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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4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 1797년 쓰여진 후 1813년 전면적인 개정 되어 지금의 제목으로 출간 된 [오만과 편견]은 학창시절 읽었으나 내용에 대해 기억이 전혀 없어 당황스런 작품입니다. 한편으론 영화속 주인공들의 얼굴은 또 떠오르는 희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의 결혼에 관한 시대상을 현재의 세계관, 여성관, 직업관 등등과 비교했을 때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어 더욱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엘리자베스 베넷(애칭:일라이자, 리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가난한(?) 여자 주인공이 잘생기고 부자인 상류층 남자주인공을 만나 사랑에 빠진 후 약간의 오해가 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다소 작위적인 줄거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만과 편견]이 고전문학 소설의 대표주자로 자리메김하는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장치들로 인한 호기심 유발의 효과가 크다고 보여집니다.
베넷가는 베넷 부부와 큰딸 제인, 둘째 엘리자베스, 셋째 메리, 넷째 캐서린, 막내 리디아 까지 다섯 딸을 둔 평범한 가정입니다.
‘큰 재산을 가진 미혼 남자라면 마땅히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라는 첫문장으로 시작되는 잔잔한 호수의 파문은 그 시대의 결혼이 사랑 보다 서로의 이익을 우선시한 결합이었다는 걸 표출합니다. 지금이라면 큰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 필요한 건 전문적인 재산 관리인이었겠지만 말입니다. 시작은 이렇게 큰 재산을 가진 미혼 남자 빙리 씨가 네더필드 파크에 등장하면서 이웃하고 있는 미혼의 딸이 있는 집들마다 사냥감을 발견한 노련한 사냥꾼이 되어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허영심 많은 베넷 부인의 호들갑이 거부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남자 상속자가 없을시 친척에게 현금을 제외한 재산이 모두 상속되는 ‘한사상속‘제도에 대해 알고 나니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직계 자식이 있음에도 딸이라는 이유로 가주의 사망으로 남은 가족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야 한다니 어쩌구니가 없는 제도였음에도 그만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바닥이었음을 나타내는 장치였다고 보입니다.
빙리 씨의 정찬 초대를 통해 그의 친구인 다아시와 만남이 이뤄지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오만한 대화 내용을 통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습니다. 빙리 씨에게 호감을 느끼는 언니 제인을 응원하면서도 첫인상이 나쁘게 박혀버린 리지와 다아시. 이 둘의 파란만장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자존심, 오만과 편견의 시선이 이야기를 이끌어 감과 동시에 철없는 막내동생 리디아의 가출까지 겹치며 영영 어긋날 것만 같던 인연의 끈이 결국 해피앤딩으로 마무리 되어 기쁜 마음도 들고 반대로 아쉽기도 합니다. 사교활동을 중심으로 지극히 불편을 감수한 예절과 진심이 없는 겉보기식 행동들을 통해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모습이 허영덩어리처럼 보이지만 그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당당함이 다아시의 사랑을 쟁취한 원동력이기를 바랬으나 그렇게까지 진취적이진 않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으나 철없는 동생들과 신경과민의 엄마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너무 많은 걸 바래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하고 때론 거침없는 리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랑도 쟁취하는 다아시의 [오만과 편견] 극복기 재미와 감동이 함께한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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