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나무여행] 연두빛 나무빛 사이로 새어드는 햇살을 떠올리며

내 마음의 나무 여행 ㅣ 내 마음의 여행 시리즈 2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3월

내가 사랑하는 계절...

온통 푸르른 연두빛과 초록이들 때문에 들로 산으로 가고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요즘이다.

내 머리속 깊은 곳에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그림을 떠올리면

한가한 공원에 누워 연두빛 나뭇잎들 사이로 살짝살짝 비춰드는 햇살을 바라보는 순간이다.

바람결에 팔랑팔랑이는 나뭇잎들과 숨박꼭질하듯 살짝이 비춰드는 금빛 햇살을 바라보는 그 순간이

그 어떤 시간보다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래서일까, 유독 산과 공원을 좋아하고

나무며 꽃, 풀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번씩 마주보며 얘기를 건내는 나다.

그런 나에게 너무도 유익하고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을 발견했다.

바로 <내 마음의 나무여행>

나무의 노래를 카메라로 들려주는 송기엽 작가의 사진과 국립수목원에서 우리 식물을 연구하는 이유미 박사의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고즈넉한 숲길을 그들과 함께 걸으며, 나무와 꽃들과 만나고 그 속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책을 읽고 나선 산행에서는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나무들이며 꽃들이 보여

나 스스로도 너무도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화려하고 곱게 달린 꽃잎들만 꽃인줄 알았던 저의 어리석음을 비웃듯

나무에 조롱조롱 달려있던 색다른 모습의 꽃과 열매들...

자연의 신비함과 영특함에 다시한번 감탄을 했다.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오면

그때그때 다시 찾아 읽으며 산과 들을 이 책과 함께 거닐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지식들과 감동을 안고

산행을 하면서 보였던 자연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아놨다.

[꽃으로 열매로 즐겁고 행복한 앵도나무]

화사하기로 치면 복사꽃이나 벚꽃이 더 할 수 있지만, 복사꽃은 좀 더 자극적인 분홍빛이며, 벚꽃은 낙화의 미학이 마음 한편에 쓸쓸함을 남기지요. 그러나 앵도나무 꽃은 소박하고 마냥 정겨우며 다정합니다. 우물가도 좋고 담장 곁도 좋고 그렇게 환한 모습으로 나무 한가득 꽃을 피우니 누군들 설렘이 일지 않을까 싶습니다. ---p.54

[맑은 계류 곁에서 청량한 향기가 된 찔레꽃]

우리 어머니는 찔레꽃을 좋아하셨습니다. 정확히는 찔레꽃의 향기를 좋아하신 것이지요. 그래서 찔레꽃 향기를 닮은 향수를 쓰셨고 어머니에게선 언제나 찔레꽃 향기가 났습니다. 식물을 공부하고 나서 산야에 지천인 찔레꽃을 만났습니다. 특별히 산이 머금은 맑은 물들이 흘러나오는 산 가장자리 계류에서 물가를 향해 늘어진 가지와 송이송이 달려 아름다운 그 나무를 만났습니다. 순결한 순백의 꽃 빛에 스며 나오는 야생의 찔레꽃 향기는 어릴 적 알고 있던 향보다 훨씬 더 청량하였습니다. ---p.80

[파란 하늘 아래 단풍 들어 눈부신 가을 숲길로]

가을 숲길로 떠나 보세요.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좋습니다. 낙엽이 쌓이기 시작하는 숲길의 감촉과 사각거림, 서늘해진 바람을 타고 묻어오는 가을 숲의 향기, 깊어 가는 가을의 나무 틈 사이로 비추는 청명한 하늘빛, 무엇보다도 마음을 크게 열어 나무와 숲이 속삭이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나무는 여러분에게 위로와 휴식을 건네는 일에도 결코 인색하지 않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p.209

[겨울눈 속에서 지난 세월과 새봄을 함께 읽다]

나무와 깊이 사귈수록 놀라운 것은 나무는 겨울마저 그 아름다움의 깊이를 더해 간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앙상하게 드러난 나뭇가지려니 했던 줄기는, 그를 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보여 주는 멋진 세상을 숨기고 있습니다. 꽃이 지고 나면 벚나무를 알아보지 못하고, 노란 물이 들기 전에는 은행나무가 곁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도 깨닫지 못하는 우리지만, 진짜 나무를 알게 되면서 비로소 겨울나무의 멋과 맛이 눈과 마음에 들어옵니다.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