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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앨리 ㅣ 스토리콜렉터 91
윌리엄 린지 그레셤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1월
평점 :

'나이트메어'라는 제목의 일부분만으로 공포스릴러 소설이라 생각했었는데
출판사 서평과 책 소개글을 보니 뭔가 더 복잡미묘했다...
<판의 미로> 감독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선택을 받아,
2021년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주연으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 소재나 스토리가 강렬하고 흥미진진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고 책을 펼쳤다.
그리고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에 당황하면서도
작가의 내면과 맞닿은 세계관과 거침없이 써내려간 유려한 문체에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물론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처럼 복잡다난하게 스토리가 전개되어
"어? 내가 두장 한꺼번에 넘겼나? 파본인가?"하며 책을 다시 들쳐보기도 했지만...^^;;
주인공 스탠턴 칼라일은 카니발 유랑극단 ‘열 가지 쇼’에서 마술 무대를 담당하며 극단 단원들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생활을 한다. 어린시절 목사가 되기를 강요하던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그다. 그러던 중 속임수를 이용한 독심술로 돈을 버는 '모든 것을 아는 여자' 지나와 내연관계를 맺고 그녀에게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요령과 속임수들을 배운다.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여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면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스탠턴은 점점 그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자신의 재능에 심취해간다. 어느날 경찰소동으로 전기 소녀 몰리와 관계를 맺게 된 그는 젊고 아름다운 그녀와 함께 카니발을 떠나 독심술 쇼로 큰 무대에 오르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몇년 그와 그녀는 원하던 생활을 이끌어 내지만 그는 보다 더 큰 욕망에 휩싸여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그건 바로 영매를 통해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도와주워 평생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었다. 정식 목사 자격증을 따고 갈취한 집에 교회를 만들어 집안 곳곳에 속임수 장치들을 숨겨두고 그는 본격적으로 심령주의 교회를 이끌어나간다.
하지만 사람을 속이는 일이 그리 만만하던가? 장치의 작동부터 사소한 하나하나에 히스터리를 보이며 점차 심신이 무너져가고 불안이 폭발할 지경에 이르며 자신이 컨드롤 되지않아 스탠턴은 여성 심리학자 릴리스 리터 박사의 정신과를 방문한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더 깊은 악몽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게 되는데... 그에게 과연 어떤 끝이 기다리고 있을까?
쉽고 편안하게 넘겨지는 책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점점 파멸해가는 한 인간의 모습속에서 그 내면이 점점 어떻게 피폐해져 가는지
인간의 꿈꾸는 이상과 그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도 또 없으리라 생각된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글을 읽다보면 이게 정말 일어난 일인지, 주인공의 상상 속 이야기인지
분간이 안가 몇 번이고 다시 들쳐보게 되고 생각을 곱씹게 되는 부분들이 많다.
주인공의 내면이 불안해질수록 이야기도 두서없이 끊겼다가 과거로 점프했다가 순간 현실로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런 상황들이 또 납득이 간다.
작가는 알코올중독과 신경쇠약으로 오랜 세월 힘겨웠고 스스로 내면의 병마를 걷어내기 위해 정신분석, 알코올중독자 갱생회, 마르크시즘, 기독교, 선불교 임제종, 심령술, 사이언톨로지 등 온갖 미로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막다른 골목이었다. 이런 골목 안에서 탄생한 책이 바로 [나이트메어 앨리]다.
주인공의 혼돈스러운 내면의식은 곧 작가의 내면의식과 맞닿아 있었으리라....
인간의 욕망...희망....죄책감...두려움....
이 모든 것에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저 먼 앞에 진흙탕 수렁이 있을지 쾌적한 낙원이 있을지는 한걸음 한걸음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그 어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더 이상 희망하지않고 삶을 포기했을때 그때가 바로 최악이며 닭의 목을 물어뜯는 기인과 다를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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