신간을 인터넷으로 주문까지 했다.

 

다자키라는 사람... 색체가 없는 시시한 사람? 왜 순례를 떠났지?

뭐 대충 진정한 자신을 찾아 떠나는 그런 이야기인가보다...하며 책을 펼쳤다.

 

내용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크나큰 사건도 해피엔딩도 비극도 없다.

다자키 츠쿠루라는 주인공은 유년시절 모든걸 함께 나눴던 친구들에게 갑작스럽게 내쳐진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세계에서 이유도 모른채 거부 당한 그의 상실감...그 이후 그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자신은 특별한 재능도 매력도 개성도 없다. 거기다가 예전 친구들처럼 이름에 색채가 들어가 있지도 않다.

(그의 친구들은 각자 이름에 색을 뜻하는 한자가 들어가 아카(빨강),아오(파랑),시로(하양),쿠로(검정)의 색채를 지닌 이들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친구들에게 내쳐지는 순간 그가 색채를 잃은 것이 아니였을까?

마음 깊숙한 곳에 상처를 덮어두고 자신의 상실의 근원을 스스로라 자책하며 살아온 시간들.

그런 그에게 사라라는 여인이 나타나 그가 자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충고한다.

그리고 그의 순례가 시작된다. 그는 십수년전으로 거슬러 올라 자신이 친구들에게 내쳐진 이유를 찾아나선다.

고향에 남았있던 친구 아카,아오를 만나고 멀리 핀란드로 시집간 쿠로까지 찾아간다.

그 순례의 길에서 시로의 죽음과 자신이 내쳐진 이유와 오해, 그 속의 감춰진 사실들을 알게된다.

되돌릴 순 없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새롭게 한걸음 내딛게된다.

 

누구나 한가지쯤은 마음 속 깊이 숨겨진 상처들이 있을 것이다.

그 상처들은 가끔씩 고개를 들어 스스로를 깊은 우물에 빠지게 만든다.

그 상처는 누군가가 치유해 줄 순 없다. 그 문제도 해답도 자신 속에 있다.

다자키를 통해 나를 투영해본다.

나도 순례를 떠나볼까...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노르웨이의 숲>이 20대초반의 젊은이들의 우울과 방황을 그린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이제는 그 젊음에서 커 버린 30대들의 조금은 성숙한 상처와 아픔을 그린....그 연장선상의 소설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노르웨이 숲>의 팬이었던, 그 당시 그 우울한 젊음속에서 허우적대던 나에게 지금 이 순간과 맞닿는 또다른 공감과 감동을 준 것이 아닐까.

하루키의 독자들도 세월과 함께, 작품 속 주인공들과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하루키는 그걸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다시 만나 반가웠어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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