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달라이 라마.

소탈함과 열린 지성, 유머감각, 솔직함, 자비심, 실천하는 양심을 두루 갖추고 있는 분.
깨달았으니 않았느니 논하는 것조차 별 의미 없음을 느끼게 해주는 시대의 어른...

종교와 과학,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차 한잔 함께 마셨으면 싶다... 따위가 아니라
그냥 이 분의 울림 좋은 목소리와 호탕한 껄껄껄 웃음만 라이브로 듣고 있어도 흐믓할 듯.
이번엔 [선라이즈 선셋]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출연하셨다는데, 한번 찾아 볼까나...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아서 덴트.
지구의 선사시대로 불시착해 고대 유럽을 불쌍하게 헤메던 때를 제외하고는,
맨 처음 지구가 멸망하여 외계 우주선에 히치하이킹 하는 그날이라든지 우주 끝에 있는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날,
다시 만들어진 지구로 돌아와 '얼떨결에' 하늘을 날면서 연애를 하는 날 정도는 하루쯤 경험해보면 재밌을 듯.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왠만하면 직접 책을 살펴본 다음 구입하기 때문에 별로 '낚인' 기억이 없다.

아, 한 권이 있기는 하다.
엄청 유명한 베스트셀러이고 꼭 읽어야 한다길래 대단한 기대 속에 애시당초 손에 들었지만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느낌이 정말 달랐던 책. (마우스로 긁기→) 성경. 특히 구약성경. 신약과 구약은 별개의 종교 느낌..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어떤 의미에서, 요새 나오는 책의 표지와 내용은 대부분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너무 원론적이지만 나름대론 이것이 사실... ^-^;)

정말 허접한 책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표지에는 출판사나 저자의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과 고민과 선택으로 결정된 디자인이 들어가는 법이니까.

딱 10년 전과 비교해봐도 요즘의 책 표지는 정말 예쁘고 멋스러운 것들이 많다.

어떤 날엔 미술관처럼 책 표지만 구경하면서 서점을 돌아다니기도 하니까.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조셉 켐밸(조지프 캠벨)의 [신화의 힘].
고려원에서 나왔다가 절판되고, 이끌리오에서 다시 나왔는데 또 품절되었다. 언젠가 국내 TV에서도 방영된 이 다큐멘터리 덕분에 신화와 종교, 교양강좌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내용 외에도 진리와 학문을 사랑하는 저자의 따뜻한 느낌이 전해지는 것으로 유명했던 책.

또, 일리야 프리고진의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와 그 외 그의 다른 책들. 오래전에 나왔다가 모두 절판 또는 품절 상태이다.

댄 카비키오의 [어린 방랑자].
번뜩이는 메시지들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연상시키는 이야기 속에 잘 녹아있는데, 별로 알려지지 않은채 품절되어 안타까운 책. 

라이얼 왓슨의 [생명조류].
'백마리째 원숭이 법칙'이 바로 이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루퍼트 쉘드레이크의 형태장 이론 뿐 아니라 이후 수많은 학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 의식/기억/생명/자연/인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놀라운 파노라마.

그 외 국내에 출간되었다가 절판 또는 품절된 아까운 책은 셀 수도 없이 많고,
그것이 아직도 온라인/오프라인의 중고책방을 여전히 기웃거리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서 중에서는 Process work 분야를 다룬 책들이나 밀턴 에릭슨의 최면 분야를 다룬 책들,
그리고 너무 독특해서 잘 팔리지는 않겠지만 SF 빰치는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한 Explorer Race 시리즈 등등.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일단 연필로 교정하고 넘어간다. 실수야 가끔 있을 수 있지. 흠흠.
3~5개 이상 발견되면 슬슬 불안해진다. 포스트잇에 페이지와 함께 기록하여 책날개에 붙여두고 읽어 나간다.
10개 이상 계속 발견되면?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거다. 출판사 홈페이지와 연락처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연락이 번거롭게 되어있다면 '뭐가 이따위야!' 분통을 터뜨리며 넘어갈 수 밖에 없지만,
시간 넉넉하고 연락도 편하다면 오탈자 내용을 알려주어 확인토록 한다. 이건 출판의 기본 아닌가. 투덜투덜.
(대부분 형식적인 감사의 회신이라도 보내온다. 어떤 출판사의 경우 답례로 신간을 보내주기도 하셔서 황송)

가장 황당한 케이스기억에 남는 것은 1999년 초판 10쇄 내외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1,2권. 당시 책 2권에서 거의 100 여 개의 오탈자와 어색한 번역이 발견되었다 (10개가 아니라 백여개. 어린이들도 읽는 이런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인터넷도 힘들던 시절, 읽다읽다 어이가 없어 빽빽하게 오탈자를 적은 편지를 출판사에 보내었건만 아무런 회신이 없었고, 뻔히 눈에 보이는 맞춤법 오류조차 베스트셀러로 한참을 팔리고 나서야 조금씩 수정되어 나왔다. 소량을 찍어내고 절판되는 책이라면 모를까, 1년 사이 몇 번이나 판/쇄를 갈아치운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는데도 수정 작업이 제대로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 듯한 모습.. 알바 번역생을 써서 급히 조합한 듯한(?) 어색한 번역과 오탈자들, 그리고 이런 식의 무책임하고 성의없는 대응 때문에 이 책을 낸 출판사는 그 후에도 많은 해외 베스트셀러를 국내에 소개해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썩 내키질 않게 되었다.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질문을 받자마자 맨 처음 떠오른 것은 [맨투맨 기본영어]. (ㅠ.ㅠ)
이걸 '책'이라 할 수 있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맨 먼저 떠오르는걸 어떡할꼬...
완독할 때마다 맨 뒷장에 날짜까지 기록하면서 달달 외우려고 애썼던 책. 중고딩 시절 예문까지 외우면서 7번인가 9번 완독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8~90년도엔 저런 표지가 아니었다.)

그 다음 떠오르는 것은 동아출판사(?)이었던가 국민서관(?) 같은 곳에서 나왔던 10권짜리 어린이용 [세계대백과사전]. 컬러그림과 사진이 많이 있어서 유치원 때부터 국민학교 졸업할 때 까지 수시로 꺼내보곤 했다 (국민학교 세대).

파란색 하드커버가 아직도 생생한 계몽사의 [세계명작동화]와 노란색의 [한국명작동화] 전집도 마찬가지. 그러고보니 어린 시절 웬만한 그림책과 동화책들은 3번 넘게 읽었던 것 같다. TV 보다는 책이 더 재미있던 때니까. [시튼 동물기]며 [톰 소여의 모험],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 [괴도 루팡] 시리즈,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한 질당 5~10권 했던 어린이용 [삼국지]/[서유기]/[수호지], [어린이 위인전기] 전집 같은 책들은 적어도 3번 이상 읽어가며 학교에서 발표도 하고 독후감도 써냈던 추억 속의 책들. (모두 옛날 책들이라 해당하는 책의 이미지조차 찾을 수 없다.) 



 

 

 

 

중고생일 때에는 참고서, 문제집도 제대로 못봤으니 3번 이상 본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왠지 애절했던 [꼬마 철학자]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알쏭달쏭해서 다시 읽었던 [모모], 한때 가슴을 후벼팠던 에리히 캐스트너의 시집 [마주보기]와 서정윤의 [홀로서기], 그 시절 내겐 가장 웃긴 소설이었던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돈 카밀로와 패포네(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시리즈, 누구든지 3번은 읽어봤을 생 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세상에 이런 소설도 있구나 놀라게했던 김용의 고려원판 [소설 영웅문], 그리고 교실에서 몰래 돌려보고 흉내내서 따라 그려보기도 했던 만화 [드래곤볼]과 [슬램덩크]시리즈 정도? 

 

  

 

어렵게 구한 추억의 "고려원" 영웅문 표지. 곽정과 황용, 구음진경, 캬아...
 

 

 

  

   

 

 

 

고딩 이후 3번 이상 완독하여 기억에 남는 책은 에리히 프롬의 영한대역 [사랑의 기술]과 라즈니쉬의 학원사판 [반야심경], 루이스 헤이 [행복한 생각들], 댄 카비키오 [어린 방랑자], 그리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5권과 6권은 제외),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터치]와 [러프], [H2] 시리즈 정도. (개인적으론 90년대에 나온 저 4권의 히치하이커 번역이 요즘 번역보다 더 맛깔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절판된 상태. 알라딘에는 그나마 이미지와 링크라도 남아있으니 다행. 요즘 번역된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책도 있지만, 대구 동성로 제일서적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저 4권의 어쩐지 빈틈있고 여유로운 번역이 더 마음에 든다.)

그러고 보니, 성인이 된 후론 시험을 위해 보았던 문제집/참고서류를 빼고는 3번 이상 정성들여 정독한 책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서글퍼진다. 많이 봤자 2번.. 아니면 대충 훑어보고 다른 책 보기 바빴으니... ㅠ.ㅠ;
(어쩌다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되어버린 10문 10답.)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세계명작동화 전집과 어린이용 세계대백과사전.  ^_^;
요즘은 보기 좋고 내용도 좋은 어린이 책들이 너무 많이 나와있어 고르기 참 곤란하다.
그런데, 어른 입장에선 '좋은 책'이 많은데 과연 아이 시각에서 그걸 좋다고 볼지 그게 의문...
(대표적으로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이나 칼데콧상 수상한 명작 그림책 같은 것들: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심적으로는 중학생 때 처음 접했던 [성문 종합영어]가 가장 두껍고 길었던 것 같다.
이 책이 안겨주는 심리적 압박감과 학창시절 통과의례처럼 느껴지던 그 무거운 상징성이란...!
그 다음은 대학 들어가 전공 교재라고 받았던 3~400 페이지짜리 영문 원서들. 역시 심리적으로... ㅡ_ㅡ;

 

 

 

 

 

 

 

물리적으론 962페이지짜리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와
928페이지짜리 강신주 [철학 vs 철학], 그리고 얇은 종이에 막강한 두께 [공동번역 성서] 정도.
(수십 권짜리 대하소설류는 제외한 경우. 소설/만화 중에는 아직 완간 안된 수천 페이지짜리도 있는데 어쩔...)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다양함으로는 추억의 [고려원]과 짱짱한 [김영사], [위즈덤하우스],
괜찮은 책 만듦새를 자랑하는 [열린책들], [문학동네], [생각의 나무],
나름의 자존심이 느껴지는 [까치], [승산], [경문사(경문북스)], [학지사], [한길사], [사이언스북스], [열화당],
꿋꿋하게 한 길을 가는 [정신세계사], [샨티], [도솔], [나무심는사람(이레)], [이치] 등등등.

좋은 기획, 세심한 번역, 정성들인 편집과 교정, 내용에 어울리는 커버와 레이아웃,
무엇보다 광고와 표지와 타이밍으로 독자를 낚아서 책을 '팔아먹으려는' 곳이 아니라
책의 가치와 내용을 아껴서 자존심과 사명감으로 아이를 기르듯 책을 펴내는 곳.

그런 출판사는 단 1권의 책이더라도
오래도록 독자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는 더더욱
단순히 좋아하기 보다는 차라리 존경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존경할 만한 출판사들이 이 땅에 잘 뿌리 내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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