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종의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림과 글이 일대일로 같이 있는 책에서 공간을 함께하는 그림과 글은 서로를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그림과 글을 연관지어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삼분의 일 정도 보다보니 그런 생각이 무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글과 그림이 서로 독립적으로 전개되면서 서로 완전히 어긋나지는 않기. 어쩌다가 우연히 글과 그림에서 서로 통하는 면을 발견했을 때는 인연이란 말이 떠오르면서 반가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이 책에는 삶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들, 갈등들, 교감들. 나와 내가 포함되어 있는 세상의 순간들과 거기에서 갖게 되는 다양한 생각들. 따라서 어떤 글들은 이해할 수 있고, 어떤 글들은 이해할 수 없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내 맘을 쏙 빼놓지는 않지만 현실이면서도 온전한 현실은 아닌 그림들은 아름답기까지 해서 보기에 좋았다. 반면에 글은 너무 사적이란 느낌이 들어서 내게 낯설었다. 하지만 사적이란 점은 어떤 이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어떤 이는 내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나와 앞으로의 나는 완전히 동질한 존재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고요함과 소박함으로 채워져 어찌보면 나른해지기까지 하는 이 책은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가꿔나갈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