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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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는 지독한 열병을 앓았습니다. 용하다는 영신 할매는 어머니가 신 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결국 어머니는 내림굿을 받고 신당을 차려 무당이 되었습니다. 그런 집이 싫어서 도망칠 방법을 찾다보니 돈이 필요했습니다. 청나라와의 난리통에 도성도 버리고 임금조차 피난을 가는 상황에서 가난한 무당 딸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싶이 했습니다. 주머니에 솔방울과 마른 나무가지 하나 꺾어 들고 시구문 주변을 서성이다 억울하게 죽은 이, 가난해서 죽은 이들의 마지막 길을 축원하며 진심일 때도 사기 일때도 좋은 곳으로 가라는 소원을 빌어주고 푼돈을 모아 아버지의 유품인 주머니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싫어하는 무당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시구문을 서성이는 열다섯 살 송기련이 나 입니다. 아픈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을 보살피는 백주는 친구이면서 나를 위해 주는 유일한 벗입니다.

어느날 개울가 듬성듬성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다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동구와 마주쳤고 서로 밀치다 그만 물속에 빠져버렸습니다. 동구의 이마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그 모습을 본 동구의 엄마는 화를 내는데 저만치 낯익은 주머니가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유일한 흔적, 주머니를 건져내려 개울물에 뛰어들었지만 주머니를 건져내지도 못하고 물속에 빨려 들어갑니다. 그런 나를 물에서 건져주고 주머니까지 건져 준 향이와 향이가 모시는 소애 아씨와의 만남은 빨간 댕기만큼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화 같은 소설은 그러나 현실만큼이나 벼린 칼날처럼 마음을 난도질 합니다. 기련이 죽음의 곁에 갈 때마다 들리는 풀피리 소리처럼 육신이 사라졌다해도 남은 누군가 기억하는 한 서로 이어져 있음을 배웁니다. 운명이 불행으로 나를 이끌어도 그불행에 포기 하지 않으면 기회는 생깁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진정한 우정과 시구문 밖 세상으로 내몰렸지만 비로소 삶을 찾는 여정의 끝이 기약없이 끝나 참으로 다행인 소설입니다.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옛이야기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시구문 #지혜진 #장편소설 #특별한서재 #특서청소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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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에 묻다 - 개정판 문학동네포에지 4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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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성석제‘로만 알고 있던 무지한 독자에게 어느날 복간 되어 찾아 온 문학동네포에지 시리즈 004 [낯선 길에 묻다]는 그야말로 낯설었습니다.

시인의 첫 시집이 1991년 나왔고 근 20년만에 복간 된 시집은 처음의 순수함을 간직한 그대로 연두색 옷을 입고 뽑내며 다가 왔습니다.

20대 후반의 시인은 ‘유리 닦는 사람‘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 안전하지 못한 동아줄을 잡고 살아가는 한 집안의 기둥이었고 서른 살 먹은 고층건물 유리 닦는 사람의 죽음을 내려 놓습니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회피의 시선 속에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는 것이 더 슬픈 날 입니다.

80년대를 처절하게 살았고 90년대를 건너 2000년대가 왔고 지금은 그때로 부터도 20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 닦는 사람‘은 안전장치에 목숨을 걸고 일합니다. 초보인 지하철 스크린도어 점검자는 뉴스에 실린 비극으로 아픔을 나를 뿐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편할 수는 없더라도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이 그만큼의 댓가를 받는 날들을 꿈꾸게 됩니다.

‘작은 권력에 맛이 들이다‘를 읽으며 어느새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만 바라보며 한없이 침묵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시인의 마지막 물음에 입은 있으나 할 말은 찾지 못합니다.
˝너는 언제부터 그 작은 권력에 맛이 들인 거냐˝ (p.106)
주변사람 다 그렇다고 핑계를 대려하니 알싸한 심장의 양심이 고통을 토로합니다. 낮은 곳은 보지 못하고, 아니 볼 생각도 못하고 높은 곳만 향해 오르다보면...내려 올일 밖에 없는데 왜 그리 짓밟으며 위로 올라가려 했던가...낯선 길에 묻습니다.

꽃피는 시절을 노래해도 흔들리는 바람이 아쉽고 노래와 숨을 불러도 허파에 낀 아픔이 낯설기만 합니다.

시대를, 시간을 건너 만나는 성석제 시인의 첫시집은 낯설어서 더 서럽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시선의 창날이 초승달 벼린 봄바람 같습니다.

#낯선길에묻다 #성석제 #시집 #문학동네 #문학동네포에지
#복간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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