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소 수프 - 무라카미 류 걸작선
무라카미 류 지음, 정태원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유학원을 들를 때마다 습관적으로 근처에 있는 반디나 영풍을 헤매게된다.
그리고 무심코 보게 된 소설....무라카미 류의 미소수프...
책의 홍보용 띠에
"실재 소설이 신문에 연재되던 중 유사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작가 스스로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화재의 책"....어쩌구...라고 적혀 있었는데...
역시나 이런 이야긴엔 귀가 얇은 나.
머리 속에 데이터 삽입!
며칠 뒤 도서관을 찾은 나.
기억하고 있다가 뽑아.....든 게 아니고....완전히 잊고 있다가 제목을 보고 "앗!"
솔직히 무라카미 류이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 편.
인간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게 리얼하다는 느낌보다는
문뜩문뜩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리얼함을 넘어 너무도 친절하게 설명된 살인현장은...
머리속으로 그 모습을 그리고 있는 나 스스로도 소름이....으흐흐......
현대인의 모순된 감정과 불안 소외감....왜 이렇게까지 추악하게만 표현되야 하는 것인지...
그러다 끝부분에 어이없게 등장하는 제목이 미소스프인 이유.....
흥미롭게 읽어가다 김 새버린....조금 작위적이지 않나요? 류상~~~
물론 미소스프를 통해 인간세계의 혼탁함과
그와 동시에 인간적인 따뜻함과 애정이 공존한다는
그런 느낌을 전하고 싶어한 작가의 의도는 훌륭하고 멋지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나에게도 그런 영감을 주세요!!)
그래도 너무나 자극적인 소재로 일을 크게 벌이다 보니 뒷부분에서 뭐랄까
롤러코스터 꼭대기까지 올라왔다가 단숨에 다 토해내버린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나 할까...
모든 이야기를 프랭크의 고백으로 다 풀어버린 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단숨에 털어놓고 이해시키려 했던 게....
좀 더 긴장감을 끌어가고 싶었던 나로서는 허탈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역시 대단한 건....
그는 독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사람들의 생각과 욕망을 똑바로 보고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잔인하고 적나라해서 싫다고 하지만
나 역시 대부분 자극적인 걸 쫓고 엽기적인 살인 행각에서 짜릿함을 느끼기도 했다.
타락한 세상을 혐오하면서도 그 속에서 뒤틀린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난 아직 깨끗해...난 아직 더 중요한 걸 알고 있고 그걸 위해 살아가고 있어...
하고 안심한다.
작가 무라카미 류는 우리의 그런 마음을 정확히 알고 글을 쓰고 있다.
그건 그가 <피어싱>의 작품 후기에서 썼듯,
"소설은 번역이다. 말을 잃고 허덕이는 사람들의 외침과 속삭임을 번역하는 것이 문학이다"
라는 말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적나라하고 잔인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꿰둟고
현실과 상상의 세계 속에서 지금도 열심히 싸우고 있을 작가를 본받아
나도 망상은 접고 현실과 부딪쳐보는 건 어떨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