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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정혜원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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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3일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에 사는 일가족 세 명이 무참하게 살해 되었습니다. 스물아홉 살의 이오 요스케, 그의 아내 스물일곱 살의 지구사, 두살이 된 슌스케까지 범인으로 지목 된 가부라기 게이치는 오후 4시경 평범한 주택에 침입해서 부엌에 있던 회칼로 먼저 아내인 지구사를 찌르고, 곁에 있던 두 살짜리 아이 슌스케를 동일한 방법으로 죽인 후 퇴근해 집에 들어 온 남편 이오 요스케도 등을 찔러 살해 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같은 집에 살고 있었으나 방에 있다가 나중에 소리를 듣고 내려 온 요스케의 어머니는 그 현장을 목격했고, 흉기를 들고 있던 범인은 그자리에서 검거 되었으며 당시 열여덟 살이던 소년은 고베구치소 헤이세이 최후의 소년 사형수가 되어 수감 되었습니다. 그후 소년은 1년 6개월이 지나 탈옥을 했습니다.

이후 488일간의 도피생활 속에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가부라기 게이치의 이야기인 동시에 이름과 얼굴을 모두 바꾼 가부라기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간을 거슬러 탈옥 1일째 되는 날부터 서서히 드러납니다.

도쿄 올림픽을 위한 테니스 숲 공원의 시설 개보수 공사장은 ‘엔테크‘라는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가 회생절차 폐지결정이 났음에도 그 하청 업체와 하청 업체의 하청을 다시 받은 우시쿠보 토목회사는 여전히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물두 살 노노무라 가즈야는 열일곱 살부터 5년간이나 공사판에서 일을 했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예순여섯 살의 히라타는 일하다 다쳤음에도 치료비나 산재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신세 입니다. 같이 일하는 무리인 센카와와 야타베, 마에 가키는 히라타의 부상을 안타까워하지만 각자의 사정을 내세워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에는 망설이기만 하는데, 공사에 합류 한 지 한달이 조금 넘은 삼수를 준비하다 본가에서 쫓겨났다는 벤조는 히라타의 병원비와 감독관에게 대들었다가 폭행을 당한 가즈야의 합의금까지도 받아내 각자에게 돈을 건내 줍니다. 탈옥 33일, 탈옥 117일째, 283일째, 365일째, 마지막 488일째의 시간 속에 서로다른 이름과 신분과 얼굴의 가부라기 게이치는 무엇을 위해 정체를 감추고 주변에 등장하여 때론 다른 사람들을 돕고, 타인의 목숨을 구하고, 종교단체의 비밀을 파헤쳐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었을지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긴장하며 읽게 만듭니다.

2020년 7월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개최되기 직전에 탈옥 488일째에 이르러 사건은 베일을 벗습니다. 가부라기와 만났던 사람들, 그의 정체를 알게 되어 신고를 했던 사람들, 정체를 알게 되었으나 그를 도왔던 사람들이 진짜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모여 잘못된 일본의 사법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드디어 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터질 듯한 절규가, 울부짖음이 법정 안에 울려 퍼진다‘(p.627) 문장을 읽으며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없는 그 마지막이 [정체]였음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600여쪽이 넘는 장편이지만 몰입하여 읽으니 하루 안에 모두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서로 연결 되어 있는 고리들이 발견 될 때마다 탄식과 디테일에 대한 환호가 함께 터져나오는 소설 [정체]의 정체를 꼭 읽고 발견 하시길 바래봅니다.

#정체 #소메이다메히토 #일본소설 #몽실북스 #정혜원_옮김
#장편소설 #책추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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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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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스무 번] 속에는 편혜영 작가의 단편 소설 ‘어쩌면 스무 번‘을 포함하여 8개의 소설이 들어 있습니다. 각 소설들은 연관이 없는 듯하면서도 하나의 단편에서 사라진 인물이 다른 단편에서 등장 할 것만 같이 온통 비밀과 비밀을 관통하는 터널들로 이뤄진 듯 느껴집니다.

첫번째 단편 ‘어쩌면 스무 번‘을 읽기 시작했을 땐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귀농이나 전원생활을 위한 이사 정도로 생각하고 신라시대의 고찰이 있고 구곡계곡이 있는 소설 속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었습니다. 옥황상제를 섬기는 종교단체가 진짜로 있는지 궁금했고, 농촌의 전원적인 삶이 부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만나게 된 고립 된 삶에 그림자는 충격이었습니다. 일곱 살 아이가 된 장인을 종일 집에 두고 일을 나가야 했던 아내의 이야기를 통해 살짝 들춰진 가난의 그림자 속에 잠입하는 더 어두운 잔인함이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 감춰진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들 부부가 선택한 것이 무엇인지 결말 없이 끝나버린 것 같아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두번째 단편 ‘호텔 창문‘은 2019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으로 여지 없이 편혜영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가 펼쳐집니다. 사고가 있었고 사고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 곧 누군가의 희생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그 희생자의 생명을 대신 살고 있다고 믿는 희생자의 부모가 바로 나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일 때, 그 집착이 10년, 20년을 넘어갈 때 언제까지, 어디까지 해야만 할 만큼 하는 것인지...미안한 마음 너머로 불안과 슬픔과 한계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온통 벽 뿐인 표지 속 건물의 유일한 창문이 철창으로 촘촘히, 서서히 막는 것을 목도하는 ‘나‘와 같이 느껴집니다.

군인이었던 이진수와 아내 장소령이 등장하는 ‘홀리데이 홈‘, 마술사 후디니의 세기의 마술처럼 사라진 수오와 수오의 집에 얹혀 살다 수오의 실종으로 머물 집을 얻은 무영이 남의 집에서 울 권리는 없었다(p.114)라고 말하는 ‘리코더‘, ‘플리즈 콜 미‘의 전화 속 유일 한 흔적으로 남은 남편의 목소리, 나은 적도 없는 아이의 친모가 된 정소명의 ‘후견‘, 도대체 무엇이 ‘좋은 날이 되었네‘라고 말 할 수 있는 상황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나와 어머니 이야기, 미래는 바닥나 버렸다고 말하는 ‘미래의 끝‘까지 읽고 나면 단편소설들은 마무리 되어버립니다.

소설의 제목처럼 어쩌면 스무 번쯤 읽고 나면 소설 속 미로들을, 얽힌 실타래들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호들은 온통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되어 있고, 힌트가 숨겨진 장소는 작가만이 알고 있다면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간 길을 잃게 되는 또다른 세계를 발견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호함과 긴장감, 비밀과 힌트들이 모두 존재하지만 아직은 높은 벽을 만난 듯한 이 느낌이 편혜영 작가의 의도라면 우리는 어느새 거미줄에 엮인 먹이 신세로 전락해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요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스무번 #편혜영 #소설 #단편소설집 #문학동네 #호텔창문
#책추천 #한국문학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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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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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백화점‘이라는 제목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달러구트‘는 뭘까??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주인공 ‘페니‘가 단골카페에 앉아 쓰디 쓴 커피에 진정 시럽을 넣어 마시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모습인데 절대로 어디에도 없는 모습의 녹틸루카의 등장으로 이곳이 꿈 백화점이 있는 몽환의 세상임이 밝혀집니다. 아니, 이미 ‘진정 시럽‘를 부을 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잠이들면 자신이 꿀 꿈을 사기 위해 꿈 백화점에 들러 원하는 꿈들을 선택합니다. 유일한 꿈 백화점은 아니지만 달러구트가 운영하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그만의 특별한 무엇이 있습니다. 1층에서 5층까지 층별 매니저가 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지원을 한 페니는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달러구트와의 면접시험도 녹틸루카인 아쌈의 충고 덕분에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를 읽고 준비 해서 멋지게 취업에 성공합니다. 녹틸루카는 잠이들어 이 마을에 들어 온 사람들(손님들)이 속옷 차림으로, 또는 아무것도 안입은 상태로 마을을 돌아다닐 때 긴급하게 수면용 가운을 입혀주기 위해 100벌이 넘는 수면가운과 수면양말을 짊어지고 다니는 일꾼 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1층은 특별히 귀한 꿈들을, 2층은 평범한 일상의 꿈들 예를 들어 여행을 가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맛 있는 음식을 먹는 꿈 등을 판매합니다. 3층은 자유분방한 획기적이고 액티비티한 꿈을, 4층은 낮잠용 꿈을, 5층은 팔다 남은 꿈을 할인해 파는 중입니다. 꿈들은 모두 후불결제 시스템이며 ‘드림 페이 시스템즈‘ 프로그램인 일종의 IoT 사물인터넷 기술에 의해 꿈을 꾸고 난 후 느끼는 감정을 조금 나눠주는게 꿈값 입니다.

헐리우드나 우리나라의 영화계와 같이 유명한 꿈 제작자들의 꿈은 항상 인기가 좋습니다. 때론 실험정신이 뛰어난 제작자의 꿈으로 인해 악몽을 꾸고 트라우마에 갖히는 손님들도 있지만 때론 그것이 단지 꿈일뿐이라는 자각을 하면 오히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예상 했었는지 세상에서 가장 아이들의 꿈 선택을 많이 받는 산타클로스도 이제는 물질적인 선물이 아닌 꿈 선물을 제작해서 선물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루돌프와 같이 썰매를 타고 담장을 넘고, 지붕을 타고, 굴뚝으로 들어가 선물을 했었지만 요즘은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알 수 없어 불가능하고 12월 한달동안 강도 높은 근로 환경에 다들 불만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꿈 배달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특별한 꿈들 중에 아가냅 코코 여사만이 만드는 태몽들이 있습니다. 예약으로만 제작 되고 제 시간에 찾아와 꿈을 꾸어야 하는데 그걸 놓치면 태어날 아가의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고모, 이모, 삼촌까지 찾아다니며 꿈을 전달하곤 합니다. 그리고 태몽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꿈들은 일종의 예지몽으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 1층에서 유일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단 달러구트의 허락이 있는 경우에만.

동화 속 같기도 하고 진짜 꿈 속 마을 같은 이곳에서 꿈을 사고 싶어집니다. 꿈 백화점이 현실의 백화점과 다른점은 완벽한 후불제라는 점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문제가 아닌 꿈을 꾸고 난 후에 느낀 설레임, 기쁨, 자신감, 자부심, 신기함, 호기심이 대가로 지불 된다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나이의 많고 적음도 상관 없으며, 동물들 역시도 꾸고 싶은 꿈들을 선택하고 대가를 지불한다는 꿈같은 세상이 꿈 백화점의 매력 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는 동안 ‘아무리 좋아봐야 꿈은 꿈일 뿐 ‘이라던 페니의 지원서류의 글들이, 꿈을 꾸니 미래가 있고,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었구나하는 깨달음으로 다가 옵니다.

좋은 꿈을 따라 좋은 인연을 만나고, 힘든 과거는 과거로 남겨 둘 그런 나날들 만나시길 바라며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꼭 와 주시길 바래봅니다. 잊고 있던 고마운 사람들이 익명으로 당신에게 보낸 꿈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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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 #책스타그램 #판타지소설 #어른을위한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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