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콥 자매 시리즈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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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미국 뉴저지 주 최초의 여성 ‘보안관보‘ 콘스턴스 콥과 자매들의 실화를 다룬 ‘콥 자매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는 원예 칼럼니스트이자 출판 평론가 에이미 스튜어트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건들, 협박 편지 및 수사와 재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검증 된 이후에 사건 당사자들의 후손들에게 허락을 받고 쓰여졌으며 사건의 긴박감을 위해 완전한 허구의 인물과 사건이 추가 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20세기 초의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과 사고들을 목격하는 것처럼 소설은 쓰여졌습니다.

1914년 7월 14일 서른다섯 살의 콘스턴스와 서른 살의 노마, 그리고 이제 열다섯 살에서 열여섯 살이 되어가는 막내 플러렛까지 콥 자매들은 불과 얼마전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암살됐고, 멕시코인들이 혁명을 일으켰으나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에 그저 잡무를 처리하기 위해 마차를 몰고 시내 패터슨으로 가다 자신들을 향해 돌진해 오는 검은색 자동차에 마차 옆구리가 정통으로 치였고, 말과 마차가 크게 상하고 동생들과 콘스턴스 자신도 부상을 입습니다. 콘스턴스는 주변 상점가에서 달려와 자신들을 구해준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살아났다는 감격에 빠질 새도 없이, 자신의 발과 발목 부상보다 부츠 걱정을 하는 막내 동생을 똑바로 세운 마차 좌석에 앉히고, 예의 사고를 낸 자동차가 어디로도 못가게 막고 있는 동생 노마에게 다가가 사고를 낸 인물을 내려다봅니다. 콘스턴스는 183센티미터의 큰 키에 83킬로그램의 체격을 이용해 달아나려 했던 남자에게 변상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 일로 골치아픈 헨리 코프먼와의 악연이 시작 됩니다.

1914년~15년의 미국사회는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었으며, 가족을 거느리고 보살필 남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부친, 남자 형제가 없으면 가까운 친인척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살아야 하는 시대였으나 콥 자매들은 이미 결혼하여 분가한 오빠 프랜시스가 자신의 집으로 와서 아이들을 돌봐주며 편안하게 살라고 하는 말을 거절하고 돌아가신 엄마가 남겨 준 집과 농장과 예금 등 유산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년 예산이 600달러인 이들에게 마차 수리비와 기타 등등의 손해를 감안하여 작성한 청구액 50달러는 한 달치 생활비에 맞먹는 큰 금액이라 콘스턴스는 여러번의 배상 청구서를 보내도 묵묵부답인 코프먼 비단염색 회사의 헨리 코프먼을 직접 찾아가 독촉하기에 다다르고 이를 계기로 침실로 날아든 벽돌과 협박 편지, 막내 동생을 향한 위협에 직면하게 됩니다.

-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몇 달 동안 시달리던 미스 콥, 협박장에 언급된 장소에 나가....자택은 밤마다 경비하에 - (311쪽)

사태가 심각해지고 신문 헤드라인엔 책 제목과 동일한 문구가 쓰여져 있습니다. 콘스턴스 콥과 사건을 담당한 로버트 하스 보안관의 케미가 살짝 심쿵한 로맨스를 뿌리는가 싶을 때 등장한 하스 보안관의 아내와 아이 때문에 아쉬(?)웠지만 보안관이 자신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친 사건의 실마리를 포착해 코프먼의 범죄 사실을 밝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 콘스턴스를 인정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아마도 콘스턴스가 남자였다면 코프먼과 그의 친구들은 함부로 자매들의 집에 협박성 벽돌 투척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콘스턴스에게 된통 당한 코프먼이 어린 플리렛을 납치해 팔겠다는 협박과 여자들만 있는 집을 향해 한밤중 총을 쏘는 일도, 방화를 저지를 생각도 못했을 테지만 그들은 했고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을 과시하며 범죄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짓도 서슴없이 저질렀습니다.

물 흐르듯이 시간을 1914년으로, 1915년의 미국 재판정으로 우리를 이끄는 에이미 스튜어트의 장편소설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대도시의 호텔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로들과 자동차가 즐비한 도시 공간, 한편으론 노마가 비둘기를 이용해 전서구로 활용하거나 마차와 농장의 모습이 드러나는 한적한 시골마을의 모습이 동일한 시간대의 미국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결혼이나 오빠의 가족 도우미로 살아가는 대신 자신이 가족(자매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는 콘스턴스의 모습이 당당해서 좋았습니다. 콥 자매 시리즈의 첫발을 내딛었으니 이제 달릴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그녀가 총을 들고 어떤 활약을 했는지는 책을 통해 알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모든 사건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되었다는 점 또한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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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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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니키는 언니 민디가 왜 중매결혼을 하려 할까?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름, 나이, 키, 종교, 음식 취향 등의 신상 정보를 나열한 프로필을 사우스홀에 있는 큰 사원의 결혼 게시판에 붙여 연락이 오는 이들과 만나본 후 결혼을 하겠다는 언니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남편을 찾겠다고 하니 도와주기로 하고 기차를 타고 사우스홀로 갑니다.

법학과를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아 2년 만에 자퇴를 하고, 딸이 법조인이 될 걸라 믿었던 아빠는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실망한 나머지 고향인 인도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고 떠났습니다. ˝돌아올 때쯤이엔 너도 정신을 차리겠지.˝라는 말을 남긴 아빠가 고향에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니키는 엄마와 언니를 남겨두고 독립해 친구의 아파트 근처 펍에서 바텐더로 일을 하는 중입니다. 자퇴를 하고 제대로 된 일을 찾지 못해 여전히 임시직 바텐더 일을 하며 펍의 위층에 살고 있는 니키가 그날 사우스홀 사원 게시판에서 여성 전용 글쓰기 강좌의 강사 모집 공고를 보고는 바로 시크교 협회 쿨빈더 카우르에게 연락해 면접를 보겠다고 말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강좌를 맡게 된 니키는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멘토링하는 거야. 주 2회 수업이고, 학기 말에는 그렇게 쓴 이야기들을 엮어서 모음집을 만들 거야.˝ (49쪽)라고 엄마와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수업 첫날 자신이 생각했던 글쓰기 강좌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수강생들 대부분이 니키의 돌아가신 할머니를 연상케 하는 나이 지긋한 펀자브 출신의 여성 노인들이었으며 글자 자체를 쓸 줄 모르는 이들 인데다 과부들이 입는 하얀 살와르 카미즈를 모두 입고 있었습니다.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은 이렇게 시작 되어 프리탐 카우르, 타람팔 카우르, 시나 카우르, 아르빈더 카우르, 만지트 카우르를 만나 비록 그들이 글을 쓸 수는 없지만 그들이 상상했던 이야기들을 서로에게 들려주고 이를 받아적거나 녹음을 해 하나의 책을 내고자 수업을 진행합니다.

야하고 흥미진지한 소설이 하나 둘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수박 겉햝기 식으로만 알고 있던 인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인도, 인도를 떠나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영국으로 이민 온 이들이 겪었던 차별과 냉대, 영국에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교리에 따라 명예살인이 이뤄지고 여성들이 뭔가를 배우는 것에 대해서도 제약을 두거나 협박과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도 서슴치 않는 남성들의 모습을 보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도의 계급제도를 알고 있었더라도, 인도에서 여성은 가부장적인 남성 사회의 부속품이나 자녀를 낳는 존재, 소유하는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것을, 심지어 21세기 영국에 사는 이들조차 비슷한 처지라는 것에 정말 화가 났습니다. 과부들의 욕망과 지적호기심을 풀어주는 사원에서의 글쓰기 강좌는, 감춰지고 지워진 진실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가게 되고 그만큼 니키의 위험은 높아졌습니다. 영화 ‘노팅힐‘에서처럼 책과 로맨스, 오해와 화해의 순간들이 함께 하며 순도 높은 시크교 과부들의 상상의 나래가 사우스홀 사원의 벽을 넘어 인도인 이민자 사회에 퍼졌을 때 두려움과 한편으로는 또다른 자긍심이 되어 버린 감동의 이야기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인 동시에 페미니즘이 가미 된 소설이 뱉어 낸 진실은 너무나 뜨악합니다. 우리는 당연시 해왔던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삶의 방향도, 목표도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열 살에 자신 보다 서른 살이 많은 영적 지도자 케말 싱과 결혼 한 타람팔 카우르가 오히려 자긍심을 뿜어내는 모습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녀들이 지어낸 야한 소설들도 있지만 여전히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이들이 인도와 영국사회에 무수히 많다는 사실에 그저 탄식이 나올 뿐 입니다.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많은 분들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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