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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 돈버는 모든 원리가 숨어 있는곳
이상건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읽은 경제 관련 도서라곤 딱 두 권뿐이었다. 대학생 시절 보았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과 <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두 책을 읽고 얻은 거라곤 유연해진 턱뿐이었다. 하품을 하도 많이 해서 그렇다. 하품을 자주 했다고 해서 이 두 책이 형편없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때 내가 이 책들을 읽을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은 순전히 일 때문에 손에 든 책이다. 우연히 이 책을 쓴 이와 만날 자리가 생겼는데, 멀뚱멀뚱 앉아 있는 것보다 책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 행운이란 우연히 오는 것이다. 어떤 이는 행운은 노력한 자에게만 온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생의 모든 일들을 하나 빠짐 없이 인과율로 엮어낼 수 있을까.
어느 일요일 밤 TV를 켰을 때 화면에 비친 이가 이 책의 저자였다. 좋은 느낌을 받았는데 연이 닿아 만날 수 있었고, 만남을 준비하느라 책을 읽었다. 그렇다면 왜 행운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받은 영향, 이 모든 것이 오늘을 사는 내게 새로운 기준 하나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경제의 원리를 이해하라'는 선언이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자는 사회운동을 하는 학생이었고, 사회에 나와서 돈 때문에 고생했다. 나는 대학생 시절 사회운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운동을 하는 친한 친구와 선후배의 영향, 나의 청개구리 기질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켜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려 했다. 보려 했지만 비판적으로 볼 수 없었다. 무엇을 알아야 비판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그냥 비난한 거다. 그만큼 내 사유의 기반은 빈약했던 거다.
이 책에는 자본주의에서 돈이 어떤 원리로 모이는가가 정리되어 있다. 경쟁자가 없는 분야를 찾고,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저자가 말하는 돈의 원리는 크게 이 두가지 정도다. 이 두 원리를 작동시키는 작은 원리들도 있다. 경기 하강이 있은 후에는 반드시 경기 상승이 있다, 부의 미래는 인구 지도가 결정한다, 대중과 반대로 움직여라, 가격보다는 가치를 눈여겨보라, 등등. 하지만 저자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이런 원리들이 아니라 이 원리를 실천으로 옮기는 자의 태도다. 돈의 테크닉을 익히기보다는 지식을 머리에 담도록 노력하고, 세상(돈)에 겸손해지고, 자기를 스스로 책임지며, 기다릴 줄 알아라.
이 책을 읽고, 전에는 전혀 읽지 않았던 경제 뉴스에 조금씩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경제 용어들도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내 꿈은 도시를 떠나 자본주의 체제에 발을 덜 담그고 사는 것이다. 얌치 없는 생각이겠지만 그렇더라도 자본주의의 단물을 조금은 빨아먹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자본주의 공부, 더 나아가 경제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둬야겠다. 혹시 아는가, 그러다 보면 뭔가 확실한 선을 긋는 날이 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