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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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보면 양장본의 경우는 여간 곤혹스러울 수가 없다.
책의 많은 의미를 함축시켜 놓은 것이 표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표지를 다 떼어내버려 칙칙한 단색 표지에 제목만 덩그러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잉아이를 우연히 뽑아들었을 때도 그랬다.
칙칙한 진한 회색면에 기하학적인 그림 하나와 
Dying Eye HIGASHINO KEIGO 라는 제목과 작가이름뿐
하지만 묘하게 끌리기도 했고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과 기대로 서슴없이 대출해왔다.

주말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 몸은 나른했지만 잠을 청하기는 이른 시간이었던 오후 11시.
가벼운 마음으로 첫 장을 펴고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아~ 오늘 또 밤새겠군'이라고 조용히 투덜거리고
마지막 장에 새겨진 섬뜻한 눈을 보고 소름 돋는 여운을 느낀 후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4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흡사 한편의 시나리오를 읽는 듯 하다.
어느날 돌연 일어나는 사건.
그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에 의해 사건은 재구성 되고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버리는 진실.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인물과 숨겨진 진실을 덮으려고, 지키려고 하는 인물들과의 얽힌 고리들.
그 속에서 두려움과 추함, 속물적인 욕망들...
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인간적이기까지 한 그들의 내면.
이런 것들이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묘사와 어우려져 드러난다.
그렇게 작가는 사건 발생- 진실의 은폐- 밝혀지는 진실 이라는 뻔한 미스테리 스릴러의 구성을
보다 생생하고 긴장감있게 그려내는 것이다.


어느날 발생한 교통사고
그 사고가 일어난 지 일년 반 후, 사고의 가해자인 바텐더 신스케가 습격을 당하게 된다.
범인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여자의 남편으로 밝혀지지만 그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발견된다.
다행이 목숨을 건진 신스케는 사고를 낸 그날의 기억만을 상실하게 된다.
뭔가 석연치 않게 느낀 그는 기억을 되찾기 위해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간다.
그리고 밝혀진 진실.
두렵고도 추악한 진실이 그곳에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습격한 남자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진으로 본 마네킹의 눈.
그 섬뜻함이 그를 사건의 진실로 이끌어 간 건지도 모르겠다.
 
바를 찾아 온 의문의 여성. 묘하게 신스케를 사로잡는 그녀 루미코.
갑자기 사라진 동거녀 나루미.
사고의 또 다른 가해자 기우치.
단지 운이 나빴던 거라며 애써 기억을 찾지 말라고 하는 에지마.
대체 그들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귀신에 씌이다? 다소 황당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찾아 온 죽음에 살고자 하는 간절함,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이에 대한 증오
그 모든 감정들을 담은 눈과 마주한다면
순간 자신의 영혼을 놓아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미스테리 호러라는 타이틀.
그리고 쇼킹하면서 잔혹하기까지 해서인지
일본 문예지 '소설보석'에 1998년 2월부터 1999년 1월까지 연재되었지만
8년이 지난 후에야 해금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만나게 되어 다행이었다.

한 여름 머리를 쭈삣서게 할 시원한 글을 원하신다면 강추!!
그 눈은 모든 것을 보고 있다!!!

 

+ 일본 표지 맛보기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의 강렬한 눈의 이미지를 강조한 한국 표지에 비해
일본 표지는 이야기 속에서 섬뜻함을 던져주는 마네킹에 시선을 두고
무표정하지만 음침한 마네킹 사진을 넣었다.

개인적으로 한국표지는 영화 포스터 같고
일본표지는 연극 포스터 같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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