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 말과 글을 단련하고 숫자, 언어, 미디어의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기술
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강주헌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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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이 참 많다. 광고를 보고 간장게장을 샀는데 속이 텅 비어 있었다든가, 아파트를 살 마지막 기회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계약을 했다가 집값이 폭락한다든가...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어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는 건, 간장게장을 판 그들이나 아파트 광고 기사를 쓴 그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 때문이다. 억장 무너지는 일이다.
왜 우리는 번번이 그들에게 당하고 살까? 그건 아마 그들이 펼쳐놓은 생각의 덫에 우리가 빠져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이 생각하라는 대로 우리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힘 있도 돈 많은 그들이 세상을 주무르고 있으니 생존을 위해 그들의 논리를 전혀 외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농락당하며 살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우리의 뜻을 관철하는 것! 그러려면 일단 그들의 머릿속을 환하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은 그런 욕망이 간절한 사람에게 긴요한 아이템이다. 촘스키가 누군가. 거대한 미국에 맞서 그들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세상에 말하는 날카로운 지성을 지닌 인물 아닌가. 국가와 미디어와 다국적 기업이 숨기는 거대한 거짓을 밝혀낸다는 것 자체가 그의 지적인 힘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어산지 같은 인물이 등장한 지금이야 촘스키의 작업들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기도 하겠지만, 촘스키는 오랜 시간 동안 거대한 제국에 맞서 싸우며 우리가 무지에서 깨어나는 것을 응원한 지적인 스승이다.
바로 그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우리를 속이는 다양한 말의 매커니즘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보이는 숫자에 숨어 있는 함정들은 무엇인지, 과학이 어떻게 자본을 위해 봉사하는지, 미디어가 우리를 어떻게 조종하는지, 또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을 어떻게 속이는지를 흥미로운 예들을 들어가며 설명한다. 머리를 탁 치는 기발한 것도 있고, 화가 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예도 있다. 그중 하나만 들어볼까.
1991년에 페르시아만에서 일어난 걸프전쟁을 아는지 모르겠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해서 미국이 최첨단 무기로 전쟁'쇼'를 펼친 일이다. '쇼'라고 하니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다. 그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분명 쇼였다. 미국이 그렇게 했으니까. 미국이 참전하기 몇 달 전, ‘나이라’라는 한 소녀가 워싱턴 하원 인권위원회에 출두했다. 자신이 일하던 쿠웨이트의 한 병원에 이라크군이 급습해서 인큐베이터를 깨뜨리는 바람에 312명의 아기가 차디찬 병원 바닥에서 숨을 거뒀다고 증언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TV로 생중계되었고, 이후 미국의 소중한 친구였던 사담 후세인은 “바그다드의 도살자”로 불렸다. 미국의 참전을 반대하던 여론은 순식간에 찬성 쪽으로 반전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홍보회사 힐앤놀튼이 미국의 참전을 원하던 쿠웨이트인들과 1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고 진행한 사기극이었다.
 
얼마 전 여당의 대표가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말해 전국민에게 웃음을 준 사건이 있다.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본 거다. 그게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저자는 '모든 걸 의심하라, 심지어 너 자신까지도 (그리고 저자 자신의 말도) 의심하라'고 말하고 있다. "너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을 알라"고 말한 소크라테스가 환생한 것 같다. 21세기 버전으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싸울 때 위태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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