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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평점 :
슬픔이 내 목을 조였어. 거의 14년 동안 나는 우리 사이에 없는 무언가를 찾길 바랐던 거야. 그 애는 나에게서 나왔지. 내가 그 애를 만들었어. 내 옆에 않아 있는 이 아름다운 존재, 내가 그 애를 만들었어. 그리고 그 애를 원했던 때가 있었어. ...(생략)... 나 없어도 잘 살아가겠지. 그 애는 나를 포함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려 하고 있었어. 나는 뒤에 남겨지겠지. (382쪽)
소설 [푸시]의 첫 장면이 너무도 강렬해서 읽는 내내 ‘나‘는 누군인가를 의심했습니다.
남편과 딸이 집안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딸은 창밖의 ‘나‘와 눈이 마주치지만 상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딸의 곁에는 작은 남자아이가 있고 당신과 당신의 아내와 딸과 당신의 아들이 동화속 완벽한 가족들처럼 서로 다정한 눈빛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둘러싸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쓴 글을 당신에게 주기 위해 여기에 왔어.(15쪽)
소설의 화자는 블라이스 입니다. 딸 바이올렛을 낳았으며 아이는 이제 14살이 되었습니다. 블라이스의 엄마 세실리아는 할머니 에타의 학대를 받고 자랐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괴롭히는 것으로 쾌락을 느끼는 에타의 이야기와 학대로부터 도망치려 했으나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그 삶에서 오히려 도망친 세실리아, 어느날 사라진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만 자식을 두고 떠난것 만은 이해할 수 없었던 세실리아의 딸 블라이스는 소설을 쓰고 시를 쓰려 했으나 어느날 자신 역시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불안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었기에 그리하여 어머니를 창조했다˝라는 말에 실려 있는 이미지는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어머니, 아이에 대해서 희생하는 어머니, 아이가 어떤 존재이든 무한한 애정을 쏟는 어머니를 고정값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성에게 강제 된 모성의 굴레입니다. 이는 제목 [푸시(Push)]의 이중적인 의미에서도 발견 됩니다. 아이를 내 몸에서 밀어내는 출산을 뜻하는 ‘푸시‘가 일반적이라면, 블라이스와 그녀의 딸 바이올렛의 관계를 서로 멀어지게 하는 ‘푸시‘가 있고, 그 내면에는 블라이스가 진정으로 사랑한 아들 샘의 죽음과 관련 된 ‘푸시‘, 즉 밀어버림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심리 스릴러 소설의 강점은 누구의 시선으로 보는가에 따라 서로다른 장면을 본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딸을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는 블라이스의 심정으로 비극적인 관계들을 바라보는 동안엔 딸 바이올렛의 행동은 정상이 아닙니다. 아빠를 향한 집착이 엄마를 밀어내는 행동으로 나타나거나 어린 남동생만을 사랑하는 엄마를 향해 질투를 느끼는 정도가 아닌 계획 된 사건, 사고들의 연속이라면 불안해 하는 블라이스의 심리는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가능합니다. 비록 자신이 낳은 딸이지만 바이올렛을 향한 적대감이 모든 환상을 만들어 아들의 죽음까지도 딸에게 덮어씌우려 했다는 가정을 하면 열네 살의 딸의 입장에선 엄마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이가 아닌 남보다 못한 범죄자로 오해를 하고 잘못되기만을 기다리는 존재일 뿐입니다.
[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를 통해 또 하나의 벽이 부서지는 경험을 합니다. 내가 낳은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조건 옳은 것인가, 모성이 없는 엄마도 존재할 수 있는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남과 다른 지위를 주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충분히 세상에는 존재한다 등등 기존의 틀을 깨는 경험은 신선하면서도 충격적 입니다. 딸을 학대하던 할머니 에타, 딸을 버린 엄마 세실리아를 받아들였음에도 자신이 결코 딸 바이올렛을 사랑할 수 없음은 거부했던 블라이스의 긴 여정은 미묘한 뉘앙스만을 풍기고 소설은 끝이 납니다. 마치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악의 무리의 불씨가 우리는 모르는 어느곳에서 숨죽이고 있는 듯한 결말은 한여름의 더위를 날리기에 충분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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