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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유산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평점 :
근 삼일 동안 천천히 음미하듯 읽은 책입니다. [영원한 유산]이라는 제목과 심윤경 작가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책을 펼지는 순간 시간을 넘어 1966년 서울 한복판에 다다릅니다.
추호도 의심의 여지없이 첫문장에 등장하는 그녀, 윤원섭이 주인공이라고 믿었습니다.
1966년이 시작된 지 며칠 안 된 한겨울, 그들은 서대문형무소 앞에 서 있었다.
이렇게 시작을 알리며 등장하는 그녀였기에 그녀가 주장하듯 ˝나는 현재 언커크가 본부로 사용하고 있는 저택을 지은 윤덕영 자작의 셋째 딸 윤원섭이다.˝라는 편지에 이완용에 버금가는 친일파 이며, 우리나라 최후의 황후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인 윤덕영에게 어떤 비밀이 있을 것이라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언커크(UNCURK)는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의 영어 약칭으로 실제 우리나라의 통일과 부흥을 위해 주둔한 국제기구이며, 언커크가 사용 중인 저택으로 나오는 벽수산장 역시 윤덕영의 호 ‘벽수‘를 따서 지은 것 입니다.
언커크에 파견 된 호주 대표 데이비드 애커넌과 그의 통역 비서인 해동을 통해 잊혀져 있던 1966년이 살아납니다.
조선의 시대를 살고 대한제국의 시대를 살고 대한민국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영원한 유산]으로 남아 두번의 전쟁도 이겨내고 주인이 친일 반민족 주의자가 되어 사라지고 일제가 남긴 자산이 되어 또다른 권력집단의 장소가 된 저택을 통해 영원히 남아 있을 것만 같은 그 위대함에 놀라는 동시에 불로 모든 것이 소실 되는 역사를 간직하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과 도시개발 산업에 완전히 사라진 그곳이 어쩌면 주인공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해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시대는 살아남은 보통의 사람들이 여전히 가난하고 빈곤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차츰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불안한 마음과 자신의 의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용기가 모진 운명 조차 승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남여가 구분 되지 않는 이름들과 역사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6.25 전쟁 이후까지 여전히 궁궐에 살고 있던 왕실의 사람들의 존재가 이중삼중의 충격으로 다가오는 책 [영원한 유산] 덕분에 순종 황제의 삶을 다시한번 살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친일을 하고 반민족주의자 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아버지고 형제 였다는 생각을 하려 했지만 끝까지 치부를 포장만 하려는 윤원섭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역사 왜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목격한 느낌입니다. 작가님의 그 유별난 잊혀짐은 작가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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