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녕 지음 / Storehouse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낀>은 교정기에 낀 시금치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애를 나타낸다"는

책소개에 교정기에 낀 시금치랑 사람들의 비애랑 무슨 연관이 있을까 호기심이 증폭했다.

책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작고 얇았고, 짤막한 5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20대 중반 작가가 쓴 글이라는게 놀라울 정도로 80,90년대의 암울한 시대상들이 곳곳에 녹아져

묵직한 가족서사로 연결되어 있었다. 거기에 젊은 작가의 독특하고 통통 튀는 상상력이 현실을 넘나들며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내며 우리 현실을 냉철하게 꼬집는 듯 했다.

5편의 이야기 모두 독특한 상상력이 가미되어, 이야기의 전개를 황당하게 반전시키는데

그 속에 진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숨어있는게 아닐까한다.

20대 젊은작가답게 시대에 대한 비판과 우울이 밑바닥에 깔려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는 시대상에 대한 비관론적 입장이라기 보다,

지금 이 시대 젊은 세대들의 나약하고 희망을 잃은 태도를 더 비관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아버지세대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곳곳에 묻어있기도했다.

5편의 단편 중 <낀>을 대표로 내세웠다는 것 역시 그런 맥락이 아닐까 한다.

현실에 살아남기 위해 '치아교정'이라는 하나의 방법으로 시대가 원하는 사람으로 맞춰가며 살아가보려 하지만

교정기에 낀 호박잎 또는 시금치처럼 그 틀에서 적나라하게 스스로를 내 보여야만 한다.

모두가 원하는 틀에 맞춰 자신감을 얻기도 하지만(교정기를 낀 든든함?) 과연 그게 진정한 나의 모습일까?.

치아가 빠지기 시작해 임플란트를 해도 모자랄 늙은 아버지가

"교정기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라고 고백하는 장면이 참 애잔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하며 본 단편은 마지막 <이어 쓰겠습니다>였다.

한 편집자가 우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인데,

작가이거나 작가지망생인 이들에게 상당히 공감이 갈 이야기일 것 같다.

지난 이야기지만 나 역시 한때는 작가를 꿈꿨기에 공감갔고, 글 속에 말들이 가시처럼 콕 박혀 아팠다.

어떤 성취도 없이 골방에서 묵묵히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빌어먹듯이 살아야 하는 게 예술가의 인생이라 말씀하신다면,

저는 여러분께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우 작가는 '작가는 남에게 기생해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기생충처럼 누군가의 지원 없이는 절대 작가가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을 작품을 쓰기 위해 것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우 작가가 무얼 포기했냐고요?

저는 '자기 자신'이라 생각합니다.

<낀> 이어 쓰겠습니다 中

매일 하루의 절반은 소설을 준비하고, 나머지 절반은 소설을 쓰면서 보낸다는

이 젊은 작가의 고민도 고스란히 담겨져있는 이 이야기....

그 고민이 안타까우면서도 기특하고 예뻐보인다.

한 젊은 작가의 행보를 응원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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