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창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하나를 손에 들었다.
그가 다루는 주제들과 캐릭터설정, 문체스타일을 제법 좋아하면서도
정작 그의 작품은 그다지 많이 읽지 못한 걸 깨닫고, 그의 예전 작품을 탐독해보기로 했다.
그 중 우연히 서점에서 뽑아든게 <변신>...

책 표지에 써 있던
'내 머릿속에 다른 사람의 뇌가 들어 있다. 나는 과연 여전히 나인가" 라는 글귀가 날 이끈 이유다.
제법 오래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설정이 파격적이었고, 역시 히가시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고 소심한, 현실에 순응하고 만족하며 살고 있던 20대 청년인 나루세 준이치.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머리에 총격을 당하고 쓰러진다.
다시 눈을 뜬 순간, 그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뇌 이식 수술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난 영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에겐 이해하기 힘든 변화가 계속되는데....
 그토록 사랑스럽던 여자친구 메구미에 대한 감정의 변화,
그의 유일한 취미이자 삶의 활력소였던 그림그리기는 더 없이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변해버리고
순응적이고 소심했던 그의 성격 또한, 폭력적이고 비판적이며 거칠게만 변해간다.

자신의 이런 변화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준이치. 하지만 자신을 수술한 도겐박사는 그의 의문을 부정하고 숨기려고만 한다.
자꾸만 변해가는, 내가 아닌 자신에게 조종 당하며 불안감을 느낀 준이치는 스스로, 숨겨진 고리들을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들...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자신의 인격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얼마나 두렵고 슬픈 일일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야. 내일 눈을 떴을 때 거기에 있는 건 또 오늘의 내가 아니겠지.
내가 그동안 만들어온 삶의 발자국들이 모두 사라지고 있어."
세계 최초의 뇌 이식 수술...
혁명적인 성공이 될 수 있었던 그 수술은 결국 인간의 그늘진 욕망과 허영에 의해 한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의 매력은 이런 부분이다. 단순한 사건과 해결이 아닌 사회의 단면과 인간의 군상을 작품 속에 녹여 보여주는 것.
이공계 출신다운 과학적 소재들과 철저한 조사들을 토대로 이음새 강한 스토리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소설 속에 여러가지 장치들로 인해 독자들에게 이해와 관심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변신>에서도 주인공이 점점 변해가는 과정을 도겐박사와 메구미의 메모(일기)등을 통해 정리해주는 게 색다른 느낌이 들어 좋았다. 
이러한 히가시노 소설의 매력, 뚜렷한 캐릭터들과 놓여진 상황들 때문인지 히가시노의 소설은 드라마나 영화화 되는 게 많은데,
<변신> 역시 타마키 히로시와 아오이 유우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소설에 비해 러브스토리에 편중 한 듯 하지만, 기증된 뇌로 인해 기증자의 인격으로 점점 변해 간다는 설정은 영화 속에서도
충분히 극적인 재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더 이상 이전에 내가 아닌 나. 그리고 사랑했던 여인...변해가는 감정들...두려움..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다. 


히가시노의 소설은 역시 스토리 설정이나 아이템 면에서는 정말 매력적이고 헉! 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역시 마무리는 항상 조금씩 기운이 빠진다.
이렇게까지 달려가서 대체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숨가쁘게 추격하다보면
어느순간 마지막 장이 돼버린다. 또 다른 방향을 나 조차 제시할 수는 없지만...뭐랄까...좀 더 쌈빡(?)한 걸 원한다는...ㅎㅎ

 

 


+
역시 빠뜨릴 수 없는 표지 비교

한국표지는 한 남자의 사진을 미묘하게 흐트러놨는데, 첨에 봤을때는 솔직히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용을 살펴보면서 나름 무엇을 의도하는 지는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쫌...

일본표지는 뇌 수술이라는 설정을 형상화해서 디자인을 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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