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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내리는 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일본인 마을 ‘에스코바르‘에서 나고 자란 자매 사와코와 미카엘라는 어린시절 서로의 연인을 ‘공유‘하기로 약속합니다. 열세 살의 사와코(카리나)의 첫 키스 상대인 세탁소 아들 이사무를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열한 살의 미카엘라(미카 짱, 도와코)를 말리지 않았고 몇일 후 미카엘라는 당당하게 이사무와 같은 장소에서 키스를 했다고 말하며 둘만의 비밀약속은 7년이나 지속 됩니다. 사와코가 일본으로 유학을 가 만난 다쓰야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말을 할 때까지는. 그리고 스무 살의 미카엘라는 언니를 따라 일본으로 유학을 왔다가 누군가의 아이를 가진채 고향으로 돌아가 미혼모의 삶을 살고 있으며 50대 후반의 사장 파쿤도의 여행사에 비서로 일하며 14년 넘게 파쿤도의 아내와 대학생 아들과 어린 딸과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별사탕 내리는 밤]을 처음 읽었을 때 자매의 엉뚱한 약속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철 없는 유년시절의 이야기가 ‘별사탕‘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궁금했습니다. 어린 자매는 별사탕을 땅에 묻으면 지구 반대편의 일본 밤하늘에 흩어져서 별이 된다는 상상을 하고 지금 자신들의 머리위에 반짝이는 별들은 일본인 중 누군가가 별사탕을 땅에 묻었기 때문에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본 유학길에 만난 다쓰야와 결혼을 하고 일본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는 듯한 사와코(카리나)가 십 년이 넘는 결혼 생활을 모두 버려두고 자신이 스페인어를 가르쳤던 다부치 사토시와 12월 10일 목요일에 나리타 공항을 출발해 어린시절을 보낸 에스코바르로 돌아오기 전까지, 다부치 역시 14개월 동안의 사와코와의 공백 시간동안 자신의 아내와 아이, 직장까지도 정리하고 이국의 땅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순간까지 자매는 서로 반대되는 시간, 반대되는 계절, 반대되는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한겨울의 일본을 떠나 한여름의 아르헨티나에서 보내는 사와코의 크리스마스와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딸 아젤렌의 충격적인 소식으로 혼란스러운 미카엘라와 남자와 돌아왔다는 말에도 언니를 찾아 서른 시간의 비행을 하고 찾아 온 형부와의 오랜만의 재회와 이별에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무난한 삶을 지속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유일한 일인칭 화자인 아젤렌의 목소리로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습니다. 달콤한 별사탕을 먹지 않고 지구 반대편의 밤하늘의 별을 만들어주기 위해 땅에 묻는 것...어쩌면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조심스럽게 답해 봅니다.

˝밤하늘을 볼 때면 생각하고 했어. 저건 전부 별사탕이라고.˝ (144쪽)

#별사탕내리는밤 #에쿠니가오리 #신유희_옮김 #소담출판사
#책추천 #책스타그램 #한여름에읽기좋은소설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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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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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내 목을 조였어. 거의 14년 동안 나는 우리 사이에 없는 무언가를 찾길 바랐던 거야. 그 애는 나에게서 나왔지. 내가 그 애를 만들었어. 내 옆에 않아 있는 이 아름다운 존재, 내가 그 애를 만들었어. 그리고 그 애를 원했던 때가 있었어. ...(생략)... 나 없어도 잘 살아가겠지. 그 애는 나를 포함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려 하고 있었어. 나는 뒤에 남겨지겠지. (382쪽)

소설 [푸시]의 첫 장면이 너무도 강렬해서 읽는 내내 ‘나‘는 누군인가를 의심했습니다.

남편과 딸이 집안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딸은 창밖의 ‘나‘와 눈이 마주치지만 상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딸의 곁에는 작은 남자아이가 있고 당신과 당신의 아내와 딸과 당신의 아들이 동화속 완벽한 가족들처럼 서로 다정한 눈빛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둘러싸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쓴 글을 당신에게 주기 위해 여기에 왔어.(15쪽)

소설의 화자는 블라이스 입니다. 딸 바이올렛을 낳았으며 아이는 이제 14살이 되었습니다. 블라이스의 엄마 세실리아는 할머니 에타의 학대를 받고 자랐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괴롭히는 것으로 쾌락을 느끼는 에타의 이야기와 학대로부터 도망치려 했으나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그 삶에서 오히려 도망친 세실리아, 어느날 사라진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만 자식을 두고 떠난것 만은 이해할 수 없었던 세실리아의 딸 블라이스는 소설을 쓰고 시를 쓰려 했으나 어느날 자신 역시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불안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었기에 그리하여 어머니를 창조했다˝라는 말에 실려 있는 이미지는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어머니, 아이에 대해서 희생하는 어머니, 아이가 어떤 존재이든 무한한 애정을 쏟는 어머니를 고정값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성에게 강제 된 모성의 굴레입니다. 이는 제목 [푸시(Push)]의 이중적인 의미에서도 발견 됩니다. 아이를 내 몸에서 밀어내는 출산을 뜻하는 ‘푸시‘가 일반적이라면, 블라이스와 그녀의 딸 바이올렛의 관계를 서로 멀어지게 하는 ‘푸시‘가 있고, 그 내면에는 블라이스가 진정으로 사랑한 아들 샘의 죽음과 관련 된 ‘푸시‘, 즉 밀어버림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심리 스릴러 소설의 강점은 누구의 시선으로 보는가에 따라 서로다른 장면을 본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딸을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는 블라이스의 심정으로 비극적인 관계들을 바라보는 동안엔 딸 바이올렛의 행동은 정상이 아닙니다. 아빠를 향한 집착이 엄마를 밀어내는 행동으로 나타나거나 어린 남동생만을 사랑하는 엄마를 향해 질투를 느끼는 정도가 아닌 계획 된 사건, 사고들의 연속이라면 불안해 하는 블라이스의 심리는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가능합니다. 비록 자신이 낳은 딸이지만 바이올렛을 향한 적대감이 모든 환상을 만들어 아들의 죽음까지도 딸에게 덮어씌우려 했다는 가정을 하면 열네 살의 딸의 입장에선 엄마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이가 아닌 남보다 못한 범죄자로 오해를 하고 잘못되기만을 기다리는 존재일 뿐입니다.

[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를 통해 또 하나의 벽이 부서지는 경험을 합니다. 내가 낳은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조건 옳은 것인가, 모성이 없는 엄마도 존재할 수 있는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남과 다른 지위를 주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충분히 세상에는 존재한다 등등 기존의 틀을 깨는 경험은 신선하면서도 충격적 입니다. 딸을 학대하던 할머니 에타, 딸을 버린 엄마 세실리아를 받아들였음에도 자신이 결코 딸 바이올렛을 사랑할 수 없음은 거부했던 블라이스의 긴 여정은 미묘한 뉘앙스만을 풍기고 소설은 끝이 납니다. 마치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악의 무리의 불씨가 우리는 모르는 어느곳에서 숨죽이고 있는 듯한 결말은 한여름의 더위를 날리기에 충분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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