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기업 컨설턴트 이면서도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라는 황당한 책을 냈던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는 얼마전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이런 제목으로 <위험한 경영학>을 소개해 놓았다.

☞  "경영학은 위험한 가짜 학문(http://www.infuture.kr/704)"


너무 쎄지않나?  하지만 잠깐, 왠지 통쾌한 이 기분은 뭘까?

"뉴욕 타임스에서 CEO가 잠들기 전에 읽는 책을 조사했더니, 경영 대가들의 책을 읽는 CEO는 거의 없었다. 그 책의 독자들 대부분은 중간관리자나 직업이 없는 여성들이었다."

"경영의 대가들(드러커,톰피터스,게리하멜,짐콜린스 등)은 경영의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하지만 그 비밀은 엄마가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주면서 하는 말과 뭐가 다른가?"

"경영학은 과학이나 기술이 아니라 일종의 유사종교다."

"컨설턴트는 고객에게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할 뿐이다." (상기 블로그)


킥킥거리며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①수많은 '경영의 大家 내지 구루'들이 새책을 낼 때마다 들춰보면서도 실전에서는 여전히 '하던 방식대로' 버벅거리고 있는 현실, ②경영 이론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상황들, 그리고 ③유명한 MBA 출신과 컨설팅 업체가 실제론 어떻게 일을 하는지 곁에서 지켜보고 부대껴본 약간의 경험 때문이리라. 세계 몇 대 컨설팅 업체라는 곳이 수 천, 수 억원씩 받아가며 내놓는 화려하지만 열불나는 프리젠테이션이나, 유럽/미국의 5대 MBA 출신들이 현란한 분석 도구들을 펼쳐놓고도 때로는 상고 출신보다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못하던 어처구니 없는 경우를 다시 마주하는 느낌.  ㅎㅎ;


" 저자는 경영의 아버지라 불렸던 네 명의 경영 대가들에게 과감하게 돌팔매질을 한다. 과학적 경영의 토대를 만들었던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 인간중심 경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엘턴 메이오, 경영 전략학의 효시 마이클 포터, 경영학을 대중화시킨 톰 피터스까지 이제껏 우리가 맹신해왔던 경영학의 교주들을 오목조목 날카롭게 비판한다. " (알라딘 도서소개)


특히, 현대 기업 경영의 창시자이며 세계 3대 경영학자 중 하나로 꼽히는 톰 피터스는 이 책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이 꽤 클 듯하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미래를 경영하라>에 이어 올해는 <성공하는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까지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이 양반이, 슬쩍 데이터를 조작해놓고는 딴소리 하는 사례도 여기에 등장한다. 사실이라면 이만저만 실망이 아닌데, 꽤 많은 부분에서 씹고 있는지라 대책이 없다. 톰 아저씨, 왜 그러셨을까요... OTL
 




읽다보면 떠오르는 것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의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로 성공하여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이 책이 잘 팔린 덕에 부자가 되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의 주인공. (처..처음 들어 보시나요? -_-a)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에서 폭로되기도 했던 그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는 것은, 현장에서 실력을 검증받기 보다는 어쨌거나 일단 주목받은 뒤 그 분야에서 역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씁쓸한 기억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이야기가 다 틀린 것은 아니다. 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것만은 사실. 하지만 실제 그 '이론'대로 부자가 되기도 전에 쓰여진 저자의 '이야기'들, 그리고 "돈이 당신을 위해 일하게 하라, 젊어서 일찍 은퇴하라"등의 솔깃한 논리를 앞세워 피라미드/다단계 판매 업계에서 '부빠가빠'가 교과서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코미디 아닌가?  동아일보 경제 칼럼과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을 통해 이런 사실을 지적했던 분은 '실제' 강남의 부자였던 '세이노(Say No; 필명)'님. 책은 이미 절판되었지만, 아직도 인터넷 카페 등에서 건실하게 부자가 되는 현실적 자세와 방법을 역설하고 있다는 소문.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실...)

 


앞 뒤가 뒤바뀐 이런 사례들이 현대 경영학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 그리고 경영학에 대한 사회 일반의 맹목적이고 잘못된 믿음들을 <위험한 경영학>은 다소 신랄한 어조로 풀어헤치고 있다. 원제가 <The Management Myth>이니 '경영학에 대한 잘못된 믿음(신화)'이라는 내용과도 딱 들어맞지 않는가? (목 없는 양복쟁이의 원서 표지는 '위험한 경영학'이라는 한국판 표지로 더 잘 어울려 보인다. 포스트잇이 연상되는 개성없는 한국판 표지는 다소 안습 ㅠ.ㅠ)



정말로 위험한 것은?


그러고 보면, 요 근래 "위험한(무서운)" 딱지를 붙인 책들이 자주 눈에 띈 것 같다. 이런 책들의 특징은 해당 주제의 숨겨진 실태나 오류를 폭로하고 있다는 것. 경제학, 심리학, 경영학 등등 무슨 책을 봐도 '어차피 다 비슷비슷한 것 같은' 이런 분야에 심드렁해 있었다면, X-파일처럼 "진실은 저 너머에..." 라든지 "사실은 그게 아니었어!" 하며 적당히 '실세'들의 뒷담화도 까고 색다른 부분도 긁어주는 이런 시도는 제법 흥미롭고 때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결과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한쪽으로만 편향되어 있던 생각과 관점을→ 다른 범위나 방향으로 넓혀준다는 것이 이런 책들의 특징. 따라서, 균형잡힌 시선을 가지고 잘만 이용한다면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새로운 기회를 넘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들이 주는 보너스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하는 난감한 질문을 내뱉게도 한다는 것은 이렇게 '폭로'하는 책들이 지니는 또 다른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제목은 '위험'하지 않았지만 내용상 올 상반기 가장 '위험'했던 책은 <삼성을 생각한다>가 아니었나 싶다. 대한민국이, 그리고 삼성의 실세들이 그 정도로 그렇다는 것을 누가 알기나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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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 마마나 귀신,괴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요 살인, 납치, 강간, 테러, 폭력이 난무하는 것도 아닌데 뻔뻔하게(?) '위험한' 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하는 이 책들.. 다 읽고 나면 "So what?" 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런 제목의 책들이 역설적으로 제기하는 진짜로 위험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저 책들의 내용이 위험한게 아니라
기존의 상황과 이론들을 넋 놓고 너무 당연하게 믿고 있는,
위험한 줄 모르는 그 태도가 더 위험하다는 역설이다.


이들이 파고드는 것은 우리의 맹점, 편견, 고집, 습관화된 신념들이다. 누가 그랬다고 하니까, 위에서 그렇게 시키니까,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으니까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을 해보기도 전에 '당연한 진실'로 믿고 있던 몇 가지 주제들을 저 책의 저자들은 (대체로) "기본적인 방법"을 통해 실제로 검증하고 대조한 다음 의외의 실체를 까발려 보여 준다. 밝혀진 사실 자체가 위험한 것도 있지만, 아무 생각없이 믿고 따르고 있다는 것이 더 이상하고 무섭다는 사실을 그렇게 보여준다. (의문을 가지는게 위험한 걸까, 의문을 가지는 것 자체를 적대시하는게 위험한 걸까? :-)

'위험한(무서운)'을 내세운 이런 책들은 최소한 다른 생각, 다른 생존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위험하고 무섭다고 와락! 을 주면서, 단단하고 완고하게 닫혀있던 상식적인 현실에 쩍! 하니 을 하나 내버린다.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까지 내준다면 최상이겠지만, 별 생각없이 당연시 하던 것을 이 참에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해줬다면 그것만으로도 때로는 감사한 일이 아닐까.

당연함이 흔들린 그 으로 스며든 가능성은 닫혀진 시야를 조금은 틔워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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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2 0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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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2 0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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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3 17: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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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3 2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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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7 0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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