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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열여섯 살의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거짓과 허위....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 홀든의 민감한 감수성과 결벽증을 통해
허위로 가득찬 사회와 삶의 이면을 조명하고 있다.
이를테면, 주인공 홀든이 다닌 텐시 고등학교의 교장,
기숙사의 룸메이트들, 역사선생, 출세한 졸업생들, 영화배우,
유명한 피아니스트, 데이트 상대의 소녀들, 엘리베이터 보이,
창녀, 변태성욕자 등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두가 홀든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더욱이 여동생 피비가 다니는 국민학교 복도에
쓰여져 있는 추잡한 낙서와 박물관 미이라실의 돌 위에 쓰여져 있는
똑같은 낙서 그리고 그가 접하는 속물들과 물욕, 폭력 등은
홀든 콜필드를 분노케 한다.
이렇게 자신의 주위에 둘러 싸여 있는 지옥과 같은 상황은
착하고 사랑스러운 피비가 상징하는 천국과 대조를 이룬다.
이 작품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
특히 홀든의 다소 과장된 결벽증을 통해 본
인간과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오히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는 주인공 홀든의 방황과 고독들로 전환되어
그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아 어루만지려는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깔려있다.
홀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허위와 불성실이다.
그는 주위에서 그런 것을 보면 참지 못하거나 금새 우울해 버리는
결벽증의 소유자다. 그런 홀든에게 혼탁한 현실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어린이들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하며 살고 싶다고 소망하며 결국은 현실에서 도피하여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그런 의지는 순수한 동생 피비의 본성에 의해 억제되고 만다.
어리지만 거짓없는 피부에 닿아오는 피비의 본성은 그를 자극시키고
'왜 그런지 모르지만' 갑자기 그를 행복하게 만들며
그를 변화시키고 그가 현실을 보다 너그럽게 수용할 수 있게 만든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작품 전체적으로 저속한 표현들과 사회에 대한 결벽들이
흔들리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고뇌를 잘 표현했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피만 하려는 홀든을 통해
우리의 정신과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것 같다.
우리도 이렇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늘 거부하며 방황하며 지내는 것이 아닐까?
인간에게는 누구나 그 본연속에 깔려있는 인간다운 아름다움이 있을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 행복을 느끼고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피비의 철없고 어린 표현이 때론 가장 순수하고 올바른 것임을 깨달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것은 어쩌면 아주 쉬운 것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