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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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122쪽)

[어떻게 지내요]라는 책 제목만으로 예상할 수 있는 소설의 내용은 이별 후 상대방에게 하는 인사, 떠나온 가족이나 떠난 가족에 대한 안부인사 등등으로 상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의외의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2017년 9월 셋째 주, 대학 교정에서 열리는 한 남자의 강연을 들으러 간 여자가 그곳에 가야했던 이유가 암 선고를 받고 치료 중인 친구를 방문하기 위해 수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관계임에도 선뜻 나섰다는 것 입니다.

말기 암 환자인 오랜 친구의 병이 위중하여 어쩌면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친구 곁에 머물기 위해 에어비앤비 숙소를 구하고, 친구의 변해가는 모습에 안타까워 합니다. 친구의 암 치료를 하던 의사들이 조심스럽게 치료 효과가 기대치 이상의 성공이라는 말을 하지만 친구는 이미 자신에게 그리 길지 않은 시간만이 남았음을 알고 고통과 절망 속에 죽는 죽음이 아닌 자기 의지로 생을 마감하고 싶어 합니다. 이에 소설의 화자는 세상을 향해, 자기 주변의 이웃을 향해, 버려졌으나 누군가에게 구해져 키워지고 있는 고양이에게 ‘어떻게 지내요‘라는 인삿말을 건냅니다. 때론 생명이 없는 문학작품 속의 캐릭터를 향해, 팬데믹으로 고통 받는 지구 자체를 향해서도 어떻게 지내요,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Quel est ton tourment? 하고.

시간이 흘러 다시 찾아간 친구의 치료는 실패였고, 암이 전이 되어 병원에 입원한 상태입니다. 친구의 딸은 자신의 아버지와 결혼을 거부한 엄마에 대한 반항심으로 이미 멀리 떠나 가정을 이루고 있기에 친구는 그런 딸에게 연락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치욕스럽게 고통에 시달리다 가지는 않겠다는 친구를 이해 할 것도 같았지만 안락사 약을 구해놓았다는 말을 듣는 순간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극단의 선택을 위한 둘만의 여행이 시작 되고 친구는 자신이 안락사 약을 집에 두고 왔음을 아는 순간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그런 친구 곁에 있던 화자는 처음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왔던 그날 우연히 대학 교정에서 강연을 했던 사람, 전에 연인이었던 사람의 강연이 우연히 이 여행지에서도 있음을 알게 되고 둘은 그렇게 마주하게 됩니다. 세상이 이미 망가졌으니 더이상 아이를 낳는 것은 아이들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일이라는 강연을 하는 이 남자에겐 자식과 아주 어린 손주 두명과 곧 태어날 세번째 손주까지 있습니다. 아이러니와 부조리, 남들에게는 자식을 낳지 말라는 사람이 자신의 자식들의 자식까지 낳고 이를 기뻐하는 모습에서 화자는 자신이 일기를 쓰지 않아 친구의 마지막 날들을 기록하지 못한 것에 아쉬워 할 뿐입니다.

어떻게 지내요, 어쩌면 작가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진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숨막히는 2년의 팬데믹, 지구의 고통, 자연재해로 인한 수많은 살아 숨쉬는 존재들의 아픔에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담담한 화자의 표현에, 지그시 바라보는 눈빛에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자문을 하게 됩니다. 그런 우정도 있을 수 있다는 것,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에 마음이 쓸려 깊은 상처가 났지만 그럼에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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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보세요
커트 보니것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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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돌이 :
쉽게 만족하는 성격의 땜장이자 제조자이자 수리공인 남편 헨리가 어느날 만든 ‘비밀돌이 Confido‘를 드디어 완성했다며 부인인 엘런 바워스에게 시험삼아 사용해보라고 건네 주고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러 출근을 했습니다. 현대의 무선 이어폰처럼 인공지능급 대화가 가능한 기계장치 ‘비밀돌이‘를 착용한 엘런은 계속 되는 주변인에 대한 비방을 일삼는 ‘비밀돌이‘ 때문에 심란합니다. 모든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이야기할 사람, 진정으로 이해해 줄 사람이라고 한 남편의 말을 믿었으나 ‘비밀돌이‘의 속삭임은 착용자의 내면의 진심을 말하는 것이라 하기에는 악의적 선동 수준입니다. 크로이소스처럼 큰 부자가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던 헨리 조차 결국 비밀돌이를 땅에 다시 뭍어버리는 선택을 합니다. 이는 통제되지 않는 이성의 칼날은 때론 양날의 검이 되어 자기 자신도 해치기 때문입니다.

푸바 FUBAR :
제너럴 제철ㆍ주조회사의 홍보부 소속 직원으로 입사한 퍼즈 리틀러의 이야기 입니다. 홍보부가 있는 건물에 자리가 없어 홍보부와 전혀 상관 없는 181번 건물 꼭대기층의 엘리베이터 기계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퍼즈 리틀러가 어느순간 푸바가 되었습니다. 존재하지만 투명인간 같은 존재의 푸바. 화재로 181번 건물이 다 타버리고 셔틀버스 노선 종점에 있는 523번 건물 지하에 임시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홍보부 업무를 하고 있는 퍼즈 리틀러에게 새로운 타자수가 배정이 됩니다. 사내 체육관인 523번 건물엔 수영장, 볼링장 등 수많은 체육시설이 있지만 푸바인 리틀러는 주어진 업무에만 매달려 있습니다. 그런 그를 열여덟 살의 새 타자수 프랜신 페프코가 깨우쳐 줍니다. ˝불행을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보니 불행한 게 그렇게 좋은가 보죠.˝(61쪽)
리틀러를 가두고 푸바로 만든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회사 직원들의 즐거움을 그져 바라만 보고 그들이 내는 소음에 업무가 방해 받는다는 생각자체가. 감시하는 사람도 없고 때론 편지 세 통에 대한 답신만 보내면 끝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지하 공간에 스스로를 감금하고 있는지...

지붕에서 소리쳐요 Shout About It from the Housetops :
현실을 그대로 책으로 쓴다면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는 한 그 끔찍함을 모를 것 같습니다. 여기 고등학교 교사 였으나 아내의 책속에 그 고등학교 교육위원회 위원 네 명에 대해 고스란히 서술해 해고된 남편 로렌스 모건과 책을 쓴 엘시 스트랭 모건, 그리고 엘시의 다음 번 새 책에 등장 할 폭풍 대비용 덧창 판매원이 있습니다. 상상 이상의 오묘함이란 이런 것 같습니다.

에드 루비 키 클럽 Ed Luby‘s Key Club :
파트 1과 2로 나뉘어 제법 긴 호흡이 필요한 단편소설 입니다. 결혼 십사 년 동안 늘 에드 루비 스테이크 하우스에 가서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던 하브와 클레어 엘리엇 부부가 겪게 되는 끔찍한 한여름밤의 꿈 같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 마을을 온통 지배하는 권력에 의해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살인자가 되고 도망자가 되고 현상금 걸린 수배자가 되는지 목격할 수 있습니다. 현상금 1천 달러...과연...에드 루비와 엘리엇 부부의 전쟁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 지 직접 읽어보시길.

왜 ‘커트 보니것‘인지 블랙코미디 같은데 웃을 수 없는지 알것 같은 경험을 선사해준 책!!! 입니다. 남은 단편 10편이 책의 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성질 급한 저는 내일 다 읽어버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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