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5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육후연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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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 문학의 선구자인 나쓰메 소세끼의 초기 작품으로 시코쿠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은 못 말리는 문제아였던 어린 시절을 거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거짓말은 절대로 안 하는 고지식한 청년으로 성장한다.
세상과의 인연이라고는 자신을 길러준 늙은 하녀뿐인 그는
물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시골 중학교의 수학선생이 된다.
답답한 시골 마을에서 말 안 듣는 학생들과 속을 알 수 없는 선생들과 부딪쳐가며
인간 존재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아 가는 동경 토박이 도련님의 여정이 경쾌하고 유머러스하다.

주인공은 불평불만이 많다. 끊고 맺음이 아주 분명하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것이다.
그에겐 타협이란 없고 왜곡이란 찾아볼 수 없다.
좋게 말하면 그는 순수하고 본성을 숨기지 않으며 진실된 것이다.
그러나 사회라는 공간에서 그는 독불장군이고 혼자만 고귀한척하는 밥맛일뿐이다.
남들에게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당하는 어리버리다.
그에게는 시골에서의 모든 사람들은 이해 할 수 없는 존재이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은 용납할 수 없는 악당들이고
동료 선생들은 가면을 쓰고 남의 뒷통수를 치는 카멜레온들이다.
그는 그 속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관계 속에서
갈등하고 부딪쳐가며 하나 하나씩 배워가고 느끼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신사인척 고상한척 하며 자신을 배려하는 빨간셔츠의 능글늘글한 속샘을,
이리붙었다 저리 붙었다하며 떠벌떠벌 대는 떠벌이의 재수없음을,
사랑하는 약혼녀를 잃고 강제로 전근까지 당하게 되면서도 아무말 못하는 끝물호박의 흐리멍텅함을,
뒤에서 나몰라라 방관하며 자신의 자리만 지키고 있는 교장 너구리의 태평한 태도를,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돈과 명예에 흔들려 사랑을 택하는 마돈나....
그리고 오해로 사이가 나빴지만 사실은 아주 사내답고 자신과 잘 통하는 거센바람의 정의로운 선택.
그는 그들 속에서 때론 속아 넘어가기도 하며 이리저리 휘둘리게 된다.
그런 괴로움 속에서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기요뿐이다.
어릴때부터 자신를 돌봐주면서 오로지 그에게만 충실하고
그만 존경하고 그에게 자신감과 정의감을 키워준 사람이다.
그에게만은 더없이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인것이다.
누가 뭐라하든 기요만은 그를 믿어주고 그의 얘기를 들어줄 것이다.
그에게 겉과 속이 다른 현실은 혼란스럽고 불만스럽기 그지 없다.
왜 그래야 하는것일까....다 뜯어 고쳐야 속이 풀릴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런 관계의 연속이다.
때론 가면을 쓰기도 하고 때론 속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는게
우리네 거짓된 인생인 것이다.
과연 뭐가 옳은것이고 나쁜것일까??

연신 주인공이 투덜투덜 중얼중얼거리는 것과 같은 문체속에서
지루함 없이 대화를 나누듯 읽은 작품이다.
주인공의 고지식하면서도 순박한 행동들이 날 웃음짓게 했다.
동서고금을 막논하고 사람관계는 다 그런가보다.
일본 근대문학에서 손꼽히는 이 작품속에서
그런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게 유쾌했다.
좌충우돌 답답한 주인공 도련님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상의 단면들을 보여주고
그속에서 찾아야 될 우리 삶의 진실을 일깨워준 작품이 아니였나 한다.



역시나 일본 특유의 간결한 문체는 날 끌어들였다.
하루키와는 또다른 매력....
건조하고 투명한 하루키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유쾌하고 따뜻한 문체로 날 미소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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