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에 이어 k-pop, 그리고 이제는 k좀비까지 그 우수성과 흥행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요즘
드디어 한국 장르 소설에도 좀비가 출현했다.
워낙 예전부터 귀가 예민해 영화관에서는 공포영화를 볼 엄두도 못 내고
드라마에서 수술장면만 나와도 그 날카로운 메스와 피를 보면 사지를 떨며 눈을 감는 유리심장인 나.
남들 다 본 <부산행>도 몇 년이 지나 티비 재방송으로 보고
넷플렉스 <킹덤>도 보다가 포기해버린터라
오히려 나는 이런 장르소설로 읽는 살인현장이나 좀비의 폭동이 더 편안하고 흥미롭다.
피가 낭자하고 살점이 뜯겨 나가도 책은 물게 물들지않고
자극적인 장면의 연출보다 그 속의 캐릭터들의 심리적 묘사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에
그 사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끔직한 소리가 없어 예민한 귀를 자극하지 않아서 그런듯 하다.
<야행성동물>은 좀비를 소재로 했지만
원인불명의 좀비출현 -> 폭동 -> 히어로의 등장 -> 사건해결의 뻔한 설정과 진행이 아닌
마약과 특이 바이러스 보유자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는 어두운 세력들 등
현실에 있을법한 설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 억지스런 설정에 대한 반감도 없었고
좀비란 소재를 이용해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국경수비대의 마약단속반으로 일을 하던 한나는 어느날 마약 카르텔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녀의 평화로운 일상을 위협받게 되자 딸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 사이 그녀가 생활하던 곳은 마약성좀비들이 출현해 온 도시가 쑥대밭이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안전을 위해 도피해 온 흰섬에서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시작되고 만다.
마약재활치료센터에 갇혀있던 특이 바이러스 보유자가 정체모를 곳에서 보내준 마약을 투약하고
무시무시한 마약성좀비가 되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공격을 받은 사람도 순식간에 전염이 되어 섬은 감염자들로 넘쳐나고 세상에서 격리되고만다.
그 속에서 총기를 가지고 있는 서사장파 사람들은 좀비들의 머리통을 쏴 죽이면서 목숨을 지켜간다.
유학생활 중 총기난사사건으로 트라우마를 얻어 치료하던 중 마약에 중독되고
자신의 마약중독으로 태어나자마자 하반신마비 장애를 가진 딸을 데리고 살면서
마약의 무서움과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감정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는 한나는
한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그들을 무자비하게 죽여버리는 서사장파의 방식을 반대하고
감염자들을 죽이지않고 가둬서 나중에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한나의 말처럼 총을 놓기엔 힘들었던 그들...
총을 가졌단 이유로 자신만만 기득권이 된 그들은 과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섬에서 간신히 탈출한 한나는 그 거대한 음모와 숨겨진 조직에 대해 파헤치기 위해
실마리를 찾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아간다.
읽으면서 '마약'이라는 게 나와는 아주 무관한 이야기라 생각했던 게 참 아둔했었단걸 깨달았다.
언제 어느곳에서건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나 역시 희생될 수 있고
그런 무지한 사람들을 이용해 세력을 키우고 거대한 액수의 금액을 손에 쥐고 움직이는 그들은
지금 도처에 존재하고 있고 영원히 사라지지않을 것이란 걸 확신한다.
마약성 좀비 또한 그 비슷한 일이 얼마전 일어났었고,
이렇게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라도 조금만 주위 깊게 들여다보면
이런 어두운 세계는 우리 가까이에 숨쉬고 있다.
그렇기에 책에서 던지는 인간성에 대한 문제 역시 쉽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나의 안위를 위해 나를 위협하는 것들은 없애야겠지만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있고 내 가족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걸 간과할 수 없는것이다.
삶의 의미...늘 그 마지막엔 휴머니즘이란 대전제가 남아있다.
나는 오늘 좀비소설 속에서 휴머니즘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